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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질환 대응을 위한 다섯가지 제언
신종 감염병 질환 대응을 위한 다섯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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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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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위기관리 소통체계 재편과 신종 감염병 관리체계 정상화 방향
최재욱(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최재욱(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지난 10여년간 광우병·신종플루·구제역·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현재 중동호흡기증훈군(메르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국가재난수준의 감염성질환으로 인해 국민은 반복적으로 고통을 경험해왔다.

그동안 신종 감염성질환 관리정책 및 공공의료 재난관리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음에도 여전한 초동 대응 부실과 무기력한 보건당국의 모습을 보면서 재난의료 관리의 실패와 국민과의 소통 정책 역시 과거 광우병 사태에서 보여준 것과 동일한 재판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메르스를 조기에 이겨내기 위해 현재까지의 메르스 대응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문제점과 대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메르스 확진자·확진검사 대상자 및 격리대상자 등 관련 의료정보가 의료진에 조속히 공개돼야 추가적인 의료기관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초기 대응과정에서 1번·14번·16번 등 소위 수퍼 전파자의 격리 실패로 2차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던 것을 고려 할 때, 감염자와 의심환자의 철저한 격리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 확진 환자 뿐만 아니라 의심환자들의 정보도 공유돼야 또 다른 의료기관내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사례에서 보듯 환자에 대한 정보 공유 실패로 적절한 격리가 이뤄지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둘째, 보건당국은 지역보건소를 중심으로 밀착 자가격리 관리를 실시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통제본부는 자가격리 시행과 관련, 보건당국 전문가가 자가격리 대상 자택을 방문해 자가 격리가 가능한 지를 확인하고 동시에 자가격리 대상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교육과 자가 격리 지침을 배포한다. 만일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주택이거나 자가격리 대상자와 가족들이 격리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경우는 시설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자가격리 대상자가 거주지를 임의 이탈하거나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확진에 이르기전까지의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관할 보건소장은 자가격리 대상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자가격리가 가능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가족에게 상세한 안내 지침 전달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자가격리를 실시하는 2주간 필요한 위생용품과 보호구 등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자가격리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정부는 시급히 시설격리 혹은 격리치료 시설을 확보해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대상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적절한 요양과 격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 공개·자가격리 밀착 관리 중요

셋째, 공기 전파 논란과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의 위기관리 소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공중보건 위기관리 및 소통 전문가와 공조해야 한다.

최초 집단 발생 병원의 병실내 실내 설비와 에어컨 등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것이 최근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병원내의 공기 매개 감염에 의한 가능성이 확인된 것으로 이제 메르스의 전파 경로가 "공기전파다" "아니다" 등 불필요한 논쟁으로 인한 혼란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

에어로졸은 직경 0.1㎛~100㎛ 크기의 미세물방울에 해당한다. 환경부에서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미세먼지가 10㎛ 이하의 입자를 지칭하고 1㎛ 이하의 경우 미세먼지인 점을 고려하면 전파경로와 차단 방법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본부의 '병원내 메르스 환자 감염 예방과 관리 지침'에 따르면 환자관리 표준은 '공기감염격리병실(AIIR)'이며 에어로졸 발생 시술의 경우 AIIR를 원칙으로 하되 에어로졸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 등을 기술하고 있다. 즉 예방과 관리의 측면에서 볼 때 병원내 메르스 환자 감염 예방관리는 공기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표준이다.

다만 에어로졸은 발열·두통·몸살과 같은 증상만을 보유한 메르스 환자에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공기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격리자와 증상이 없는 경우 그리고 단순 발열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 역시 공기감염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지역사회내에서의 공기감염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하나 폐렴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에어로졸 발생에 대한 격리와 차단책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계호흡기를 사용하거나 기관지내시경 등의 시술을 하는 경우 에어로졸 발생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의 환자관리와 격리는 에어로졸 감염에 대한 공기감염격리병실의 원칙을 지켜야하며, 침방울(droplet)에 의한 감염은 침방울이 튈수 있는 최대 2m 거리내 있지 않거나 환자 혹은 병실 내의 접촉 전파에 의한 차단도 함께 고려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 책임당국자의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는 일방적이고 지나친 확언 때문에 국민은 '병원 내에서의 환자 비접촉 감염은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아닌가?'라고 의아해 하고 있다. 신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위기관리 소통의 중요한 원칙인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마라'·'국민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전예방대책을 소상히 설명하라' 등 기본 원칙조차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더욱 의아해하고 불안에 떨 우려가 있다.

그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공기감염 기회는 없으나 병원 내에서의 환자관리를 위한 공기감염의 위험성은 있어 병원내 공기를 통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 최근 메르스 관련 의료정보 공개 거부와 그에 따른 혼란 초래 등 현재 보건당국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 위기관리소통의 총체적인 실패에 직면해 있다.

이는 보건당국내에 위기관리소통의 기본 원칙과 공중보건 위기관리 및 소통전문가가 없는 것에 기인한다. 시급히 위기관리소통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정상화하고 민간 위기관리소통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위기관리소통시스템 전면 개편 절실

넷째, 신종감염성질환과 예방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행정 및 인사 관리시스템의 개혁과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정상화 대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인 사회재난과 메르스 초동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안전불감증과 안이한 대처 그리고 초동 대응 실패는 특정 개인의 실수나 역량부족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예방관리 업무 종사자들이 소신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없는 낙후한 시스템의 문제가 오히려 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즉, 국제적으로 매뉴얼화된 '사전예방대응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아래 재량권을 갖고 소신 있게 사전예방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이 일선 예방관리 담당자들의 현실이다. 감염병이나 재해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가 예견된다면 0.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혹은 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다소 국민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정부가 개입해 격리 등의 선제적인 사전예방 조치로 확산을 막아야 한다.

질병의 치료에는 명확한 의학적 증거와 함께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사전 예방이 목적일 때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도 혹은 본인 동의와 상관없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할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방관리 업무는 잘해야 본전이고, 사전예방조치가 재량권 남용의 감사 대상이 돼 오히려 일을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현장의 하소연에 귀기울여야 한다. 시스템은 개선돼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신종감염병을 관리하기 위해 지자체 산하의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공공보건의료체계를 마련하고 국가감염성질환 전문병원과 공공 격리시설의 설치 등을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신종감염병질환의 효과적인 관리는 감염성질환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정상화 방안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 이 글은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욱 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대한 위기관리소통체계의 재편과 신종감염병 관리체계의 정상화 방향'주제로 발제한 내용을 기고문 형식으로 정리해 투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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