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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 메르스 환자 20일간 사투 끝 퇴원

보라매병원, 메르스 환자 20일간 사투 끝 퇴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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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위해 3개과 교수진, 경력간호사 2개조 등 다수 의료진 참여
윤강섭 병원장은 "공중보건체계 및 의료의 질 향상 위한 고민해야"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병원장 윤강섭) 음압병실에서 치료 중이던 소위 '600㎞ 메르스 환자'로 알려진 50대 환자 A씨가 20일간의 사투 끝에 완쾌, 퇴원했다.

평소 건강하던 A씨는 부인의 간병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 증상의 발현 후 환자 A씨가 겪었던 여정은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의 열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여서 주목받았다.

A씨는 지난 6월 11일 강원도 춘천의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 발열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스스로 춘천의 B대학병원을 찾았다. 그 곳은 국가치료병원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적절한 격리시설이 없어 임시 대기소에 머문 후 보건소 차량을 이용,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역시 격리병실이 없어 증상이 있음에도 다시 춘천 자택에 자가격리 상태로 있어야 했다.

A씨는 6월 12일 자가격리 상태에서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후 급히 영동지역에 있는 강릉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미 환자의 상태는 악화됐고 강릉의료원은 우리나라의 보통의 의료원과 마찬가지로 중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전문 의료진이 없었다. 6월 13일 자정을 넘겨서야 수소문 끝에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의 음압격리병실에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

이 환자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착 당시 환자 상태는 매우 위중해 대기하고 있던 마취통증의학과 팀에 의해 신속히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하지만 폐로 들어가는 산소의 농도를 100%를 주입해도(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중 산소는 21%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포화도를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폐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것. 도착 당시 당직을 서면서 환자를 진료했던 방지환 교수(감염내과)는 "15분만 병원에 늦게 도착했어도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간의 100% 산소흡입에도 호전이 없자 의료진은 에크모(ECMO:일시적으로 폐의 산소교환기능을 대신하는 기계) 장치까지 삽입 후 최선의 유지요법을 진행했다.

환자가 너무 불안정했던 탓에 에크모 시술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가망 없는 환자에게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냐며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호흡기, 에크모 기계를 비롯해 심장초음파기, 각종 주사제 투여기 등이 투입돼 평소 4인실로 사용했던 음압병실이 의료기기로 가득 찼다.

이 환자의 진료를 위해 다른 중환자실의 병상 일부를 폐쇄하고 중환자 경력 간호사 2개 조를 투입했다. 기본진료는 감염내과 교수, 인공호흡기의 관리 및 폐기능의 보존을 위해서 호흡기내과 교수, 에크모 장치의 시술 및 유지를 위해서는 흉부외과 교수를 비롯한 에크모 전담팀이 투입됐다.

1명의 중환자를 위해서 4∼5명의 교수와 2개조의 중환자 전담 간호사, 그 외 다수의 전공의와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이 밤낮으로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환자 진료에 참여했다.

이같은 20일 동안의 의료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험난한 과정을 끝내고 환자는 회복해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박상원 교수(감염내과·감염관리실장)는 "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만약 똑같은 환자가 다시 발생한다면 역학적인 조치는 물론 치료를 위해 신속히 보라매병원과 같은 전문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종감염병 및 중환자진료는 시설과 몇 사람의 전문가가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유능한 팀이 사전에 만들어지고 훈련돼야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윤강섭 병원장은 "이번 경우는 환자 1명을 살리기 위해 병원의 많은 인적·물적 자원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사명감이 투입됐다"며 "일상적인 진료에서 이 정도의 자원을 투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 및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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