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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책 이대론 'NO'...'전쟁준비' 수준돼야

감염병 대책 이대론 'NO'...'전쟁준비' 수준돼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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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은 유행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이 메르스 사태 일으켜
이종구 교수, 메르스 사태 교훈 삼아 더 강력한 대책 수립 주장

이종구 교수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유행을 막는 대책'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수준의 대책'으로 격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유행으로 초래된 우리나라의 보건안보 위기와 국제적 안보 위협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감염병 전쟁'을 준비하는 수준에서 예방과 준비, 조기발견, 신속대응, 피해경감, 사회회복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한국-WHO 메르스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는 1일 오전 10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메르스 현황과 향후 대응방안' 원탁토론회에서 "감염병은 유행만 잘 막으면 된다는 생각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취약한 문제점이 골고루 드러났다"고 진단하면서 "역학조사 미흡, 병원감염예방조치 미흡, 접촉자 추적과 격리조치 미흡 등이 총체적으로 섞이면서 보건안전망에 구멍이 났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사스 등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이 축적됐음에도 그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남지 못해 제대로된 역학조사관조차 키워내지 못했고, 200여억원을 들여 병원감염예방 시설 지원을 했지만 일부 병원이 1∼2개의 음압병실을 갖추는 정도에 그친 것은 물론 병원자체적으로도 감염병예장조치를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추적관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도 뚜렷한 권한이 없어 행정력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지역사회 감염을 고려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하는 것에도 혼선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역학조사과 교육자들은 일반행정 내지는 역학조사를 가르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학문적 연관성을 무시한 보건복지부 지침을 근거로 무작위로 뽑아 훈련,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고 말했다.

신종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국제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수준과 우리나라의 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국제보건안보(GHSA)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

이 교수에 따르면 2000년 일본은 신감염병예방법을 만들 때 에볼라를 '1군'으로 하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병원을 지정하는 등 격리시설준비아 피해 극복 전략을 만들었고, 에볼라 이후 해외유행조사를 위한 국제역학조사관을 신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법령을 참고는 했는데, 해외 유입을 '1군'으로 하지 않고 이보다 낮은 '4군'으로 규정했다.

2003년 사스를 경함한 중국은 특별조치를 할 수 있는 위기대응 특별법 체계를 만들었고, 홍콩은 40개 병원에 감염예방 1인용 음압시설 4000병상 만들었다. 또 미국은 인플루엔자 유행이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국 CDC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실제로 중국은 각 성에 CDC를 만들어 운영 중이며 CDC 인력만 20만명 정도이다. 우리보다 앞서 환자로부터 바이러스 분리동정과 유전체 분석을 해내는 등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나라의 사망자가 현지에서 있었음에도 현지조사나 대응에 대한 법령 정비, 실전훈련이 미흡했고, 질병정책과, 감염관리과, 공중보건위기대응과로 업무가 분산돼 서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보건안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생물테러에 대해 등한시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해 신종 감염병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볼라 등 세계보건기구감시대상 감염병은 '1군'으로 지정해 격리, 추적, 업무종사제한, 폐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생물테러질병·항생제 내성균·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 그리고 퇴치 가능한 예방접종 감염병 등은 급속히 전파돼 우리사회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중점위기관리 감염병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 질환을 관리하는 병원 지정은 물론 전 병상의 2.5%의 음압병실을 확보해야 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도 음압병실을 만들어 준비하고 이들 병원 안전비용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7월 1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메르스 현황 및 종합대책'을 주제로 제91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감염병 감시망을 대폭 확충해 고위험 감염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것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속한 병원체 확인을 위해 전국실험실망을 구축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은 물론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연구개발, 보고통신체계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감염병 위기관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구축과, 국내·외 위기소통 강화, 감염병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사회건강성복원 및 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중보건 위기 상황별 의약품도 국가 차원에서 재정을 투입해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중앙에 질병관리청, 시도에 감염병관리본부, 시군구에 응급대응센터를 두어 지휘체계를 명료하게 해야 하고, 질병관리청에는 중앙지휘소와 역학조사센터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염병 미디어 센터를 만들어 과학적 조사결과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가공해 인터넷 홈페이지, SNS, 유트브 등에 제공해 유언비어 등이 난무하지 않도록 하고, 각국 언어로 된 자료를 생성해 국제기구 및 국제 언론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 국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이혁민 교수(가톨릭관동의대 진단검사의학과)는 "우리나라는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치료보다는 경험적 또는 대증적 치료를 우선하는 문화가 있다"며 "첫번째 환자의 진단이 늦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진단검사는 민관합동으로 미리 치밀하게 준비되고 훈련돼야 하며, 민간시설에서도 생물안전에 대비한 검사실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해관 교수(성균관의대 예방의학)는 "메르스 유행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성을 관통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신종 감염병 대책으로는 해외 모니터링 사이트의 확충 및 운영, 의학교육에서 감염병 및 재난대비에 대한 교육 강화, 검역체계 강화, 역학상비군(정규요원) 확보 및 운영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성승용 교수(서울의대 미생물학)는 "상업적 가치가 없는 백신의 개발을 위해 공익적 목적의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실시간 바이러스 돌연변이 모니터링 및 최소 부작용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 R&D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율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는 "메르스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앞으로 전문가(역학조사관)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속가능한 예산 편성 및 집중 투자 분야에 대한 법령정비가 필요하고, 신종 감염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한번도 국제역학조사관을 파견한 적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조직정비를 통해 국제적 차원에서의 대응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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