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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금연 후 스트레스 증가 '오해'…재흡연 낙담 금물
기획 금연 후 스트레스 증가 '오해'…재흡연 낙담 금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7.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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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쉬운 금연치료 따라잡기 ⑥
재흡연 방지 전략과 처방 방향

금연을 한번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걸림돌은 금단 증상이고 그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처음 마음먹은 금연 의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금단 증상

▲ 서정석(건국의전원 교수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미국 정신과 질환 진단기준인 <DSM> 5판에 의하면 ▲짜증, 욕구불만이나 분노 ▲불안 ▲집중력 저하 ▲식욕증가 ▲안절부절 ▲우울감 ▲불면 중에 4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금단으로 진단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담배 간판이 날아 다니는 꽤 심각한 금단증상인 환각을 호소하는 금연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으로 며칠만 증상이 나타난다. 오히려 사소한 것에 짜증나고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것이 6개월 이상 꽤 오래간다는 얘기도 흔히 듣는다.

그러다 보니 담배를 끊고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Cohen등(1990)의 연구에 의하면 한 번도 금연하지 않는 사람(57명)과 만 하루를 금연한 사람(81명)의 주관적인 스트레스 정도는 차이가 없고 6개월 이상 금연한 사람(12명)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주관적 정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즉 장기간의 금단 증상을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 보조제가 이런 금단증상을 탁월하게 막을 수 있어 필요하다면 중간에 추가처방을 할 수도 있다.

재흡연(slip)

적절한 용어가 없지만 단순 '재발(recurrence)'이라기보다 우연히, 또는 실수로 한 대 피운 것을 의미한다. 금연시도자가 강한 금연 의지에도 잠깐의 실수로 또는 주변의 약올림이나 비아냥거림으로 충동적으로 흡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후에는 대부분 재흡연에 대해 후회하거나 그동안 유지했던 금연이 실패했다는 자책감으로 망연자실해 한다. 물론 재흡연도 반복되면 재발의 위험요인이 되지만, 재흡연으로 드는 자존심 저하와 자괴감은 높은 재발률과 연관이 있다(Borland, 1990; 1992).

따라서 한번 실수로 재흡연 했다고 너무 낙담하는 그 자체가 더 해롭다. 재흡연을 쿨하게 받아들이도록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절하기

흡연 권유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튀어 보이기 싫어서 극단적이 표현 대신 소극적인 금연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안 좋아서…. 나중에 피울게…. 지금 한약 먹고 있어…."

등등의 소극적인 표현보다는 "나의 건강과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금연을 시작했으니 정말 나의 친구라면 나를 도와다오" 라고 간절하고 직접적인 거절과 협조를 구해야 한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체중

흡연 이유 중 체중감소를 위한 목적도 흔하다. 그러나 한 갑의 흡연으로 소모되는 열량은 밥 한공기에 해당되는 200~300Kcal 정도다. 보통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 소모하는 시간은 5~7분 정도다. 하루 한 갑을 태워 없애는 시간만 100~140분 정도이며 흡연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커피나 음료를 같이 마시며 다른 흡연자와 수다떠는 시간을 합하면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따라서 200~400Kcal 정도의 열량 소모를 위해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하루 20분정도 더 걷고, 과자 한 봉지를 먹지 않고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체중 관리에 유리하다.

인지치료기법 : 인지왜곡과 허용적 믿음

꽤 오랫동안 담배의 이점과 해악에 열띤 논쟁을 벌였다. 한 때 담배를 예찬하던 흡연자도 금연에 성공하면 담배에 대해 장점을 얘기하지 않는다. 눈에 붙은 콩깍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연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이런 인지왜곡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2∼3년 이상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금연 했으면 다시 좀 피우다가 또 끊으면 되지 않나! 라는 '허용적 믿음(permissive belief)'이 생겨난다. 이는 재발에 매우 안좋은 증후이다.

처음에 나쁜 친구의 꾀임에 넘어갔다는 흡연 청소년의 부모님 말씀처럼 이런 믿음은 몹시 나쁜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첫 진료날 사진촬영

금연을 상담하러 온 분에게 꼭 첫날 모습을 촬영하도록 해보자, 그리고 4주,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반복 촬영해 처음 사진과 비교해 보자. 금연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얼굴이 밝아졌어요, 피부가 고와졌어요"라는 말이다. 이는 금연의지가 자칫 소홀해질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럴 때 마다 사진을 꺼내 보도록 해보자.

담뱃값 계산하기

하루 한 갑을 피운다면, 한 달이면 4500×30일 = 13만 5000원, 1년이면 164만 2500원, 10년이면 1600만원이 넘는다. 보통 20대에 시작해 50대까지 피운다면 4800만원이 넘는다. 물론 이자는 제외다. 요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한 달에 10만원짜리 복리식 적금을 30년간 붓는다면 그 총액이 얼마겠는가!

물론 흡연자는 담배의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고 싶은 신발이 우리 동네에서 16만원이고 40분정도 가야하는 곳에서 12만원에 판다면 이동거리와 가격 등의 득실을 따져 사는 것이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담배에 대한 맹목적 예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담배에만 득실을 따지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의사가 해야 할 일은 담배의 이점과 해악에 대해 의학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며 이것이 금연의 동기 부여와 유지에 중요한 요인이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이 흔히 겪는 금단 증상이나 재흡연 그리고 여러가지 스트레스나 체중 관리의 문제, 장기간의 흡연으로 인한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의 변화와 진료실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행동기법을 기술했다. 준비가 안 된 마라토너가 풀코스에 도전하면 중도 실패의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다.

금연은 마라톤과 같다. 물론 계속 뛰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는 뛰다가, 걷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다. 목마르고 지친 마라토너에게 계속 뛸 수 있도록 박수를 보내고 물을 건네는 격려자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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