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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의사들의 비애

청진기 의사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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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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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연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 최규연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로 인해 전국민이 모두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낙타말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온통 'Camel flu'가 대화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항상 드나드는 병원 정문·후문 등 모든 건물 입구마다 간호사들이 체온계와 문진표를 들고 오고가는 환자뿐만 아니라 방문객·의료진 모두를 체크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전에는 항상 북적이던 외래 대기실과 응급실·수술실이 한산하다.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진료실에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들이 오고 간다. 그 안에서는 마스크와 가운을 우주인처럼 완벽하게 차려입은 의료진이 한여름의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병원내 모든 의료진이 마스크 한 장 착용하고 혹시나 접촉 의심환자나 감염환자가 아닌지 신경이 곤두서서 문진하고 진료한다. 제일 바쁘고 정신없는 부서는 감염내과·호흡기내과 관련 의료진, 중환자실 담당 의료진, 응급실에서 환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돼 있는 의사 및 간호사들로 이들의 업무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다. 물론 내원을 미룰 수 없는 분만예정일이 임박한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담당해야 하는 산과 전문의들도 긴장 상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종일 보도되는 메르스 관련 뉴스를 보면서 답답함과 비애감에 마음 한켠이 불편해진다. '메르스 의사'라는 용어가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중파는 물론 온갖 언론 보도 매체에서 오르내린다. 급기야는 최전선에서 메르스 감염 노출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를 하고 있는 의료진의 자녀들이 학교 등교거부 및 귀가조치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메르스 확산이 의료진의 부주의와 무책임인양 몰고 가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조치 등이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고, 환자 치료를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이중고를 주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의료진은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건지, 그리고 메르스와는 누가 싸울 것인지!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관료들의 이기주의, 무책임한 언론보도, 국민의 대형병원 선호, 쇼핑하듯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 감염자들의 무신경에도 이 모든 것들을 상대로 의료진은 이 더운 날에도 방진복을 입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의사들은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이고 최고의 의료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메르스와의 사투에서 우리를 구해줄 사람은 의료진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은가?

오늘도 진료를 받으러 온 외래 환자에게 문진표를 들고 방문했던 병원을 묻는 간호사에게 화를 내던 환자와 방문병원을 숨긴 환자를 보면서, 의료진에게 쏟아지는 질타와 지적보다는 각 개인이 지켜야 할 양심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그들의 양심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지난 주 모병원에서 산전진찰을 받고 메르스를 피해 병원을 옮긴 산모의 분만과 수술로 정신없이 보내고, 늦은 밤 집에 들어와 아이의 걱정스러운 질문을 받고 맥이 빠져 버린다. 학교 선생님이 '부모가 의료인인 사람 손들어보라'는 질문과 구체적으로 '○○의료원에 근무하고, ○○○에 다녀온 의사인 사람 손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 말에 아이에게 미안해지면서 미안함의 출발이 어어없어 그냥 헛웃음만 짓고 있었다. 오늘도 답답한 마스크를 낀 채 하루종일 병원 안을 돌아 다니며 진료를 하고 있다. 최근의 사태를 겪으면서 아래의 글귀가 절실히 공감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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