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연, 의사가 나서야 한다"
기획 "금연, 의사가 나서야 한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06.15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면쉬운 금연치료 따라잡기 ①
의협신문 금연치료 연수강좌

아메리카 대륙에 자생하는 풀이었던 담배는 1492년 콜럼부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고, 약 백년 후 임진왜란 때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 서홍관(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그로부터 사백년 이상이 지난 지금 담배는 국민건강의 최대의 적이 됐다. 흡연은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1위인 암, 2위인 심혈관질환, 3위인 뇌혈관질환의 공통적인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흡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민건강 향상을 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많은 의료인이 각종 의사단체나 금연운동 단체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는 환자가 흡연으로 질병에 걸려 찾아온 순간부터 진료하기 일쑤였으며 적극적으로 흡연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충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의대에서 금연 치료에 대해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흡연'을 치료하지 못하는 의사는 고혈압을 치료하지 못하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자기 환자의 건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의사로 간주될 것이다.

한국의 본격적인 금연운동은 김일순 연세의대 교수와 정광모 소비자연맹 회장, 맹광호 가톨릭의대 교수 등이 1988년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창립하면서 시작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아직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성인이 되면 흡연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간주됐다. 성인남성 흡연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간접흡연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없을 때였고, 전국 어디나 흡연을 할 수 있어서 의사는 병원에서 흡연하고, 교수나 교사는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심지어 국가가 전매청에서 담배를 만들어 팔던 때였고, 금연구역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담배가 해롭다는 정보는 어디서도 받을 수가 없었다.

흡연, 사망원인 1∼3위…암·심뇌혈관 질환 공통 위험인자

그러나 27년 동안의 노력 끝에 지금은 담배와 간접흡연이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그리고 흡연이 성인남성에게는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됐으나 지금은 흡연을 정상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없다. 흡연을 비정상화 한 것이야말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금연운동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흡연에 관한 여러 자료는 아직도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담배 때문에 사망하는 국민수는 2만 8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하루에 160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담배가 일으키는 질병으로 건강보험공단이 한 해 사용하는 직접 의료비만 1조 7000억원이다.

2013년 흡연율은 성인남성이 47.1%, 성인여성이 6.2%였다. 이런 결과는 설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흡연율을 소변검사로 조사한 결과 실제 여성흡연율은 설문조사 결과보다 약 두배라는 것이 밝혀졌다. 청소년들도 설문조사 결과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흡연자는 여전히 1300만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병은 '흡연'이다. DSM-IV에서는 니코틴 의존 305.10, 니코틴 금단 292.0으로 질병분류가 돼 있는 상태이며, ICD-10에서도 F17.x 담배로 인한 정신적 행동적 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돼 있다.

급여화로 2015년 금연진료 원년될 것

그동안 금연진료에 대해서 보험급여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많은 의사들은 금연진료에 적극 개입하지 못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금연진료는 의사에게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 명의 흡연자를 설득해서 금연하도록 이끄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일이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다. 20분 동안 흡연자를 설득해 금연 결심을 하도록 한다면 큰 일을 한 셈이지만 진료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상담료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건강보험에 의한 급여가 이뤄질 것이 명백해졌고,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약가와 상담에 대해 보상하고 있어서 2015년은 의사들이 금연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흡연 의사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 흡연율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고 <타바코 콘트롤> 편집자였던 로널드 데이비스는 지적하고 있다.

첫째 전세계적으로 의료인의 흡연은 일반인에게 잘못된 모범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금연캠페인이나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보를 접할 때 "그렇게까지 나쁘면 의사들이 왜 피우겠어?"하면서 왜곡되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흡연하는 의사들은 금연진료 수행에 소극적이고, 금연을 권할 때도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의 흡연은 직무수행에도 방해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의사들의 흡연율 양상은 그 나라의 흡연율의 변동을 예측하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담배의 해로움이 알려지면, 의사들은 일반인보다 먼저 끊기 때문에 의사들이 끊기 시작한다는 것은 일반인 금연의 전 단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의사들의 흡연율이 일반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므로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환자들이 알아챌까봐 눈치보면서 흡연하는 의사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또 의사로서의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자신부터 금연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들이 금연진료에 나서면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담배규제국제협약(FCTC)'이다. FCTC는 2003년 5월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우리나라도 2005년 5월 16일 비준하고, 8월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FCTC의 주된 내용은 1.담뱃값 인상 등 가격정책(6조) 2.그림을 포함한 담배갑 경고문구, 오도문구에 대한 규정(11조) 3.담배 광고 및 판촉 및 후원 금지(13조) 4.흡연자에 대한 금연 지원(14조) 5.미성년자 담배 판매 금지(16조) 등이다. 이중 우리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14조의 흡연자에 대한 금연지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부터 흡연자를 돕기 위해 전국 보건소에 금연클리닉을 설치하고 무료 상담과 니코틴대체제를 무료로 공급하는 선진적인 서비스를 시행해 6개월간 9회의 금연상담을 하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국립암센터에 금연콜센터를 설치해서 전국 어디서나 1544-9030에 전화해 등록하면 콜센터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적극적인 상담전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흡연이라는 질병치료에 의사 적극 나서야

외국은 금연운동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흡연과 직접적인 관계가 높은 질병을 다루는 종양학 의사라든지, 호흡기내과 의사, 순환기내과 의사들은 금연진료 뿐 아니라 금연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의사들이 진료만이 아니라 금연환경을 이루고 흡연을 규제하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도 새로운 발전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의사들은 금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흡연자를 금연으로 이끌 수 있도록 금연진료를 실천해야한다. 진료하는 모든 환자에게 흡연 여부를 물어야 하고, 흡연자들에게는 금연을 권고해야 한다. 금연 결심이 서지 않은 흡연자에게는 금연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금연 결심을 한 흡연자는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통해 도와야 한다.

진료실에서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이라는 먹는 금연치료제를 처방하고, 가벼운 상담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민 건강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의사들은 스스로 금연을 실천해야 하며, 진료실에서 흡연자를 확인하여 금연으로 이끄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금연정책과 금연운동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더 바람직하게 사회에 기여하는 큰 의사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