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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주년기념전 '북한프로젝트'
광복70주년기념전 '북한프로젝트'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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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들 한자리에 모아…
서울시립미술관, 유화·포스터·우표·사진·영상·설치 작업
▲ 닉 댄지거 작, 무용수 리향연, 아리랑 축전을 위한 연습, 람다 프린트, 61 x 46 cm, 2013.영국의 사진가 닉 댄지거(b.1958)는 2013년 북한에서 보낸 3주간의 워크숍의 결과물로 평양을 비롯해 남포·원산·사리원 등 북한 지역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과 그들의 사소한 일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담아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어부·무용가·교사·돌고래 트레이너와 같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담겨있고, 평양의 지하철·거리·미장원·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남포의 해변·미곡의 협동 농장·송도원의 리조트 등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다. 1950년대 마가렛 버크-화이트와 크리스 마커, 1970년대 구보타 히로지 등의 사진들처럼, 외국의 사진가들은 인류애에 대한 사진가 특유의 호기심으로 북한을 기록했다. 닉 댄지거의 사진도 그들의 연장선에 있다. 서구 사회에 폐쇄적이고 신비스러운 나라로 알려진 북한 사회의 이면을 개개인의 삶의 풍경들을 통해 들춰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8월 4일 휴전선 DMZ 부근에서 북한이 묻은 목함지뢰에 우리 군인이 부상을 당하면서 시작된 남북한 긴장 상황…. 그야말로 전쟁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벌어질뻔한 남북관계는 8월 25일 남북 고위급 대표들이 나흘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진정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남북관계의 긴장 상태는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전후세대들 조차 다시금 한반도가 휴전 상태인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공교롭게도 이 때 북한의 문화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오는 9월 29일까지 광화문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북한프로젝트'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광복과 분단, 통일이라는 역사적이고 민족적인 과제들을 안고 있는 북한을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깝고도 먼 존재인 북한을 단순히 엿보기보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화적 측면으로 확장해 다가간 전시다.

 

▲ 문홍규·려석현 작, 푸른 동산으로, 캔버스에 유채, 128 x 79 cm, 1992, ⓒ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은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과 사상의 변화, 그리고 조선화와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는 선전화 계열의 유화가 주를 이룬다. 컬렉션은 1960년부터 2010년까지의 만수대창작사·함흥창작사·신의주창작사 등 중앙과 지역 창작사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고르게 소개하고 있다. 북한 유화는 1950년대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유화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점차 민족적 감성과 정서에 부합하는 미술을 강조하면서 북한식 유화를 모색하고있다. 이에 작품은 밝고 맑음, 선명함과 간결성, 함축과 집중을 구현하는 동시에 북한의 감성과 정서를 담고 있다. 그 결과 작가들은 우리 민족의 얼굴과 체형을 관찰해 작품에 그대로 표현하거나 우리 생활 정서와 환경을 소재로 삼으며, 사회의 사상과 이념을 내포해 작품을 완성하고자 했다.
▲ 전시장 전경.

 

'북한 프로젝트'전은 예술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서 세 개의 구성으로 전시를 나눴다.

첫째, 북한 내에서 생산된 북한 화가들의 작업을 유화·포스터·우표를 통해 살펴보고, 두 번째로는 외국 작가들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의 인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세 번째로는 북한과 분단의 현실을 예술적 화두로 삼아 작업하는 한국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전시 작품 중 유화( 52점)는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포스터(80점)는 네덜란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우표(249여점)는 한국 신동현 컬렉션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그 동안 국내에서 북한미술이 조선화를 중심으로 소개됐던 반면, 이번 전시는 시각문화로 스펙트럼 폭을 넓혀 북한 미술의 더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닉 댄지거(영국)·에도 하트먼(네덜란드)·왕 궈펑(중국) 등의 사진 작품으로 이들은 2010년 이후 북한을 직접 방문해 찍은 도시 건축물·풍경·인물 사진을 선보여 최근의 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제한적인 이미지 이외의 다양한 북한의 모습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강익중 작, 금수강산,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5.금수강산은 비단에 수를 놓듯이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으로 우리 나라의 강산을 일컫는 말. 자연 산천에는 남과 북이 존재하지 않듯이, 쉼 없이이어진 남북의 모든 산들을 생각하며 먹과 나무만으로 이뤄진 3인치 작품들로 지름 7미터 반원을 병풍처럼 세웠다.

 

한국 작가로는 중진작가 강익중·박찬경·노순택·이용백이, 탈북작가로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무, 신진작가 권하윤·전소정이 등이 참여하고 이들은 설치·영상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다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평소에 보기 힘든 북한 미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이며, 분단 2세대인 동시대 젊은 세대가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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