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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쇼닥터와 히포구라테스 선서
청진기 쇼닥터와 히포구라테스 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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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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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 김연종(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지금 의사로서 지켜야 할 가치와 자존감은 여전히 유효한가?

현재의 의료제도에서 정직한 의사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개원가의 현실이지만 그나마 스스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사명감을 지킬 때에만 의권수호는 가능한 일이 아닐까.

최근 들어 일부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치료법을 소개하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등 스스로 권위를 추락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쇼닥터'가 그들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가벼운 재담이나 건강 상식에 그친다면 다행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직업인으로서 전문성과 신뢰성을 포기한 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런 행위는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우려를 끼칠 수 있다. 또한 상호간에 불신과 갈등을 초래해 의사로서 자존감을 훼손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2000년 의사파업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그 때,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의료계의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의약분업이라는 사회적 이슈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의권쟁취라는 슬로건으로 바뀌었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면서, 의사와 약사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매스컴의 혹독한 질책을 받고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의사로서의 가치와 자존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굳건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동지의식이 아니었을까.

내가 개원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 동종의 의료인이 있으면 그 자리를 피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개원했다. 같은 진료 과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선배나 먼저 개원한 동료의사들에게 정중히 인사드리고 서로 얼굴을 익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런 관행과 미덕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물론 세태의 반영이라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흰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의사라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순수한 의과대학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히포구라테스' 선서가 돼버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이제 疑業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는 고객의 외모와 재력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보증인의 지갑상태를 고려해 과업을 착수하겠노라
내정의 비밀을 간파해 疑業의 편법과 사이비 정신을 계승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원수처럼 시기하고 모함하겠노라.

학연 지연 혈연 피부 색깔 등을 고려하여 오직 목 좋은 곳을 골라 착취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간주해 수탈하겠노라.
비록 모욕을 당할지라도 해박한 나의 지식을 돈벌이에 어긋나지 않게 철저히 위장하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욕망의 그래프로 나의 공명심을 받들어 실천하겠노라. 

- 히포구라테스 선서 전문, 시집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에서

의학도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에 새기고 마음을 다졌던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점점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패러디해 보았지만 씁쓸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다.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후배 의사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제 잊고 싶은 것인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실천하겠노라던….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초 '국민건강 지킴이로서 잘못된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일부 쇼닥터들에 대해 의료계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고 폐해를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잘못한 처신에 대한 대가는 응당 받아야겠지만 처벌보다는 계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잠시 잘못된 관행에 빠졌을지라도 쇼닥터이기 전에 그들도 분명 우리의 동료이기 때문이다.
숭고한 사명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의사로서 본연의 임무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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