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메르스, 그 이후를 위하여
메르스, 그 이후를 위하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6.23 12: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석 한국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다 다소 진정되나 싶었더니 다시 오늘(21일)만 3명의 환자가 발생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은 우리나라에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엿새 동안 16명이 사망해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홍콩 독감의 유입과 무관하게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는 독감 유행기간 이전에 만일 메르스를 완전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고열과 기침을 동반한 감기 환자와 메르스 환자의 구분이 쉽지 않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통제불능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8월초까지는 메르스를 막아내고 현재 잠복기가 14일로 되어 있지만 2주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도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3주 정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음을 확인한 다음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가을 독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돌입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상황에서 다소 발생자 수가 줄고는 있으나 한 명의 환자만으로도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일 뿐더러,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와 병의원들의 경영악화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동원할 수 있는 각종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비상시국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자랑했음에도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문제점들을 차분히 파악해 기록했다가 비상 상황이 종료된 후 의료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미 메르스는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실추했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방한 취소자만 12만명에 이른다. 7~8월이 관광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며 공기 청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특급호텔의 취소율도 50% 이상이라고 한다.

보수적인 금융연구원도 한달 이내에 메르스가 종식될 경우 경제 성장률이 0.1%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메르스 사태가 3개월 동안 지속될 경우 모건 스탠리는 0.8%,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1%, 그리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사회적 비용이 20조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작년도 GDP가 1426조임을 감안하면 10~20조 정도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4인실 이상 일반 병실 확보의무가 50%에서 70%로 강화되는 개정안이 8일 입법예고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일반 병실 강화가 가져오는 장점은 충분히 있다. 일반 병실을 구하기 힘든 환자들의 고충과 1~2인실의 만만치 않은 병실 부담료를 감안할 때 그 취지에는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 유독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창궐하는 이유는 기후 영향도 있겠지만 다인실 위주의 병동, 보호자와 면회객의 자유로운 출입, 간병인 제도, doctor shopping이라고 하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문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 보건소와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병원의 역할과 의료 전달 시스템 그리고 일단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 부서간의 공조 시스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상황이 종식된 후에 모든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고려해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리하면 응급 상황의 종식을 위한 비상한 노력과 그 이후의 시스템 개혁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특히 메르스 종식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보건복지부가 지금 이 시점에서 입법예고를 한 것을 보면서 혹시나 이 사태가 진정되면 슬그머니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저비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경제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이번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의 몇 분의 1만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고 의료전문가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데 투자했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초기 진압에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스·신종 플루·에볼라·메르스·홍콩 독감에 이어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 문제를 일으킬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의 환경 파괴와 유전자 변이가 쉬운 바이러스 특성상 더 심각한 상황이 올 확률은 매우 높다.

따라서 소를 잃은 것을 계기로 최고의 외양간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이번 메르스로 희생된 사람들의 희생을 의미 있게 하고 직간접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