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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를 웰니스 제품으로?" 업체들도 '갸우뚱'
'의료기기를 웰니스 제품으로?" 업체들도 '갸우뚱'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0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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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까다로운 의료기기 품목 줄줄이 취하 불보듯
"중국산 저가품 대량 수입될 것...국민 건강 위협"

의료기기 일부를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초 7월 1일로 예고한 웰니스 제품 기준안 시행 일시를 연기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앞서 식약처는 사용목적이 의료용인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위해도가 낮으며 일반적인 건강 상태 또는 건강한 활동의 유지·향상 목적인 경우에는 '웰니스'로 구분하도록 기준안을 만들었다. 웰니스 제품은 의료기기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며 사전 허가심사·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등 의료기기에 적용하는 의무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없게 된다.

사실상 의료기기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조치이지만 업계는 오히려 우려하는 분위기다.

A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의료기기는 허가절차부터 표시기재나 광고 사전심의 등 사후관리가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웰니스로 변경해 규제 없이 소비자 판매가 가능하다면 굳이 의료기기 품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품목을 취하하고, 웰니스용으로 편리하게 유통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웰니스에 대한 사후관리가 없다보니, 유통 후에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A 관계자는 "결국 중국의 저가제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제품들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니 한국으로 오는 진입장벽이 없어지고 너도나도 '웰니스' 제품으로 둔갑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제품에 밀려 국내 산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저질 제품으로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B 업체 관계자는 "혈당측정기의 경우, 본인의 혈당조절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기인데 웰니스 제품으로만 판단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혈당인데도 웰니스 기계의 오류로 고혈당이 나와서 인슐린 주사를 맞을 경우, 결국 저혈당 쇼크가 와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B 관계자는 "일반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고 혈당기를 웰니스로 구분한다면, 혈당기의 정확도는 어느 누구도 보증할 수도 없고 규제할 수 없다. 환자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굳이 완화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접근해 국민 건강의 위험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웰니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됐다. C업체 관계자는 "식약처가 편리성만 따지다보니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안전성을 어떻게 규제할 건지도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만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혈압 측정은 만성질환에서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도, 정확도도 떨어지고 단순히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혈압계로만 생각한다면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C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웰니스로 점차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의 기준안처럼 생명관련 의료기기를 웰니스로 바꿀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단계를 나눠서 가벼운 부분부터 차근차근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성급하게 웰니스로 만들어 가기 보다는 의료계와 의료기기업체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니스 기준안이 특정 기업을 위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제조사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할 때는 개선이 안되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심박기능 센서 탑재 이후 스마트폰을 이용한 웰니스 제품이라고 기준안을 내놓고 있다"며 "대기업의 편의만 봐주는 개선안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웰니스 기준안 모호해...의료기기 등급 세분화 필요

의료계는 웰니스 기준안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종률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기준안에 의하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처치 등의 목적만 아니면 위해도가 낮은 제품은 모두 웰니스의 분류에 속하게 될 것"이라며 "기준안에서 명시하고 있는 웰니스 제품 범주대로라면 기존의 의료기기에서 파생된 기기가 다수이다. 이런 기기들을 의료기기로 분류하지 않고 별도의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만약 웰니스 제품 기준안대로 만들었지만, 누가봐도 의료기기로서 이용된다면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웰니스가 실제로 낮은 수준의 자극이라 하지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해부학적?생리학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는 "예를 들어 '산소포화도 측정'제품이 웰니스라고 했을때, 환자는 산소포화도 측정 결과만을 가지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 제품이 의료기기도 아닌데 단순히 웰니스 제품을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결국 다시 산소포화도를 검사하는 등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웰니스라는 모호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등급을 세분화해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의약외품이 있는 것처럼, 의료기기외품을 만들어 관리하거나 의료 또는 바이오 기능이 첨부된 공산품을 어떻게 분류 할 것인지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모호한 기준안을 통해 미용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이끌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웰니스 제품을 시작으로 각종 규제가 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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