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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사태를 끝낼 장대비를 기다리며!
메르스사태를 끝낼 장대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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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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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의학도수필문학상 공모에 즈음해서)

▲ 신종찬 (대한의사협회 한국의학도수필문학상 조직위원장)
올해도 전국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국의학도수필문학상>을 공모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의사수필가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를 개최한 지도 벌써 다섯 해가 됐고, 이제는 의학도 여러분들의 정기적인 문학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창밖에서 어둠을 뚫고 요란한 개구리소리가 들린다. 가뭄이라 단비를 기다리는 것일까? 습도가 높으면 메르스가 힘 못 쓴다니 억수처럼 장대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마침 주말이라 TV에서는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방영되고 있다. 지금 상황은 무척 위급하다. 왜군의 침입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져 있고 사방에는 역병이 유행해 민심이 흉흉하고 선조임금은 백성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는 이 나라에 왜적의 침입이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은 중동지방에서 들어온 신종 바이러스병인 메르스의 침입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위급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인들이 직업적 사명감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후 유성룡 선생은 <징비록>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지만, 그토록 처참했던 것은 우리의 몫이다. 조짐과 경고가 있었으나 대비하지 않았고, 장수가 돼서는 안 되는 말만 앞세우는 문약한 자들이 장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말하자면 국제정세에 어둡고 평화가 계속되니 위기에 대비 않고 안이한 세월을 보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국제 관계처럼 크거나 개인 사이처럼 작은 관계인,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임진왜란이나 메르스사태처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하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정치적 동물이라'하였으며, 정치에 무관심하면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했다.

서양에서 철학·과학 및 예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습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의사였다. 그는 세심한 의사의 눈으로 인문학을 바라보았기에 여러 방면에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고 한다.

의사들은 흔히 복잡한 사회를 떠나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평화로운 '단순한 삶'이야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자 니체는 "단순한 삶이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을 누리려면 아주 지적인 사람들보다 지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사는 지혜도 열심히 배우고 깨우쳐야하며, 복잡한 사회가 우리를 단순하게 살도록 내버려둔 적이 없을 성싶다.

우리를 단순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증거가 임진왜란이고 메르스 사태이다. 비극적 재난인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전문가가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해 평화로울 때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나라나 개인이나 위기에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을 진실하게 보고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한 때문이다.

의사출신 시인인 마종기 선생은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끝나면 너무나 아깝다. 꼭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 아니고 인간학이다. 의사가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만 잘 갖춘다면 아리스토텔레스처럼, 프로이트처럼, 김용 세계은행 총재처럼 인류사회를 위해 할 일이 너무도 많을 성싶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의학교육 기간의 2/3동안 인문학을 배운다고 한다. 의학은 가장 인문학적인 자연과학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성공한 의사가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의학교육에 인문학과정이 매우 부족해 의사를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자로 오해하고 있다.

이런 오해로 외국과는 달리 비전문가인 행정직이 의료정책을 담당한 것이, 메르스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이런 모순도 남이 풀어주는 것이 아니고 의사들 스스로 풀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의학교육에 인문학을 도입해 의사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인문학 중에서도 수필문학을 배우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성싶다. 수필은 가치 있는 경험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 장르이다. 의사들에게 수필문학이 가까운 이유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고정관념을 벗어나 상대방을 새로운 입장에서 바라보게 해줘 남을 이해하고 설득하게 해준다. 공자는 문(文)이란 예악(禮樂)과 더불어 사물의 훌륭한 본질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했다.

의학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배우는 것이다. 의학도가 문학에 대한 이해까지 깊을 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영역은 아주 넓을 것이다.

올해도 많은 의학도들이 응모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벽 창문을 열어보지만, 맑은 하늘에 여름 새벽달만 청초하다. 간절한 장대비는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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