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뽀| ② 다시 문 열었지만...메르스 병원 후유증 '심각'
|현장르뽀| ② 다시 문 열었지만...메르스 병원 후유증 '심각'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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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평소 30% 불과 "주홍글씨 어떡하나" 발동동
추무진 의협회장 "정부가 피해 보상, 반드시 관철"

 

|현장르뽀| 메르스 격전의 현장을 가다

5월 20일 첫 환자를 시작으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계에도 큰 고통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일선 의료인들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사명감 하나로 메르스 사선(死線)을 지키고 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들은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장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의료인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는 일부 학교의 비교육적 처사는 지칠대로 지친 의료인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의협신문은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메르스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장을 찾았다. '메르스 의원'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고충과 대안을 들어봤다.


①메르스 환자 14명 발생한 평택병원 직접 가보니...

②다시 문 열었지만...메르스 병원 후유증 '심각'

 

▲ 환자가 많은 월요일이지만 텅 비어있는 평택 A의원 환자 대기석. ⓒ의협신문 최원석

"병원 타격 심각...주홍글씨 어떡하나"

개원 10년이 넘은 평택 A의원은 지역에서 굳건히 자리잡은 병원이었다. 지난달 26일 이 병원에 몸살기운을 호소하는 한 환자가 찾아왔다.

30대 후반의 그녀는 "인근 병원에 입원한 딸의 병간호로 병원에서 생활했던 것에서 무리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진료를 본 원장은 그녀가 말한 인근 병원이 국내 메르스 진원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당시에는 평택성모병원 이름 조차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온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원장에게 감기 처방을 받고 떠났다.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6월 1일. A의원에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이 왔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것. 곧 역학조사팀이 병원을 방문했고 A의원 원장을 포함해 간호사 3명, 물리치료사 1명, 물리치료보조 1명이 자택 격리돼며 의원은 문을 닫았다.

▲ 안심해도 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의협신문 최원석

A의원장은 대자보를 붙이고 휴업 배경에 대해 환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격리기간이 지나 9일 다시 문을 열며 사설업체를 고용해 의원 전체에 대한 방역을 진행했다.

A의원장은 "소규모 방역업체는 메르스 확진 환자 경유병원을 맡아주지 않는다. 대형 업체 또한 일반 방역의 3배의 금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방역작업으로 들인 비용은 70만원.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 방역에 대한 비용을 각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A의원의 가해진 타격은 10일간 휴업으로 인한 손해, 방역으로 인한 손해가 전부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문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우리 의원에 대한 심각한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원장이 메르스 감염됐다는 소문, A의원에서 메르스에 걸린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문 등이 대표적"이라며 "경유한 병원일 뿐인데 지역에서 마치 범죄를 저지른 병원처럼 치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실제로 방문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휴업 이전의 30% 환자들만 의원을 찾고 있다. 유언비어가 장기화돼 주홍글씨로 박혔을 때 타격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매일 발표하고 있는 메르스 병·의원 명단에서 격리기간이 지난 곳은 빼야 한다. 문제없는 병·의원들이 지역사회의 오명을 계속해서 감당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A의원 원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은 환자들에 안심해도 된다는 현수막을 걸어놓는 것 뿐이었다.

▲ 추무진 의협 회장이 오산 B종합병원장에게 현황을 듣고 있다.ⓒ의협신문 최원석

"국민안심병원 지정에도 환자 안 와"

15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오산의 B종합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도 확진환자가 경유했던 곳으로 의료진의 격리기간은 이미 지나 모두 정상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일일 외래환자가 1000∼1200명 가량이던 것이 최근 300명이 채 안 된다.

B병원장은 "정부가 표현하고 있는 '병원내 감염'이라는 것에 환자들이 오해가 발생하고 있는 듯 하다"며 "병원내 감염이 마치 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걸릴 것 처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음압병상을 두 군데 만들었고 메르스 환자 방문시 매뉴얼을 철저히 만들었다. 부족한 형편에도 완전히 메르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해 국민안심병원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인 듯 하다"며 한숨 지었다. 

메르스 확진환자 경유 병·의원의 어려움을 들은 추무진 회장은 "일선 병·의원 의료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격리가 해제된 병·의원은 안전하다'는 대한의사협회 명의의 현수막을 제작해 해당 지역에 설치하겠다.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 명의 현수막도 유언비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날 추 회장과 만난 이강석 오산시 부시장과 왕애경 오산시 보건소장은 "현재 SNS를 통해 격리기간이 지난 병·의원은 안전하다고 알리고 있지만 부족하다면 현수막에 대한 적극적인 내부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추 회장과 자리를 함께 한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은 "6월은 병·의원들이 소득세를 내는 달이다. 그러나 일선 병·의원들의 상태가 매우 어렵다"며 "의협 차원에서 세금을 유예할 것을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14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제기된 내용이라 현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추무진 회장이 메르스 피해 병·의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최원석

현 회장은 또 "보건소 별로 메르스 의심환자 대응과 매뉴얼이 다른 상태"라며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보건소들이 일관된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회장은 "보건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알고 있다"며 "의협과 지역의사회가 힘을 합쳐 인력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역 보건소 마다 '메르스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감염병에 취약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은 메르스로 인해 의료기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메르스 대응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입은 피해를 고스란히 스스로 감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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