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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자료..."흡연·폐암 인과관계 증명 못해"

'빅데이터' 자료..."흡연·폐암 인과관계 증명 못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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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변론서 공단이 제출한 증거자료의 '신빙성·충분성' 쟁점
재판부 "4주 뒤까지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증명자료 제출하라"

▲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담배소송 4차 변론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의협신문 최원석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결정적 증거로 강조하던 '빅데이터'에 의한 자료가 공개됐다. 하지만 담배회사 측은 이 자료만으로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15일 공단이 KT&G·필립모리스·BAT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 4차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1월 열린 3차 변론부터 공단과 담배회사 양측은 흡연과 폐암과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쟁점으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번 변론에서는 공단이 흡연과 폐암간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증거자료에 대한 담배회사 측의 증거 탄핵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으로 진행됐다.

공단이 제출한 증거는 20갑년(1갑년=하루에 1갑씩 1년 흡연) 이상, 혹은 30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폐암 중 편평세포암·소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 3개 암종 환자 3484명에 대한 자료다.

해당 암종에 대해 공단 측은 "지난 2011년 개인이 제기한 선행 흡연소송 고등법원 판결에서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에 있어 역학적으로 유관함을 일부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자료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3개 암종 환자 중 1992년부터 1999년 사이에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바 있는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이들의 피부양자로 한정해 산출했다. 흡연력은 이들이 일반건강검진 시 작성했던 문진표로 확인했다.

공단 측 안선영 변호사(안선영법률사무소)는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급여내용 자료를 기초로 이 환자들에 대한 비급여를 제외한 보험진료건만을 한정해 급여 비용을 산출한 결과 그 금액은 537억 4176만원"이라며 담배회사 측의 배상을 요구했다.

또한 "공단 자료는 법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과정에 문제가 없는 자료를 가지고 있다. 어떤 문제를 제기해도 법적인 입증이 가능하다"며 자료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기초자료도 없어 인과관계 파악할 수 없어"

피고 측은 해당 자료에 대한 신빙성 문제와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음을 주장했다.

담배회사 측 변호인단은 "개인 흡연소송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폐암은 비특이성 질환으로 위험인자만으로 증명할 수 없다"며 "해당 자료는 환자들의 흡연 전후 건강상태·가족력·생활력 등 역학적 관계를 증명할 만한 기초자료 없이 이름·주민등록번호·발병시기·진료시기·흡연량 등만 기재돼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기일 재판부는 손해산정의 기초로 삼은 개별적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어떻게 작성됐는지 설명조차 없다. 공단 스스로 재구성한 목록에 불과하다"며 "흡연때문에 폐암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이 소송 대상으로 정한 3개 담배회사 외에 담배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서모 씨는 주로 피운 담배를 '한라산'이라고 적시했지만 30년간 그 담배 한 종류만 피웠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단위로 제시한 갑년이라는 것도 검진 당시 34세 환자가 80갑년이라고 적시돼 있는데 이는 18세부터 하루에 4갑씩 피워야 하는 양이다. 금연기간에 대한 내용도 없는 등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담배회사 측 변호인단은 "공단이 자료 제출에 진정성 보이지 않는 것은 이번 소송을 단순히 금연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입증 책임 법적견해 달라...확인자료 제출할 것"

이에 대해 공단 측 변호인단은 "공단 측에서 자료제출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 입증책임에 대한 법적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망원동 수해사건과 같은 다중소송으로 당시 집들의 연식 등 개별적 요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공통적인 최소한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출한 자료는 공단이 재구성해 목록을 만든 것이 아닌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출력한 출력본이다. 검증신청을 한다면 어떻게 출력했는지도 확인시켜 줄 수 있다"며 "전국민의 의료정보가 들어있는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출력에 조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했다면 공동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조항에 근거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피운 담배 종류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피고 측과 재판부에서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면 환자와 가족들에게 흡연 전후 건강상태·흡연량·담배종류에 대한 확인서와 3종의 암에 대한 요야기관의 진단명 또한 확인받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을 마치며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3개 암종에 대한 역학적 결과가 개별적으로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재판을 이어가겠다"며 "4주 뒤인 6월 12일까지 공단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 증명자료를 제출해 달라. 진정성 의지는 재판부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7월 3일 오후 2시로 잡혔다.

한편 재판을 마치고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공단 자료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도 "논쟁이 오갔던 인과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자료는 최선을 다해 확보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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