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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들여다보다

청진기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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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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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 이 명 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총 60여 편으로 구성된 히포크라테스 전집 중 <선서>편을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2500년 전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시대와 지역, 교육목표에 따라 약간씩 수정 보완된 것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제정한 일명 제네바 선서다. 1955년 연세대학교 양재모 교수가 처음 번역 도입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전집>에는 직업윤리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윤리를 기술한 <선서>편 이외에도,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법>편, 이상적인 의사상을 제시하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동료의사의 도움을 받는 태도를 기술해 놓은 <교훈>편, 의사가 진료소나 왕진 할 때 갖추어야 할 예법을 적어 놓은 <예법>편, 의사로서 필요한 윤리적인 덕목과 자세, 실제적인 조언과 함께 진료소의 위치나 도구, 의사와 환자의 자리까지 자세히 서술해 놓은 <의사> 편 등이 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은 철학적 의사는 신과 같다며 의학을 넘어 의철학자로서 철학적 수련까지 요구하고 있다. 마치 현대의사들에게 필요한 의사연수교육(CPD, Continuing Professioanal Development)의 목적과 가이드라인을 엿보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8점의 연수평점을 이수해야만 의사면허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2013년 이전에는 1년에 총 12점의 연수평점을 이수해야 했으나, 의료법보다 4점을 높게 취득하도록 정한 의사협회의 방침에 반발하는 회원들의 항의로 8점으로 낮춰졌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2013년 연수평점이수 대상자 11만명 중 15%인 1만 7000여명이나 연수평점을 이수하지 못 한 것으로 밝혀졌다. G10에 진입한 대한민국 의사들의 감추고 싶은 민낯이다.

일전 어느 NGO 단체의 봉사자가 캄보디아에 가서 학교를 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결석을 자주하고 공부하다가도 그냥 집으로 가버리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숙제를 내줘도 잘 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집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 하고, 잠도 자야하고, 밭일도 도와야 하기에 시간이 없어 숙제 할 시간도 없고 어떤 때는 학교에 올 시간도 없다고 이유를 댄다고 한다.

1900년대 서양교육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실시될 때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너무 떨어져있는 것 같다며 교육사업의 어려움을 적어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답게 살아가기가 정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심지어 24시간 365일 진료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식과 술기를 익히고, 잊어버린 지식을 되새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의과학과 의료윤리에 기초하고 있으며, 고대와는 달리 보험자라는 제 3자가 개입하고 있어서 각종 규제와 법률·행정 절차,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 등 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생존 지식을 배우고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진료의 효율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진료기록 및 환자응대 에티켓 등에 관한 교육도 진료역량 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연간 8점으로는 이런 필수 지식을 배우고 익히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이다.

어쩌면 우라나라의 연수교육 내용은 현대의 의과학의 발달된 지식을 제외하고는 2500년 전의 교육내용보다 규모면이나 짜임새면에서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부끄럽지 않은 의사연수교육이 이뤄지도록 의사협회가 기본적인 틀을 잘 만들고, 연수교육제공 기관들은 의사회원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잘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그와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문가의 위치를 잘 유지하려는 의사회원들의 성숙한 자기 개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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