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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치료지침 권장하기 어렵다" 한의계 파문

"메르스 치료지침 권장하기 어렵다" 한의계 파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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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 "사망률 개선하지 못한 효과없는 치료" 주장
의협 한특위 "의사들 메르스 치료 위해 위험까지 무릅썼는데…"

▲ 대전 대청병원은 15일 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대청병원은 코호트격리(의료기관 내 격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계 산하 참의료실천연합이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가 발표한 'MERS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에 대해 "권장하기 어려운 치료"라고 15일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참의료실천연합은 의학계가 '메르스 치료지침'을 발표하자 "현재, 의학적으로 MERS치료에 대한 유일한 임상보고는 Lancet지에 투고된 '리바비린과 인터페론a-2a의 중증 MERS 감염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가 유일하다"면서 "여기서는 지금 양의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치료법인 리바비린·인터페론 치료가 환자의 사망률을 개선하지 못한 효과없는 치료임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미 사스(SARS) 시기에 시행된 양방치료법들을 검토한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양방치료들은 효과를 알 수 없거나 해롭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고 언급한 참의료실천연합은 "현재 양방에서 시행되고 있는 치료들은 권장하기 어려운 치료들"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MERS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을 만든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는 2003년 중증호흡기증후군(SARS)부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이르기까지 항바이러스제 치료 효과를 연구발표한 국제학술지를 비롯해 감염관련 학회 권고와 지침 등 26개 참고자료를 토대로 치료지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감염관련 학회 등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나 중증호흡기증후군(SARS) 치료에 항바이러스제의 역할이 명확히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높은 사망률과 이환율을 고려할 때 질환 초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염학회와 화학요법학회는 "MERS-CoV 감염이 확진된 환자에게는 조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고려하며, 발열과 호흡기 증상 또는 가슴 X선 사진 침윤이 있는 MERS-CoV 감염 의심 환자에게도 조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해야 한다"며 "SARS 감염에서 입원 48시간 이내에 리바비린을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학계 관계자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복합제 등이 동물시험 등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오프라벨(원래 허가된 용법과 다른 용법으로 사용하는 것)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학회와 화학요법학회가 'MERS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을 발표한 다음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경우, 현행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로피나비르 등 치료약은 메르스 치료에 허가가 없어 비용청구가 곤란했으나, 전문학회 지침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며 전문학회 치료지침을 그대로 수용, 보험급여를 결정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총괄반장은 "메르스 확진 및 의심으로 입원 시 입원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비급여 포함)도 전액 지원한다"면서 "메르스 치료비 지원은 확진환자가 처음 확인된 지난 5월 20일부터 소급해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민관합동본부에 참여, 메르스 종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메르스 치료지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감염학회와 화학요법학회 전문가들이 임상연구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한의계가 "현재 양방에서 시행되고 있는 치료들은 권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의계에서 주장하는 메르스 감염에 관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물론 사스에 관한 연구보고까지 모두 살펴보고 치료지침을 만들었다"면서 "한의계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의약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임상의사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 15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은 가톨릭 서울성모병원이 출입구에서 손 소독과 체열 측정을 통해 메르스 감염관리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2명의 의심환자를 발견,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의계 산하 참의료실천연합이 'MERS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을 "권장하기 어려운 치료"라고 주장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메르스에 감염됐더라도 치료를 잘 받으면 건강하게 퇴원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치료 효과가 없다거나 권장하기 어려운 치료라는 한의계의 주장은 도를 넘어섰다"면서 "위험을 무릅쓴 채 진료 현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치료를 방해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용상 한특위 위원장은 "한의학은 과거 감염성질환의 원인을 '나쁜 기운'으로 봤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이질·콜레라·장티푸스를 비롯한 감염병이 창궐해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 속수무책이었다"면서 "최근 들어 외국에서 유입되는 사스·신종 인플루엔자·조류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새로운 감염성질환에 대해 한의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치료지침을 권장하기 어렵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믿는 환자들이 자칫 치료를 불신하거나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도 있다"고 언급한 유 위원장은 "누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환자의 치료를 가로막고, 상해 행위를 하는 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감염학과 내과학 전문가들이 전세계 임상자료와 연구결과를 근거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제시한 치료지침을 부정한 데 대해 한의계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대 교수들로 이뤄진 한의 의료진을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배치, 한약을 투여하며 병행치료를 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메르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자는 얘기냐?"면서 "바이러스 질환에 한의학 치료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먼저"라고 일축했다.

의협 한특위는 "2004년 사스 발생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한의학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메르스 확진 환자에게 한의치료 병행을 제안하고 나선 한의사협회에 대해 "메르스 위기를 기회로 여겨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HO는 보고서를 만든 목적에 대해 중국 정부에 의해 선택된 몇몇 임상 연구들을 보고하고, 전문가회의에서 이 연구들에 대한 검토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지적한 의협 한특위는 "WHO는 사스에 대해 어떠한 치료법을 권고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각국 보건당국의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의협 한특위는 "WHO가 보고서 요약문을 통해 중국 정부가 제출한 연구들을 보고하는 것에 한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 보고서를 왜곡해서 해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한의협은 전문가회의에서 검토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연구보고서를 WHO가 권고했다는 식으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는 8일 'MERS 항바이러스제 치료지침'을 발표하고, MERS-CoV 감염이 확진된 환자와 의심환자는 조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도록 했다.

사스 유행 때 중의학을 활용한 중국은 사망률 6.6%로 성공한 반면, 홍콩은 17.7%로 실패했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역사회 감염 위주의 중국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병원내 감염이 대부분인 홍콩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숫자만 놓고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는 "홍콩은 1755명 중 의료진이 386명에 달할 정도로 병원내 감염이 확산되면서 건강이 나쁜 입원환자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중의학 치료를 받지 않은 홍콩 의료진 386명 가운데 사망은 2%(8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약 병행치료가 사스의 사망 확률을 낮추지 않는다"는 2012년 코크란 리뷰를 예로 든 한특위는 "한의협은 전 국민이 불안해하는 시국을 이용해 거짓말까지 해가며 한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복적인 거짓말은 결국 한의사에 대한 불신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특위 관계자는 "한의계는 역사적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고, 연구와 치료경험을 쌓지도 못했다"면서 "신종 바이러스질환을 어떻게 치료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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