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유화·포스터·우표·사진·영상·설치 작업
8월 4일 휴전선 DMZ 부근에서 북한이 묻은 목함지뢰에 우리 군인이 부상을 당하면서 시작된 남북한 긴장 상황…. 그야말로 전쟁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벌어질뻔한 남북관계는 8월 25일 남북 고위급 대표들이 나흘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진정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남북관계의 긴장 상태는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전후세대들 조차 다시금 한반도가 휴전 상태인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공교롭게도 이 때 북한의 문화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오는 9월 29일까지 광화문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북한프로젝트'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광복과 분단, 통일이라는 역사적이고 민족적인 과제들을 안고 있는 북한을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깝고도 먼 존재인 북한을 단순히 엿보기보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화적 측면으로 확장해 다가간 전시다.
'북한 프로젝트'전은 예술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서 세 개의 구성으로 전시를 나눴다.
첫째, 북한 내에서 생산된 북한 화가들의 작업을 유화·포스터·우표를 통해 살펴보고, 두 번째로는 외국 작가들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인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세 번째로는 북한과 분단의 현실을 예술적 화두로 삼아 작업하는 한국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전시 작품 중 유화( 52점)는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포스터(80점)는 네덜란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우표(249여점)는 한국 신동현 컬렉션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그 동안 국내에서 북한미술이 조선화를 중심으로 소개됐던 반면, 이번 전시는 시각문화로 스펙트럼 폭을 넓혀 북한 미술의 더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닉 댄지거(영국)·에도 하트먼(네덜란드)·왕 궈펑(중국) 등의 사진 작품으로 이들은 2010년 이후 북한을 직접 방문해 찍은 도시 건축물·풍경·인물 사진을 선보여 최근의 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제한적인 이미지 이외의 다양한 북한의 모습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 작가로는 중진작가 강익중·박찬경·노순택·이용백이, 탈북작가로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무, 신진작가 권하윤·전소정이 등이 참여하고 이들은 설치·영상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다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평소에 보기 힘든 북한 미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이며, 분단 2세대인 동시대 젊은 세대가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