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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뽀| ① 메르스 환자 14명 발생한 병원 직접 가보니...

|현장르뽀| ① 메르스 환자 14명 발생한 병원 직접 가보니...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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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평택 A병원 방문한 추무진 의협회장 동행 취재
"의료진 과실 아닌 정보 부족 탓...정부가 준 것 없어"

|현장르뽀| 메르스 격전의 현장을 가다

5월 20일 첫 환자를 시작으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계에도 큰 고통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일선 의료인들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사명감 하나로 메르스 사선(死線)을 지키고 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들은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장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의료인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는 일부 학교의 비교육적 처사는 지칠대로 지친 의료인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의협신문은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메르스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장을 찾았다. '메르스 의원'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고충과 대안을 들어봤다.


① 메르스 환자 14명 발생한 평택병원 직접 가보니...

▲ 1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A병원 관계자들이 추무진 의협 회장(맨 왼쪽)과 취재진에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최원석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 대부분이 발생한 A병원에게 언론과 접촉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과 SNS를 통해 사실이 과장돼 퍼져나가며 인근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A병원 이사장은 대한의사협회와 논의 끝에 <의협신문>을 포함한 소수 매체에 현장 상황을 공개키로 했다.

안모 이사장 등 A병원 관계자들은 1일 해당 병원에서 추무진 의협 회장·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과 취재진에게 메르스 최초 감염자 방문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5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최초 감염자는 11일부터 발열 증세가 나타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았다. 하지만 차도가 없자 15일부터 17일까지 A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환자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입원병실이 없어 근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부터 해당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던 감염자는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에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18명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확진 환자 중 A병원의 환자·간병인·방문객·의료진 등이 14명이나 차지하고 있다. A병원은 경증 입원환자를 모두 귀가 조치했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 대부분을 타 병원으로 옮겼다. 현재 격리 가능 병원을 찾지 못한 1명의 중환자만 병원에 남아 치료받고 있다.

▲ 최초 감염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의협신문 최원석

"의료인 과실이라고 보기에는..."

질병관리본부는 20일 A병원을 찾아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안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질본은 메르스가 대기 중에 나왔다 하더라도 수시간 내에 사멸하고 공기를 통한 전파가 거의 없어 염려할 필요 없이 마스크 착용만으로도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병원 측에 설명했다.

21일 최초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질본은 병원을 찾아 동선 확인 및 면담을 통해 밀접접촉자로 16명의 의료진을 선별해 격리 조치하고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의료진 중에서는 간호사 1인만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안 이사장은 "최근 몇몇 언론과 정부 발표에서 의료인의 감염관리 미숙으로 인해 메르스가 번졌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진이 감염병을 옮겼다면 병원 의료진 중 더 많은 확진 환자가 나와야 하는데 간호사 1명뿐이다. 해당 간호사도 열이 내리는 등 호전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병원은 새로 개원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시설도 자부할 만한 수준이다"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도 감기 환자를 보는데 장갑을 착용하진 않는다. 의료진이 환자를 본 후 손을 세척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감염에 대한 의료진이나 의료시설이 미비했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에어컨 공조기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드러냈다. 그는 "질본은 공조기에 의한 전파경로도 파악하고 있다. 이것 또한 가능성은 있지만, 환자 입원 당시 공조기를 전혀 가동하지 않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전파 경로에 대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확히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질본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병원은 30일 폐쇄됐다. 이를 두고 일부 환자들은 강제 퇴원조치라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이사장은 "정부에서 병원을 폐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의료진이 격리 조치되면서 병원을 운영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담당 보건소에 휴원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번 주중까지 메르스 확산 경과를 지켜본 후 11일 재개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추무진 의협 회장이 의료진에 대한 정부의 감염병 정보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의협신문 최원석

"정부, 지역 의료진에라도 감염병 정보 제공해야"

간담회를 마치고 확진 환자들의 병실과 병원 시설을 점검한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료진의 과실로 감염관리가 안 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추 회장은 "3월 새로 개원한 A병원을 직접 방문에 점검해보니 손세정제 등 감염관리가 통상적인 대학병원 수준으로 잘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의료인의 부주의로 감염병이 번졌다면 더 많은 의료진 확진 환자가 발생해야 하는데 간호사 1명에 불과하다. 의료진 과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역 의료진에 정부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효율적인 감염병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에 대한 진단을 함에 있어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메르스의 경우에도 초기 증상이 독감·기관지염 등 일반 질환과 비슷했다"며 "만약 지역 의사들에게 감염병 정보가 충분했다면 더 효율적으로 확산을 막았을 수 있다. 아쉽게도 메르스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 동안 의사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격리 환자들에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생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격리 환자들에게 기쁜 소식"이라며 "격리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체계를 갖추고 충분한 학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는 메르스 같은 비상 상황에서만 의료에서의 정부 역할을 상기하지 말고 평상시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추무진 회장(왼쪽)이 A병원장으로부터 에어컨 공조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의협신문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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