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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이 '계륵'인 이유

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이 '계륵'인 이유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8.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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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야 10월말 출시 본격 접종시기 넘겨
주력 3가 백신 잡아먹는 4가될까 우려도

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이 올 시즌 '계륵(鷄肋)'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닭의 갈빗대처럼 먹기도 애매하고 버리기도 아까운 백신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먹기가 애매한 이유는 공급 시기다. 식약처는 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 허가를 빨라야 9월, 늦으면 11월쯤이나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9월이나 11월이면 이미 출시된 플루 백신을 공급해 접종하는 시기이지 새로 생산에 들어갈 시기는 아니다.

그때가서 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허가해봤자 출시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올 4월과 5월 국산 4가 인플루엔자 승인신청을 한 녹십자와 SK케미칼은 이런 상황을 잘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올 시즌(2015~2016년)을 겨냥해 출시한 녹십자와 SK케미칼의 수백만 도즈의 3가 플루 백신을 4가 플루 백신이 잠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 백신이 자기 백신을 잡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굳이 4가 플루 백신을 무리하게 대량 생산할 필요가 없다.

4가 플루 백신이 올 시즌 조명받는 것 역시 녹십자나 SK케미칼 모두 바라지 않는다.

올 시즌 4가 플루 백신을 시장에 내놓은 곳은 다국적 제약사 GSK가 유일하다. GSK는 4가 플루 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출시하고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들어갔다.

4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주 2종과 B형 바이러스주 1종을 예방하는 3가 백신보다 A형 바이러스주 2종과 B형 바이러스주 2종을 모두 예방할 수 있어 3가보다 예방범위가 확실히 넓다.

자칫 4가 플루 백신이 올 시즌 플루 백신 시장에서 쟁점이 되면 3가 플루 백신에 주력하는 국내 제약사로서는 좋을 게 없다.

특히 SK케미칼은 국내 첫 세포배양 방식의 3가 플루 백신을 내놨다. 4가 플루 백신에 조명이 집중되면서 세포배양 방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피하고 싶은 시니리오다. 

그렇다고 4가 국산 백신을 출시하지 않기도 애매하다. 우선 '상징성'이다. 현재 가장 먼저 4가 플루 백신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녹십자다.

국내 대표적인 백신 제조사인 녹십자로서는 첫 국산 4가 플루백신을 생산했다는 상징성을 첫 출시로 얻을 수 있다. 올해 의미있는 매출을 기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식약처의 출시승인이 반가운 이유다.

SK케미칼 역시 녹십자에 이어 세포배양 방식의 4가 플루 백신을 처음으로 출시한 제약사라는 상징성을 가져갈 수 있다. 녹십자의 4가 플루 백신은 세포배양 방식이 아닌 유정란 배양 방식이다.

혹시 4가 플루 백신 붐이 일어난다 해도 서둘러 4가 플루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녹십자와 SK케미칼은 9월이나 10월 식약처 승인이 떨어지면 40일 안에 4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녹십자나 SK케미칼 모두 4가 생산에 필요한 4가지 아형별 '벌크'를 확보하고 있다. 생산한 백신의 국가검증 기간이 대략 35일이니 벌크를 백신으로 생산하는 기간인 5일 정도를 더하면 40일 정도면 국산 4가 백신이 시장에 깔린다.

하지만 9월이나 10월 승인이 난다해도 빨라야 11월 중순이 돼야 출시할 수 있다.

이미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시즌을 넘긴 시기다. 이래저래 4가 국산 독감백신이 먹기도 그렇다고 버리기에도 애매한 계륵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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