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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병원 내 공기전파 가능성 있다"
"메르스, 병원 내 공기전파 가능성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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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공기전파 가능성 부정이 메르스 확산 막지 못해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등 주장...정부 대응 잘못 지적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MERS-CoV)가 크기가 작은 경우 공기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은 공기전파 가능성을 부정한 보건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과 상반된 것으로, 만약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공기전파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그에 따른 대책이 메르스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등(김경희·조용민·김상후)은 <대한의사협회지>(JKMA) 6월호에 '한국 메르스 감염의 역학현황과 공중보건학적 대응조치 방향'이라는 특별기고를 통해 메르스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재욱 소장 등은 '에어로졸'과 '비말'의 과학적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보고서를 종합할 때 공기전파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에어로졸(aerosol)은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방울이 기체에 떠다니는 것을 의미하며, 대체로 크기는 0.001㎛에서 100㎛ 이다. 과학적인 정의는 장시간 동안 먼 거리를 부유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에어로졸은 공기운반입자(airborne)로 분류하고 그에 비해 크기가 큰 에어로졸은 비말(droplet)로 분류한다.

즉, 에어로졸에 의한 전파는 직접접촉에 의한 '비말전파'와 '공기전파'의 두 가지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최 소장 등은 "비말전파는 일반적으로 재채기·기침, 그리고 대화 할 때 또는 숨을 내쉴때 이루어지며, 공기전파는 비말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남기는 5㎛ 크기 미만의 비말핵이 공기중에 장시간 부유하면서 이루어져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Chao 등의 실험연구 결과에서 비말이 평균적으로 기침을 할 때는 11.7m/s, 말을 할 때는 3.9 m/s의 빠른 속도로 퍼지는 것으로 나왔으며, 비말의 평균 크기는 기침을 할 때 13.5㎛, 말을 할 때 16㎛ 이며, 관찰된 비말 중 5㎛ 미만의 작은 비말도 존재했다.

또 작은 크기의 비말은 빠르게 증발돼 더 작은 크기의 비말핵(droplet nuclei)을 남겨 공기의 흐름을 따라 장시간 부유하며 널리 퍼지는 것으로 보고됐고, 비말핵은 입자가 작아 하부호흡기에 깊숙이 침투 될 수 있다고 Chao 등이 밝혔다.

결과적으로 5㎛ 크기 미만 비말 또는 비말핵은 공기전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2014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관리지침(2판)'은 밀접접촉자를 '확진 또는 의심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자(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자)'로 정의해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 중 전파의 원내감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최 소장 등은 지적했다.

최 소장 등은 "이 지침에 따른 밀접접촉자의 격리에 관한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조치가 불충분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밀접접촉(closecontact)의 기준을 ▲6ft(2m) 이내 접촉 또는 가운·장갑·호흡기·고글 등의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동안 입원실 또는 같은 치료 공간 안에 머무른 의료진이나 가족의 경우 ▲가운·장갑·호흡기·고글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침과 같은 전염성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관리지침 2판(2014년 12월)은 2015년 5월 24일까지 사용했으며, 미국 CDC의 밀접접촉 기준 중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동안 입원실 또는 같은 치료 공간 안에 머무른 의료진이나 가족의 경우를 제외했다.

최 소장 등은 "이러한 기준은 입원실 또는 같은 치료 공간 내에 머무른 의료진과 가족 중 2m 이내 공간에 머무른 사람만 접촉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입원실과 응급실의 접촉 관리 대상자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며 "보건당국이 감염 차단과 격리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꼬집었다.

공기전파의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근거들도 제시했다.

최 소장 등은 "Azhar 등의 연구에 따르면 MERS-CoV에 감염된 낙타를 사육하던 낙타농장에서 공기샘플을 3일간 채취해 분석한 결과, MERS-CoV에 감염된 사람과 공기샘플의 MERS-CoV의 유전자 단편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환자 치료 시 AGMPs(인공호흡기와 기관 내 삽관, 가래 제거)가 에어로졸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이에 대한 '공기전파주의(airborne precaution)'를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 등은 "메르스의 경우 SARS와는 달리 지역사회에서의 공기감염 위험성에 대한 명백한 역학적 증거가 없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메르스가 지역사회 내에서는 공기감염의 우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내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비말과 에어로졸의 공기전파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학적, 그리고 실험적 연구결과들을 고려할 때, MERS-CoV의 병원 내 공기감염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병원과 같은 제한된 공간 내에서 메르스 감염자들에게 AGMPs 등을 수행할 때 공기감염 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자료에서 제시된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하고, 입원실 또는 같은 치료 공간 안에 머무른 모든 사람들을 밀접접촉 대상자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 등은 "입자의 호흡기 출입경로, 증발 정도에 따른 비말의 크기변화, 기류에 의한 입자의 이동 경로 등에 따라 감염이 결정되기 때문에 크기에 따른 공기운반입자와 비말의 분류에 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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