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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우려되는 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혼란 우려되는 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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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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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런 와중에 통계청이 혼란을 보탠 일이 발생했다.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고시를 1일자로 공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새 질병·사인분류가 의무기록자료를 비롯해 사망원인통계조사 등에 쓰이게 되는데 이번 7차 개정에서 한의병명의 영문표제어를 'Disease Name of Oriental Medicine'에서 'Disease Name of Korean Medicine'로 바꿔버린 것이다.

통계청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내 보건·의료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통계의 국제 비교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설명했지만 당장 현대의학과 한의학과의 혼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2010년 KCD 6차 개정에서 '한의분류'의 통합작업을 한 바 있으며, 당시 의료계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불일치로 인한 혼란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며, 반발했다.

당시 KCD의 한의학 코드는 한의학에서 고유하게 쓰이는 한의병명과 한의병증, 사상체질병증을 특수목적코드(U코드)를 이용해 분류를 강행했다.

통계청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번 7차 개정에서는 한의병명의 영문표제어에서 'oriental'이란 단어를 삭제하고, 'korean'를 삽입했다. 한의학에서 쓰이는 질병명이란 개념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oriental' 대신 'korean'을 삽입함으로써 현대의학의 질병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오히려 개악한 것이다.

의학과 한의학은 의과학적 유사성이 전혀 없을 뿐 더러 현재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여서 이를 표현하는 각각의 용어는 명확히 구분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런데도 한의분류코드를 의학분류코드로 통합하겠다는 것은 한방코드가 현대의학코드로 오인되는 혼란 뿐 아니라 국제통계기호 분류 개념 및 질서에 혼선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의사협회가 6월말 통계청을 항의방문하는 등 반발하자 통계청은 1일 보도자료에서 의학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질병용어' 정비에 대한 의견은 구했는지 몰라도 '한의분류'에 대해서는 의료계로 부터 어떠한 의견조회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6차 KCD개정 때도 의료계는 통합안에 대해 반발한 바 있는데 당시 의료계의 저항을 의식해 '한의분류'에 대한 의견조회는 아예 건너 뛴 것이 아닌지 의심을 떨칠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표명했다. 물리적이고 인위적 통합이 가져올 혼란과 진단 오진 등 국민건강에 미칠 위험성이 심각히 우려되는 만큼 통계청은 고시를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내년 1월 1일 전에 이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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