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누가 폐쇄하랬나?" 황당 보건소에 의원들 '울상'
"누가 폐쇄하랬나?" 황당 보건소에 의원들 '울상'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1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진하라' 문자 보내놓고 '폐쇄명령 아니다' 말바꿔
서울 소재 의원 3곳 "결국 보상해주기 싫다는 말"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피해보상 범위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행정명령에 의한 폐쇄가 아닌 자진폐쇄의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선을 긋자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간접피해 의료기관 역시 보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한 지역 보건소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폐쇄 당한 의원들이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할 형편에 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의협신문>은 14일 추무진 의협회장·김숙회 서울시의사회장과 함께 보건복지부 경유병원 명단에 올랐던 서울시내 의원 세 곳의 원장을 만났다.

이들 의원은 모두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으로 지정된 후 담당 보건소로부터 '담당 보건소에서 안내 말'이라는 제목의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 서울 소재 한 보건소가 관내 의원 원장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메세지는 "환자 김 모씨가 방문한 시간대에 근무하지 않았던 근무의사나 직원이 없는 곳은 휴진하셔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즉 환자가 내원한 시간대에 근무한 의사나 직원이 있었다면 의원을 폐쇄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들 원장은 모드 의원 문을 약 1주일간 닫았다. 진료를 하지 않은 기간은 물론 '메르스 병원'으로 소문나 그 이후에도 환자들이 찾지 않은 기간 까지 합치면 막대한 경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소식을 들은 해당 지역구 의사회는 해당 원장들에게 보건소의 조치 사항을 공문으로 받아 놓을 것을 조언했다. 훗날 있을지 모를 보상 문제 등에 미리 대비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A 원장은 담당 보건소에 연락해 휴업하라는 명령의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소의 대답은 뜻밖에 거절이었다.

A 원장은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니 보건소 측은 '폐쇄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며 "접촉 의료진을 격리할 것을 명령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즉 '그 시간대에 근무하지 않았던 근무의사나 직원이 없는 곳은 휴진하셔야 합니다'라는 문자메세지의 뜻이 메르스 접촉 의료진을 격리하라는 의미이지, 의료기관을 폐쇄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당시 A 원장의 의원에서 해당 시간대에 근무하지 않았던 의사나 직원은 없었다. 

B 원장과 C 원장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보건소측 입장과는 달리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는 원장 1인이 전부여서 원장이 격리조치되면 사실상 폐쇄가 불가피하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폐쇄하지 않더라도 대진 신청을 한다면 의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을 보건소가 하고 있는 듯 하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진을 하더라도 소독 후 48시간 동안은 병원을 운영할 수 없고 직원들도 모두 격리된 상황이라 의원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B 원장은 "결국 정부에서 보상 안해주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얼마전 기재부에서 (의료기관의 간접피해 보상 주장에 대해) 식당에 손님 없다고 국가가 보상하느냐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지역구 의사회 관계자는 "메르스로 죄없는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고 정부가 보상에도 인색하다면 추후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의료기관이 선뜻 나서겠느냐"고 되물었다.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1∼2주를 휴진할 경우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근 메르스 경유병원으로 의사가 격리되며 병원 경영이 악화돼 폐업신청한 서울 중구 하나로의원을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작은 의원의 경우 의사는 1명 뿐이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다면 의사는 물론 간호사 등 직원들도 함께 격리된다. 해당 의원은 운영이 불가능하다. 의사가 여러명이 있다해도 마찬가지다. 경유병원이라고 공개된 의원이 운영을 계속한다 해도 환자들이 찾아온다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장들 입장에선 메르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행정명령에 의한 폐쇄가 아닌 자진 폐쇄의 경우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정부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이 없더라도 보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C 원장은 "의협이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59개 의원급 피해 의료기관 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어떤 피해에 대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해당 의원들에 자세히 알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추무진 의협 회장은 " 피해본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로 부터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보상안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며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회원들이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알리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