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질환 방지 시설기준 없어...음압 격리병상도 건축가 따라 제각각
권순정 아주대 교수, 병원 시설·환경소독 세미나 "상급병원부터 바꿔야"
권순정 아주대 교수(건축학과)는 7월 30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열린 '병원의 시설 및 환경소독 개선 세미나'에서 '병원내 감염예방을 위한 건축 계획' 주제발표를 통해 "건축가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병원의 감염예방을 위한 설계가 이뤄지다 보니 병원 공간이 감염관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국가지정 감염병 음압격리시설에서는 한 곳도 감염병 전파가 일어나지 않은 반면에 음압시설과 공기 관리시설이 미비한 일반병원에서 바이러스 농도를 조절하지 못해 대량 감염이 일어났다"며 "병원의 공기 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설과 관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병원의 시설과 공기 질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입원실 기준병실을 4인실로 조정하고, 상급종합병원 응급실과 외래진료 공간부터 감염병 환자의 동선과 공기 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의 시설규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지정 감염병 음압격리시설도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설치돼 있는 국가지정 감염병 음압격리시설 19곳(119개 병상) 역시 기획 단계부터 전문적인 감염관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건축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시한 1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권 교수는 "새로 이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이라도 감염관리를 할 수 있도록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동의 경우에도 19개 병원 605병상에 달하지만 음압격리는 119병상에 불과하고, 비음압 격리병상이 486병상에 달할 뿐만 아니라 다인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응급실·외래·입퇴원 경로·자입 사용 소독 및 폐기물 처리·음식물 동선·의료진 동선·의료진 숙소 등에 관해 전면적으로 감염병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음압격리 병동은 환자 전용 출입구부터 별도로 해야 하고, 환자나 의료폐기물 이동 통로도 별도로 의료진이 다니는 통로와 구분해 별도로 배치해야 한다"면서 "최소한 3개의 차단문을 통과해야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음압격리실의 공기 배출구 위치는 환자가 누워있는 높이라야 바이러스 배출이 용이함에도 천정에 달려있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의료진 감염이 일어나기 쉽게 설계됐다"면서 "에크모를 비롯해 의료기구나 장비를 놓아둘 수 있는 곳도 부족하고, 의료진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역시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임배만 ㈜에이치엔컴퍼니 대표이사는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리를 위한 시설과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감염관리에 대한 수가와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 역시 감염예방을 위한 간병 문화의 개선과 면회 예절을 지켜야 한다"며 "감염관리 비용 부담을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이사는 "의료기관도 변화해야 한다"며 "병원·환자·직원 안전체계를 구축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