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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미래의 의사의 역할과 과제

청진기 미래의 의사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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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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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 이명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의과대학장-병원장 회의(Association of Academic Health Centers, AAHC)에서는 미래 사회에서 의학교육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미래의사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교육하기 위해 의학교육 기관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논의였다.

이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와 만성질환의 증가, 국가 간의 장벽이 무너지는 글로벌 시대의 도래, 자가진단과 치료로 대표되는 휴대용 기기를 이용한 헬스 케어 등의 출현으로 미래사회에서 의사의 역할은 현재와는 많이 다를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의학 교육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 했다.

의학의 역사가 말해주듯 미래에는 의학(Medical knowledge)과 융합된 과학기술(Technology)의 발달로 인해 의료(Medical practice)형태의 변화가 예상 된다.

현재 당연시 되는 진료형태가 없어지기도 하고 의사의 역할이라고 여겨지던 행위가 없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의사들의 손에 의해 이뤄지던 일들이 과학기술의 이용으로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흥미롭고 또한 무섭기도 하다. 먼저 로봇수술의 발달로 수기(manual operation)로 하는 수술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암이나 병변제거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로봇수술의 이용범위가 보다 광범위 하게 넓어질 것이다.

또한 로봇 수술의 효율이 차츰 높아져서, 고효율의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의 선택심리가 작용해 로봇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대형화 혹은 기업화된 병원만 생존하거나 고도로 전문화된 병원만 성장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폰과 IT 산업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가 빨라지고 용이해져서 조기 진단과 질병예방이 가능해지고, 진단기기의 표준화 및 고효율화로 자료의 공유가 용이해져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자가 치료가 가능한 약물의 등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먼 곳에 있는 약물을 드론(Drone)을 이용해 단 시간 내에 운송 받아 복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식재료의 발달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종 장기이식이나 배양 장기, 3D 프린팅을 이용한 장기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병의 진단도 이미 컴퓨터에 저장된 의학지식과 환자의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으로 웬만한 질환은 의사의 판단 없이 이뤄지는 시기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얼굴과 얼굴을 대하고 진료하는 대면진료의 형태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진료의 형태로 변해 대다수의 환자들은 규격화된 진료를 받게 될 것이고, 대면진료는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고급형 진료로 남을 지도 모른다. 미래의 의과대학은 의학지식과 함께 의료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환자의 고통(suffering)까지도 수치로 변화시켜 판단하고 응대하려고 할 의사들의 삭막한 미래의 모습이다.

만약 확고한 교육목표를 세우지 못하거나, 각 사안에 대해 그리고 의사의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과 준비를 하지 못 할 때에는 지금의 의과대학은 존재의 의미를 잃고 단지 기술만 배우고 단순한 의료기기를 다루는 의료기술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퇴락할 지도 모른다.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슬프고 삭막한 환경이 될 것이다. 근대이후 급속한 의과학의 발달로 실종되고 있는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더욱 빨리 훼손될 것이다.

미래의 환경에서도 의료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유지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며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좋은 의사(Good doctor)를 만들어야 한다. 바람직한 의사상(doctor's role)을 정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빠른 속도로 의학교육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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