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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커뮤니케이션

메르스와 커뮤니케이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6.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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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
지금 전국을 메르스로 인한 공포가 뒤덮고 있다. 그동안 의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은 무너졌고 국제적으로도 감염병 관리에 관한 한 문제있는 국가로 폄훼되면서 각종 국제행사와 관광객의 입국이 취소되고 있다.

감염질환은 그 특성상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하면 통제 불능의 상황을 맞게 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AIDS도 초기 감염 시 접촉 했던 사람들의 격리에 실패하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발병하는 만성 질환의 하나가 됐다.

특히 신종플루나 메르스의 경우 감기나 일반 폐렴과 구분이 쉽지 않고 의료진조차도 진료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병력 청취는 매우 중요하다.

1번 환자를 진단할 수 있었던 것도 중동 여행이라는 병력을 알아냄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렇게 얻어낸 감염 환자에 대한 소중한 정보는 전국 의료기관이 반드시 공유해서 공동으로 대처해야 된다.

이미 우리는 DUR을 통해서 환자에 대한 처방을 내림과 동시에 그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보내고, 문제 있는 처방에 대한 지적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곤란하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국가 비상 상황에서는 DUR시스템에 감염 또는 위험 환자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 한다면 별도의 시스템 구축 없이 소프트웨어의 보완만으로도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정보의 비공개이다. 환자가 와서 진료를 했을 뿐인 병원과 그 병원을 이용한 사람들의 불이익은 사후에 당연히 정부에서 보전해줘야 하지만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했어야 했다. 이미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알려진 병원들을 굳이 비밀로 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과 괴담과 루머만을 키운 셈이다.

또한 메르스에 대한 정보조차도 현재 공기전파가 되지 않는 질환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는 5월 22일 '메르스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자료를 통해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고 했고, 6월 5일에는 메르스 민관합동본부에서 평택성모병원 에어컨 필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혀 혼란을 부추겼다.

물론 감염이 가능한 정도의 양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이것이 공기 감염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이렇듯 서로 다른 내용을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발표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로 메르스가 병원내 감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진실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35번 환자인 외과 의사가 아무 생각없이 1500명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해 질병을 전파했다는 식의 비상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이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진실 게임을 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이 뿐 아니라 메르스 환자가 치료받던 병원의 중환자실 의료인력이 계속 진료중이라는 질타의 보도도 있었다.

중환자실은 문자 그대로 중환자를 돌보는 곳인 만큼 상당한 경험과 팀워크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체인력 투입이 여의치 않다. 그 상황에서 만일 해당 의료진들이 모두 철수했다면 기존 환자들은 방치된 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 했을 것이다.

거의 모든 병원의 중환자실이 부족한 상황일 뿐더러 메르스 전파의 위험 때문에라도 다른 병원으로 환자 이송도 안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은 무책임하고 무지한 사람으로 매도됐다.

결국 의사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병원간의 커뮤니케이션, 언론과 의료계, 정부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제대로 안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면서 부분적인 지식만을 갖고 서로 발표를 하고 대책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2단계인 주의단계 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4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차피 심각 수준으로 인식했다면 심각단계로 올리고 상황이 진정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단계를 낮춰나가는 것이 국민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국민은 심각단계로 인식하고 불안에 떨고 있으며,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의 단계를 고집한다면 국민은 제대로 질환 통제가 안되고 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사태는 진정되고 정상적인 일상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SARS 때 땀 흘린 사람들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메뉴얼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김치가 SARS를 막았다는 식의 주장이 나온 것은 잘못됐다.

또 많은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서 신종플루를 극복했는데 음모론이 나온 것도 문제이며, 사태가 진정된 다음 관련 공무원을 인사조치하면서 사건이 잊혀지는 일만은 절대로 없었으면 한다.

최근의 추세로 보아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감염 사태가 다시 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모든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기록해 놓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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