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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필증' 의무화, 멀쩡한 의료기기 폐기시켜
'검사필증' 의무화, 멀쩡한 의료기기 폐기시켜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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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료 '배보다 배꼽', 차라리 새 제품 구입
"중고 의료기 활성화 막는 규제" 한 목소리

중고 의료기기에 대한 검사필증 부착 의무화가 시행된지 4년여에 이르고 있지만, 의료계와 업체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한 제품을 유통한다는 취지이지만,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기기 성능에 대한 검사필증을 받은 중고 의료기기만이 유통되도록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개정했다. 중고 의료기기의 품질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사필증 의무화로 인해 의료기관이 보유한 중고 의료기기를 다른 의료기관에 직접 처분하고 매매·양도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중고 의료기기의 유통은 제조·수입·판매업자가 의료기관으로 해당 기기를 사들여 해당 기기를 검사한 후에 검사필증을 붙여, 다시 필요 의료기관에 판매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충분히 사용 가능한 중고 의료기기인데도 거래가 활성화 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위해도 낮은 기기도 검사필증 의무..."과하다"

위해도가 낮은 기기에도 검사필증이 의무화돼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는 잠재적 위해도의 정도를 고려해 181개 의료기기에 한해서만 검사필증 부착 의무를 면제했다. 하지만 범위가 매우 협소할뿐만 아니라, 인체에 위해도가 낮은 1·2등급 기기 모두가 의무 대상에 포함돼 있다.

업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자 최근 식약처는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검사필증 면제 대상을 1등급 기기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1등급 기기 이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기'나 '체외진단용 분석기기'는 면제기기에서 제외돼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용 가위나 칼 등의 기본적인 기기 외에는 여전히 검사필증 의무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 중고 초음파 장비 모습 (사진=중고 판매업체 제공)

검사 기관 수도권 몰려...기계 값 보다 검사비가 더 나와

그나마 중고 검사필증 발행 기관이 부족해 검사필증을 받기도 힘들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중고 의료기기 품질검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중고기기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지 못해 검사필증을 발행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전국 통틀어 14곳 밖에 없는 의료기기 시험관에서 검사필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검사기관이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고, 필증 발급에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의료기기 판매협회 관계자는 "식약처는 검사기관을 늘렸으니, 검사필증을 발행하는데 문제 없다고 하지만, 검사기관들은 여전히 높은 검사 수수료를 요구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진단기의 경우 중고 가격은 100만원인데 품질검사 비용은 600만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다. 전자내시경도 중고 가격은 600~700만원 선인데 검사비용 50만원에 수리비까지 합쳐서 700~800만원에 달한다.

판매협회 관계자는 "결국 검사 비용이 높아도 마진이 있는 제품인 내시경이나 초음파 등의 고가장비의 경우에만 검사가 이뤄지는게 대부분"이라며 "의료기관에서도 그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외국산의 중고의료기기를 선호하기 보다는 차라리 저가의 국산제품으로 새롭게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뜸했다.

복잡한 과정에 검사 회피 '불법유통'...행정처분 없어

검사필증을 취득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검사필증 없이 불법 유통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 검사과정에서 제품의 초기 기술문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가 없어질수도 있는 만큼, 기술문서 요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고 제품 특성상 생산 초기와 성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처음 허가받을 때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조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안전성을 검사한다는 목적은 좋지만, 검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며 "오히려 검사 과정 없이 의료기기를 기부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실한 사후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중인 중고 의료기기에 대한 사후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사필증 없이 불법으로 유통해도 행정처분이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검사필증 면제 기기 범위 확대...검사 수수료 인하해야

의료계 관계자도 검사필증 의무화가 오히려 중고 의료기기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고의료기기라도 고장이나 이상이 없는 기기의 경우, 환자 진료에 이용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충분히 이용 가능한 중고 의료장비가 결국 버려지는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필증 면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2등급 의료기기는 GMP(품질보증) 심사를 면제하고 있는데도 중고 거래시에는 중고필증 부착을 모든 제품에 강제화하고 있다"며 "위해도가 낮은 1·2등급 전체를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제조·수입업자 이외에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의료기기 전문 검사기관을 대폭 확충해 검사 수수료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가 자사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보증기간 스티커를 부착 하는 등 사용 가능 내구연한을 보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보증 기간 동안의 의료기기는 검사필증 부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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