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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국경 없는 환자

청진기 국경 없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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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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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연(순천향의대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 최규연(순천향의대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지리적 위치상 외국인 환자들이 유난히 많다. 2년간의 미국연수 후 외국인에 대한 이해와 영어가 조금은 편해진 덕에 외국인 산모와 환자 진료를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그러기를 수년째 하다보니 이젠 외국인 환자가 상당히 많다.

주로 대사관 직원, 외국계 회사의 임원, 대학 교수, 국제학교 선생님, 영어 학원 선생님 등 직업·국가·인종 등 정말 다양한 계층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물론 산부인과이다 보니 모두 여성 환자들이다.

나라마다 판이하게 다른 의료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보이는 그들의 태도와 반응이 매우 흥미로울 때가 많다. 물론 그 나라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름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나 유럽, 특히 북유럽이나 독일 국적의 환자들 태도는 확실히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들의 나라에서 진료를 받던 습관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다 보니 진료시간은 길게는 30분을 넘길 때도 있다.

하지만 의료진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예의 바르고 일단 신뢰가 쌓이고 결정을 하게 되면 의사-환자간의 라포가 매우 좋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진료 현장에서 생기는 갈등이 긍정적인 결과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자국의 엄청난 의료비와 상대적으로 너무나 저렴한 한국의 의료비와 비교하고, 게다가 별반 차이가 없는 높은 의료수준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가조세로 부담하는 무상의료체계가 기본인 영국·캐나다·호주와 같은 국가, 프랑스에서 온 환자들은 의료행위와 진료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같은 유럽권이라 하더라도 많이 다르다.

자국에서의 무상의료와 국가가 통제하는 의료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진료행위와 진료비에 대해 매우 세세하게 따지고, 최소한의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들도 한국에서의 빠른 진료와 친절한 의료진의 설명 과정과 자국의료수준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높은 의료수준에 신뢰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진료와 치료 과정에 큰 갈등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아랍권 국가나 동남아 국가에서 온 환자들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여자의사에게만 진료를 받고 싶어 하고 산부인과 특성 상 내진이라는 진료행위를 매우 힘들어해서 진료하기가 힘든 면이 있으나, 높은 의료수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의료진에 대한 존경심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전국민의료보험 혜택을 잘 알고 있는 환자와 자국에서 의료비를 보장해주거나 개인 사보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 환자들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험이 되는데 왜 진료비가 많이 나오느냐는 질문이나,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포괄수가제에 해당되는 수술의 경우 진료총액이 어차피 동일하니 비싼 재료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사보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지불하는 진료비가 비싼 만큼 요구사항이 매우 까다롭다.

특히 병실에서의 간호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 통일된 진료행위와 수가에 익숙한 의료진을 매우 당혹스럽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의료진에게 보이는 신뢰와 존중이 때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또한 타국에서 진료를 받을 때의 두려움과 불안감, 의심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로 어느 병원에 가야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가장 의료비가 적게 드는지 등 나름 자세한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처음 외국인 환자들을 볼 때는 녹록지 않아 필자가 오히려 더 걱정하고 부담스러웠는데 그들 모두 자신의 병에 대해 걱정하는 환자일 뿐이고 타국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막연한 불안과 의심으로 예민해진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에 요즈음은 내국인 환자보다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그들을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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