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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모인 병원장들 "정부 메르스 대응 실패"

국회에 모인 병원장들 "정부 메르스 대응 실패"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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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파견 역학조사관들, 입원환자·의료진 조치 없어
입원환자 관리지침도 못받아...소송까지 당해 '자괴감'

▲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메르스 사태 초기 환자 발생으로 병원폐쇄나 코호트 격리조치를 당한 의료기관장들을 증인으로 불러 메르스 초기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보건당국의 메르스 사태 초기대응 실패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장들의 증언에 의해서 확인됐다. 사태 초기에 보건당국이 파견한 역학조사관들은 메르스가 사망률은 높으나 감염성이 낮다며 메르스 발생 사실을 공개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10일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이하 메르스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초기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의료기관을 폐쇄했거나 코호트 격리조치를 당한 의료기관장들의 초기 메르스 대응 상황을 들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 이장원 평택굿모닝병원장, 박창일 건양대병원장, 오수정 대전대청병원장, 유규형 동탄성심병원장 등은 보건당국이 파견한 역학조사관이 초기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고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격리조치만 지시했을 뿐 나머지 입원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메르스 1번 환자가 발생했던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은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병원에 와서, 메르스는 비말에 의해 감염되며 감염자의 2m 내에서 1시간 이상 노출된 사람만 감염 의심자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통보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자체판단으로 21일부터 23일까지 19명의 입원환자를 퇴원시켰고 그 사실을 역학조사관에게 알렸다. 역학조사관으로부터 메르스 환자와 감염 의심자 이외의 입원환자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지시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입원환자를 퇴원시킬 당시 메르스 발생 사실을 인지시키지 않았다.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발생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정보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병원 이사장이 역학조사관에게 병원 자진폐쇄(코호트 격리)를 요청했다. 당시는 코호트 격리라는 개념을 우리도 역학조사관도 몰랐다. 그러나 역학조사관은 요청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머지 4명의 병원장들도 질병관리본부나 역학조사관으로부터 발열환자 발생 시 보고하라는 지시 이외에 입원환자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지시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허영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메르스 사태 초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메르스 지침을 참고해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에 메르스 환자의 2m 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초기 WHO 지침에 따르다 보니 격리조치 대상자가 많지 않았다. 20일 당시에는 의료진도 격리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장에 파견된) 역학조사관들의 판단에 따라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에 신상진 메르스특위위원장은 "왜 입원환자에 대한 지침이 없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조치가 있어야 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것을 안 해서 평택성모병원에서 큰 구멍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증인으로 출석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장들.
병원장들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메르스 피해 환자들과 함께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는 깊은 자괴감을 피력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소송을 당한 건양대학병원 박창일 원장은 "민간병원이지만 병원경영을 접어두고 메르스 환자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145번 환자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했다는데 솔직히 자괴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145번 환자에 대해서 최선 다했다. 발열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신속히 격리조치를 했고, 검체를 보건당국에 보냈으며 확진되자마자 치료병원으로 이송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관리가 잘못됐다는 환자측 변호사의 발언을 언론을 통해 듣고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탄성심병원 유규형 원장 역시 "난감하다. 최선을 다해도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있다. (환자 유가족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원장 말에 공감한다. 유가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병원과 의료진들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 이기병 원장 역시 "메르스 사태는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당한 문제다. 의료 종사자들의 고통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한편 병원장들은 메르스 사태 피해로 인한 고통도 털어놨다.

이기병 원장은 "메르스 사태로 장기간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고 환자도 급격히 줄어, 일반직원들의 월급을 50%만 지급하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더 큰 폭으로 월급을 줄인 상태"고 토로했다.

유규형 원장 역시 "환자가 메르스 사태 전에 비해 90% 정도 줄었다며 보건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병원이라도 사태 종료 후에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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