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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골든타임 방치 세월호 사태와 다를 것 없어"

"재활 골든타임 방치 세월호 사태와 다를 것 없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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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마다 병원 전전...치료기간 길지만 제대로 된 치료 못받아
대한재활병원협회 17일 국회의원회관서 출범...우봉식 초대회장 취임

▲ 대한재활병원협회가 17일 창립했다. 창립식과 토론회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과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사회 등 주요 인사들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 바람직한 재활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의협신문 송성철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한국 재활의료는 초기대응에 실패한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와 다를 게 없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재활병원협회 창립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을 통해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것"이라며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복귀 훈련에 초기투자를 하지 않은 채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더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가적인 낭비이고, 전형적인 비효율"이라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함께 주최한 이 날 토론회는 '바람직한 재활의료체계 수립 방안은?'을 주제로 학계·시민단체·보건복지부·언론 등 각계 대표자들이 한국형 재활의료체계 수립 방안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제발표를 맡은 신형익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는 "재활치료에 대한 심사 규제와 낮은 수가로 인해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야 할 환자들이 2∼3개월 간격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체적으로 치료받는 기간은 길지만, 제대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치료효과는 낮다"고 현행 재활치료체계를 평가했다.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은 재활치료 보험수가가 낮아 재활의학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재원기간 단축과 조기 퇴원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노인요양병원은 재활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할 동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외래재활과 방문재활치료가 도입되지 않아 입원해야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비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 재활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사회보장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강조한 신 교수는 "효율적인 재활의료는 적은 비용으로 장애인구를 줄이고, 장애의 중증도와 가족의 부담을 낮춰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장애 인구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기 이전에 적절한 재활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재활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재활병원(병동) 제도 정립 ▲재활의료수가체계 구축 ▲뇌성마비·희귀난치질환자 호흡재활 등 과소공급 재활의료 영역 지원 ▲외래 기반 재활치료 및 방문재활치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김현배 분당러스크병원장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재활 유목민 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면서 "수준 높은 재활병원은 개인에게 기능 호전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가족에게는 가족 구성원의 가정 복귀와 의료비 지출을 줄여줄 수 있고, 사회는 국민의료비 감소와 국민복지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뇌졸중 환자 가운데 가정복귀에 실패한 1인에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10년간 약 4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김 병원장은 "연간 10만 명의 뇌졸중 생존환자 가운데 가정으로 퇴원하는 4만 명을 제외한 6만 명이 회복기치료가 필요하다"면서 "회복기치료가 필요한 6만 명 중 5%(3000명)만 더 가정으로 퇴원시킬 수 있다면 매년 1조 2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앞서 열린 재활병원협회 창립식에서 문정림 의원은 "장애로 고통받는 많은 장애인이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재활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의료계·재활병원협회·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여러 관련 단체와 함께 국회 차원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창립식과 토론회에 참석한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심재철·이명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우원식 의원 등도 재활의료체계 확립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장애인들이 제대로 재활치료를 받아 조속히 사회에 복귀하거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제도·수가 등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의협도 여러분과 함께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봉식 초대 재활병원협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장애·질병·노령 등의 문제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국민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재활의료체계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협회 창립 배경을 밝혔다.
▲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초대회장이 "국민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재활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길 없는 길을 가겠다"면서 "다함께 어렵고 힘든 길을 가자"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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