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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한 정부 발표...병원들 "억울하다"

부정확한 정부 발표...병원들 "억울하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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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성모, 원내감염 아닌데도 '병원 뚫렸다' 오해
'메르스 병원' 낙인...수술 연기·취소 부작용 속출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정부 발표로 병원내 감염이 이뤄진 것처럼 낙인이 찍혔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치료와 감염 확산을 위해 최전선에 나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진들이 정부의 부정확한 발표와 '감염원'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메르스 감염자)2명은 '6번' 확진자와 5월 26일 서울아산병원 및 5월 28일 여의도성모병원 동일 병실에서 접촉한 경우"라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근거로 "대형병원이 뚫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병실에서 접촉해 감염됐다는 정부 발표로 인해 병원내 감염이 이뤄진 것처럼 낙인이 찍혔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도 "메르스 감염환자(6번)가 응급실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응급실 밖에 있는 환자 분류 공간에서 접촉한 것"이라며 "응급실 내 감염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의 '6번' 환자는 지난 5월 15일 메르스 '1번'(남·71세)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21일 퇴원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5월 26일 오후 5시 37분 사위와 함께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도착했다.

'6번' 환자를 응급실 입구의 환자 분류 공간까지 부축하며 안내한 청원경찰은 약 10분 사이에 메르스에 감염, '92번' 환자가 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경우 2중 문 구조로 돼 있는데 응급실 내부가 아닌 환자를 분류하는 공간에서 보안요원과 접촉했다. 환자가 머문 게 총 28분이고, 보안요원과 접촉한 것도 10분 남짓"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환자가 많아 진료가 지연되자 '6번' 환자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보건당국으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를 받지 못한 채 5월 26일 밤 응급실에서 '6번' 환자를 진료한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은 5월 27일 새벽 메르스를 의심해 중환자실내 1인 음압 격리병상으로 환자를 격리시켰다.

5월 28일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6번'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까지 '6번' 환자와 동행한 사위(남·47세)도 8일 '88번'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메르스 지침에 따라 40여명의 의료진과 직원을 가택격리하고, 70여명의 의료진과 직원을 능동감시하고 있다. 9일까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도 1차 및 2차 검사상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송석환 여의도성모병원장은 "'6번' 환자의 사위인 '88번' 환자는 병실에 체류하지도 않았거니와 체류를 할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접촉한 시간보다는 자택이나 이전 이동과정에서 접촉한 시간이 훨씬 더 길다"면서 "병원내 감염이 아닌 가족내 감염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88'번 환자와 관련해 파악하기로는 여의도성모병원의 체류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서 그렇게 평가를 했다. 어쨌든 어디에서 감염됐느냐 보다는 '6번' 환자와 함께 계속 지내면서 감염됐기 때문에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면서도 자료는 수정하지 않고 있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진료와 수술을 기피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이나 서울성모병원 등의 경우에는 메르스 의심환자 내원 단계부터 철저히 접촉을 차단,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있음에도 "메르스가 병원을 중심으로 퍼졌다. 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수술 일정을 취소하거나 진료를 연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는 A환자는 "전에는 오전에 검사하고, 오후에야 결과를 볼 수 있었는 데 오전에 다 마쳤다. 환자가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석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장은 "병원에만 가면 메르스에 감염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거나 외래 진료와 건강검진은 물론 수술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B병원 관계자는 "메르스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감염병"이라며 "내원 단계부터 의심환자를 격리해 진료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불안이나 오해를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정된 진료나 수술을 미루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오해나 불신으로 진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올바른 건강수칙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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