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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인심' 이래도 되는 것인가?
'메르스 인심' 이래도 되는 것인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6.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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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필(서울 성동·김주필의원/전 대한의사협회 감사)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 듣고 본 줄 알았다.

부모가 종합병원에 다니는 의사의 자녀들을 파악해 명단을 작성하고 등교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었다니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우리끼리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고 선진국이고 생활 수준이 세계 제일일 정도로 잘 산다고 한다. 교육열 또한 높아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준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 뒷받침할만한 정신문화 및 도덕 수준은 아마 세계 꼴지가 아닌가 생각 된다.

그저 뭐 하나만 있으면 그것이 전부 인양 온 나라가 벌집 건드린 듯 하고 그것 하나에 온 국민이 모든 것을 걸고, 다른 모든 것은 포기하는 듯한 행태가 안타깝다.

내가 의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의사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길은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의무만 강조 당하고 권리나 권익은 깡그리 무시 당하는 작금의 의사들을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또한 선배 의사로서 이런 지경이 되도록 보고만 있었다는 것이 심한 지괴감에 빠지게 한다. 슬픈 일이다.

요즘 각 가정에는 대개 아이들이 하나 아니면 둘이다.

그리고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는다.

한둘만 낳아도 충분히 잘 키워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단산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게 다 의사와 병원을 믿고 그런 것이 아닌지?

만일 옛날처럼 동네에 홍역이 한번 돌고 나면 아이들의 1/3이 죽어나가고, 천연두가 돌면 걸린 아이들 대다수가 죽어 나가는 일이 지금도 있다면 누가 아이 둘만 낳고 마음이 편하겠는가?

다섯,여섯은 낳아야 그런대로 마음이 놓이지 않겠는가.

옛날에는 천연두나 홍역이 있으면 환자(대개 어린이)를 방에 놓고 못나오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금은 종두의 개발로 천연두는 아주 사라지고 질병마다 백신의 개발과 치료법 및 약제의 개발로 수 많은 질병을 퇴치해 안심하고 애들을 키우는 세상이 됐다. 이것이 다 누구의 노력과 희생에 의한 것인지를 알아주지는 못할 망정 의사 자녀라는 이유로 등교를 자제하라니 이런 배은망덕에 상식 이하의 일들이 어디에 있는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미국 어느 주에서는 백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흑인들이 살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로 흑인이라도 의사인 경우에는 입주해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의사에 대한 예우를 하는 선진국도 있는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더니 옛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는가 보다. 이번 메르스 경우에도 전문적인 의료인들과 정부의 유능한 행정요원들에게 맡기고 정치인들은 뒤에서 이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잘 해낼 수 있을 텐데 잘 알지도 못하는 자치단체장이 헛소리나 해서야 어디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겠는가?

제발 자기자리나 잘 지키고, 나만 살아 보겠다는 알팍한 마음들은 다 버리고 같이 도와 가면서 질병 퇴치에 최선을 다 하여야 되지 않을까….

왠지 자기 몸을 던저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이수현 의사의 일본 훈장 수여가 생각나는 것은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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