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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천연물신약 처방허용 엇갈린 판결 왜?
한의사 천연물신약 처방허용 엇갈린 판결 왜?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8.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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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한방 아닌 서양의학..한의사 처방 안돼"
1심 승소 뒤집힌 한의협 '충격' "대법원 간다"

"천연물신약은 한방원리가 아닌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생약제제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이 19일 한의사의 처방을 제한한 식약처 고시를 무효화한 1심 판결을 뒤집는 2심 판결결과를 선고했다. 판결논리는 단순하고 명쾌했다.

천연물신약은 한방의학적 원리에 의해 제조된 약이 아닌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제제인만큼 한의사의 처방을 제한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법리다.

한의사의 천연물신약 처방을 근거없이 제한했다며 1심 재판부가 문제삼은 식약처 고시에 대해서도 "단순히 품목신고를 하기 위해 제출할 서류 등을 표시한 고시"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고시는 품목을 허가하기 위한 구체적인 집행행위일 뿐 한의사의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의 변동을 초래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식약처 고시가 상위법의 위임없이 한의사의 천연물신약 처방을 제한했다"고 본 1심 판결을 180도 뒤집는 결과다.

무엇보다 식약처 고시가 무효가 되면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한의계의 기대를 정면반박해 소송을 낸 한의사와 대한한의사협회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재판부는 "고시무효가 되면 천연물신약이 품목허가를 받지 않거나 품목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지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정타를 날렸다.

이어 "고시무효는 의사나 한의사 모두 처방할 수 없는 상태가 되므로 (고시무효 판결을 내려도) 구할 법률적 이익이 없다"는 추가설명까지 넣었다.

1심 재판부가 식약처 고시 무효판결을 내리며 "고시무효가 한의사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배타적인 처방권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소극적 해석을 붙인 것에 비해 2심 판결은 이같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한의계는 한의사는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가 한의계가 주장하고 1심 재판부가 인정했던 주요 논리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먼저 천연물신약 품목허가 대상이 된 생약제제를 "제조원리를 불문하고 규격이 새로운 생약(추출물 등)의 단일제와 복합제"로 봤다. 제조원리를 불문했기 때문에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제제와 '한방원리'에 따라 제조된 제제를 모두 말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렇듯 두 성격의 제제가 섞여있는 천연물신약을 식약처가 고시(제2조 2호)로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라고 규정한 것은 위임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봤다.

식약처가 하위법령인 고시로 상위법에서 인정한 한의사의 처방에 관한 권리 또는 법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전제부터 달랐다. "고시에서 규정한 생약제제는 한방원리에 의해 제조된 한약제제를 이미 제외한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른 생약제제만을 규정한 것"이라고 봤다.

한약제제를 이미 제외하고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른 생약제제만을 천연물신약 품목허가 대상으로 삼았으니 한의사의 처방을 제외한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이기든, 지든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대해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고 말해 상고할 뜻을 비쳤다.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사 김필건·이상택씨는 이번 재판의 원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피고로 이번 재판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천연물신약을 출시한 5개 제약사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역시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유용상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없도록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가 적법하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약사법이 정한 의약품 품목허가에 관한 절차와 식약처 고시까지 문제 삼아 천연물신약까지 딴지거는 것은 이원적 의료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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