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9:35 (금)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공개...신뢰성 '의문'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공개...신뢰성 '의문'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21 12: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복지부 "환자 만족도 76.9%...만성질환 관리 유효"
원격 모니터링 수준, 의료기관 만족도는 조사 조차 안해

▲ 보건복지부가 1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중간평가 결과 시범사업 참여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발표했지만, 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제기에 대해 보건복지부 원격의료추진단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사진 손일룡 원격의료추진단 제도기획팀장).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77%(보통이상 만족, 91.97%)라는 시범사업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됐다. 그러나 평가주체가 다르고 평가방식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신뢰성에 의문을 남겼다.

보건복지부는 IT 기술과 의료를 융합해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만성질환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의원급 의료기관 13개소와 보건소 5개소 등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시범사업에는 고혈압·당뇨 환자 845명이 참여했다.

시범사업 참여 환자들은 가정이나 보건진료소에서 일주일에 2회 이상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해 스마트폰 등으로 측정치를 의료기관으로 전송하고 의사는 컴퓨터에 전송된 환자의 혈압,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일주일에 1회 이상 문자나 전화로 상담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2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림대학교산학협력단, 가톨릭대학교산학협력단이 참여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76.9%('매우 만족', '대체로 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에 달한다. '보통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까지 포함하면 만족도는 91.79%다.

보건복지부는 "사례분석 결과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의 만성질환 관리 등에 대한 생활습관 측면에서 긍정적 행동 변화가 있었다"며 "식이조절 운동 시작, 질병관리에 대한 관심도 증가, 약복용의 적극성 증가, 의료진과의 소통 활성화 등으로 혈압과 혈당 등 관리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중간평가 결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전체 환자의 84.28%가 원격모니터링이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으며,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됐다'는 응답률도 82.02%, '의사의 조언을 더 잘 듣게 됐다'는 응답률 역시 81.84%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체 화자의 84.3%가 원격모니터링이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높은 방법이라고 평가했으며, 복약순응도(총점 6점) 역시 4.64점에서 4.88점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환자평가 설문도구 측정 결과도 ▲환자 활성화 ▲전달체계 설계 및 의사결정 지원 ▲목표설정 ▲문제해결 및 정황적 상담 ▲추적관리 및 통합 등 총 5개 영역 중 '환자 활성화(의사결정에 환자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 영역을 제외한 4개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범사업 평가 설문조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9개소 참여기관과 참여 환자 675명, 가톨릭대 주관으로 9개소 참여기관과 참여 환자 170명 등으로 나누어 이뤄졌다.

특히 가톨릭대 시범사업에서는 전체 만족도와 정보 만족도, 향후 이용의사, 타인 권유의사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5점 만점)는 4.2±0.8로 '대체로 만족' 결과를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 10가지 시범사업 효과 사례도 자세히 밝혔다.

예상됐던 시범사업 평가결과 '허점투성이'...
손일룡 보건복지부 원격의료추진단 기획제도팀장은 20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원격의료 중간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평가결과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일단 시범사업의 성격이 원격의료인지 아니면 원격모니터링인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중가평가 결과가 거의 모두 고혈압·당뇨 환자의 혈압, 혈당 등 모니터링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일룡 팀장은 "원격의료에 원격모니터링이 들어가는데, (이번 중간평가 결과) 모니터링 결과를 주로 발표한 것은 맞다. 원격의료 모니터링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원격진료(의료)도 88건 했다. 그러나 건수가 너무 적어 유의미한 통계적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 판단해 이번 중간평가 결과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2차 시범사업 평가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팀장은 "88건이 원격진료 사례들 대부분도 고혈압, 당뇨환자였다"고 덧붙였다.

중간평가 기획, 기간, 시행 등 전반에 대한 객관성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중간평가 주체가 다르고 환자 대상 설문 기간, 설문조사 방식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 손 팀장은 "중간평가 기획과 시행은 국제적 연구기준에 의해 시행됐다. 평가 주체가 보건산업진흥원과 가톡릭대로 나눠졌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원화하지 않다. 설문기간 등과 참여 환자 수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환자들의 시범사업 참여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톨릭대 평가 결과는 자체 연구인력을 통해 진행됐으며, 보건산업진흥원 평가 방식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보건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수가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 환자 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시범사업 반대로 참여 의료기관을 모집하기 어려웠다. 참여 의원에 대해 시범 수가를 부여하는 것 이외에 행정비용에 대한 보상책이 없어서 참여 의료기관 모집이 더욱 어려웠다"면서 "열성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의 경우 70명의 참여 환자를 확보해 원격진료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참여 환자 대다수가 70대 이상의 고령층이어서 원격 의료기기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환자의 혈압, 혈당 수치를 손쉽게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다만 환자 본인이 정보를 측정해 전송하기 힘든 경우에는 가까운 보건진료소의 도움을 받거나 보건복지부가 배치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답했다.

시범사업 탈락자·참여 의료기관 만족도 조사결과는?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참여 환자들의 만족도 수치를 강조하면서도 시범사업 탈락자 수, 탈락 이유, 시범사업 불만족 이유, 의료기관 만족도 조사 결과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손일룡 팀장은 "보건산업진흥원에서 평가한 675명의 환자는 모두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시범사업 탈락자까지 모두 설문조사에 참여했다"면서도 "다만 설문조사의 다수 항목에 답변을 하지 않은 환자의 설문지는 연구자가 판단에 따라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톨릭대에서 주관한 시범사업에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참여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의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야 하는 시간적 어려움 때문에 170명 전원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정확한 설문조사 대상자와 탈락자 등에 대한 추가자료 요구에 보건복지부가 추후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보건산업진흥원 주관 시범사업 평가 결과에는 총 855명의 대상자 중 648명의 설문조사 결과만 분석에 활용됐고, 가톨릭대가 주관한 시범사업 평가 결과에는 총 170명의 대상자 중 107명의 설문조사 결과만이 분석에 활용됐다.

역시 보건복지부가 추가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시범사업 만족도가 낮은 대상자(전체의 8,2%)의 불만족 사유는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48.57%)'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수시 생체정보 측정·전송 등을 반복 이용하기 번거로워서(42.86%)', '영상이나 음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해서(21.43%) 순이었다(복수 응답 허용).

특히 이번 중간평가에서는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18개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시행했던 1차 시험사업에 추가로 15개 의원급 의료기관과 15개 보건소를 추가해 현재 시행 중인 2차 시범사업 평가 시 의료기관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이번 설문조사에 대한 표본오차도 제시하지 못했다. 손 팀장은 "이번 설문조사가 의사-환자간 대면으로 진행돼 별도의 표본오차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