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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뇌사자 장기기증 5명에 새 생명
30대 뇌사자 장기기증 5명에 새 생명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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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서 뇌사판정...심장·폐·간·신장 기증

▲ 김지일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팀)를 비롯한 20여명의 의료진들이 박 씨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도를 하고 있다.
뇌사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

고 박성민(남·38세)씨는 지난 22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려졌다.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검사한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응급 뇌수술을 받았으나 23일 새벽 뇌사 소견을 보였다.  

평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았어야 했기에 가족들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 가족들은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임종을 맞이하자며 장기를 기증키로 마음을 잡았다.

23일 뇌사판정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과계중환자실로 자리를 옮긴 박 씨에게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김지일 교수(장기이식팀 혈관·이식외과)를 비롯해 전국 각 이식병원에서 상경한 20여명의 의료진들이 박 씨를 위해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박 씨는 심장·폐·간을 비롯해 두 개의 신장을 남겼다. 말기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섯 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고인의 부인 이 씨는 "남편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장기라도 세상에 남겨 어딘가에 내 남편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과 상의해 기증을 결심했다"면서 "남편의 장기를 받은 분들이 어디에 계신지는 몰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을 집도한 김지일 교수는 "뇌사자 이식은 스페인의 경우 인구 100만 명 당 35명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만 명 당 8.69명에 불과하다"면서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한 장기를 이식받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 뇌사자 가족의 고귀한 결정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은 "서울성모병원은 1993년 첫 뇌사 장기기증 이후 이번에 300명이 뇌사 장기기증을 해 말기 질환으로 고통 받는 1189명이 장기를 이식받아 새 생명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뇌사 기증자를 위한 장례미사·추모미사·연미사 등 가톨릭 전례를 통해 고인들의 숭고한 정신과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으며, 26일 발인한다. 장지는 용인 평온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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