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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뼈 깎는 노력 없인 고사 위기 못 벗어나"
기획 "뼈 깎는 노력 없인 고사 위기 못 벗어나"
  • 정리=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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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기초의학 살리기 연중기획>
기초의학 정책 좌담회 - 기초의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사회 : 기초의학을 왜 살려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 기초의학의 위기를 얘기하기에 앞서 기초의학에 대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기초의학의 문제는 무엇이고, 기초의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김하일 :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분들의 연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력을 우수한 연구자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 연구를 분리해 교육에 대한 업적을 별도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재호 : 기초의학을 지원하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연배가 비슷한 주변의 의사들에게 기초의학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임상보다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또 기초의학분야에서 연구를 할 때 기대하는 것만큼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학생들도 기초의학분야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급여와 관련된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 급여를 보면 기초의학분야 교수는 임상교수의 2/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손실을 감당하고 기초의학분야에 올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최근 기초의학분야 교수들이 제대로 양성되지 않다보니 기초의학을 전공하겠다고 지원해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문제다.

10∼20년전 기초의학분야는 교육적인 부분이 강조됐으나, 최근에는 연구실적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엄광현 :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15년 이내에 의사출신 기초의학자의 2/3에 해당하는 300여 명의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이는 기초의학자가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교육의 측면에서 질적 하락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기초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현실적인 당면 문제와 장차 다가올 장래의 문제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현실적인 문제로는 기초의학자의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상을 전공하게 됐을 때의 수입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낮은 수입이 기초과학을 외면하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기초의학을 가르치는데 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의사면허증은 경력 사항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장래의 문제로는 낮은 연구력을 꼽을 수 있다. 의학은 응용과학의 최정점에 자리한 학문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을 전공하게 됐을 때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쉽게 도태된다. 연구력을 끌어올리는 이 시기는 20대 말∼30대 초가 되며, 결혼 같은 인생의 중요시기와 맞물려 현실적인 고민과 많은 충돌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기초의학을 선택하지 않고, 임상을 전공하는 의사가 자연스레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신의철 : 기초의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보다 어떻게 하면 기초의학을 살릴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현재의 기초의학은 선순환구조보다는 악순환구조로 가는 것이 분명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또 하나는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스타학자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초의학에서 교육도 중요하지만 연구도 중요하다. 새로운 사람이 전공으로 선택을 하든 안하든 기초의학자들이 연구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교육을 제외한,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 학생들에게 좋은 연구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호 : 인기가 있어야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된다. 기초의학도 인기가 많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다. 하고 싶은 의욕이 있어도 기초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체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열정만 있다고 해서 모두 기초의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학생 때 기초가 맞는지, 임상이 맞는지 적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기초의학을 살린다는 것보다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지원자가 부족하다보니 연구도, 교육도 다 안되는 구조가 돼버렸다.

연구비 수주를 위해 대학에서 비의대 교수들을 많이 영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이래 저래 안되는 현실이 됐다.

▶사회 : 기초의학의 현실이 생각보다 암울한 것 같다. 기초의학의 위기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다.

신의철 : 요즈음 기초의학의 위기라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기초의학을 위기 상황이라고 여기게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대 졸업생이 희소해 지면서 인력 구조에 있어 그 존립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초의학의 영역에 대한 얘기가 먼저 돼야 한다.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 교수의 임무를 교육 및 연구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초의학의 영역은 크게 교육 및 연구로 볼 수 있다. 기초의학의 위기가 왜 더욱 심화됐고, 향후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해 이 두 가지 영역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승수 : 기초의학이 힘들어지게 된 원인은 선배 교수들에게도 있다. 너무 교육쪽에만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초와 관련된 연구는 자연과학, 생명과학 쪽에서 했다. 예전에는 서로 간섭을 하지 않고 잘 굴러갔다. 그런데 최근 연구를 강조하는 쪽으로 가다보니 기초의학이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기초의학분야에서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각 교실에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제는 연구에 대한 부분을 잘 짜서 살리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서로의 영역에 대한 고집만 부린다면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것이다. 기초의학분야의 교수가 연구에 대한 펀딩이 떨어지면 학생들의 관심도 떨어진다.

▶사회 : 교육과 연구에 대해 할 얘기들이 많을것 같다. 교육과 연구를 분리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앞으로 기초의학분야에서는 연구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을 살리면서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재호 : 교육과 연구는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이란게 연구를 통해 지식이 쌓이고 많은 경험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최근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육은 각 대학과 교수의 역량 및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구는 대학마다 다를 수 있고, 또한 달라야 한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공통된다거나 기본이 되는 부분은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 혹은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듯 하다. 의학통계나 논문쓰는 법, 연구윤리와 같은 것은 공통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분은 교실에 따라 전문화시키는게 필요하다.

엄광현 : 의사출신 기초의학자는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평가를 높게 책정하는 대신, 연구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추거나 혹은 한동안 유예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른바 교육전담교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에 대한 부분은 순수하게 옵션정도로 생각하고 교육을 전담하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대학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안이 구체화 돼 있거나, 구체화 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해 볼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김하일 : 기초의학은 교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정부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의사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의과대학에 있는 기초의학자들의 교육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연구결과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의학은 의과대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다보니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초의학자가 반드시 연구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만 해도 된다.

예전 선배들은 연구보다는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그 밑에 있는 학생들은 연구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트레이닝을 시켜줄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다보니 이제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교수들은 내가 하는 연구를 해야지 다른 분야의 것을 연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

신의철 : 전통적으로 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생리학·생화학·미생물학·약리학 등의 기초의학 과목들을 독립된 교과목으로 개설해 강의 및 실습을 통해 기초의학 교육을 수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때 부터인가 각 의과대학에서 교육과정 개편을 시행하면서 블록 강의라는 이름하에 교과목의 통폐합이 이루어져 전통적인 기초의학 교과목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의학 교실의 정체성 및 존재 가치도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름 합리적으로도 보이는 블록 강의 제도에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다.

첫째, 블록 강의 제도는 '의(medicine)'의 교육을 '의료'에 치중하고 '의학'은 무시하는 철학에서 나온 제도이다. 기초의학은 의료의 수단이 아니다. 기초의학 교육은 의료를 과학의 바탕 위에 세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모든 의사가 기초의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임상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의료인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의학자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임상의학의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환자를 의학자의 시각으로도 볼 때 새로운 질병이나 증후군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치료법의 단서를 얻기도 하는 것이다.

둘째,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중요한 지식이 여러 강의자의 입을 통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설명될 때 학생들의 완벽한 이해를 돕게 된다. 하지만 블록 강의 제도에서는 여러 교과목을 통해 중요 지식이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불필요하고 시간 낭비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 마디로 블록 강의 제도는 의과대학 공부를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만든 제도라고 여겨진다.

지금이라도 블록 강의 제도를 폐지하고 이전의 교실별 교과목 제도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과대학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이렇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부수적으로 기초의학의 정체성 및 존재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승수 : 기초의학 교수에 대한 정체성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 의과대학 유지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 자주 바뀐다. 그렇게 되면 전과 후의 교육 내용이 다르다. 이같은 문제를 시급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기초의학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각 학교마다 교육이 파행으로 가는 것 같다. 본인의 연구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기초의학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연구와 관련된 부분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야 학생들도 신바람이 난다.

▶사회 : 의과대학 교육이 부실하다보니 기초의학에 대한 기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초의학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임상과에서 가르치면 된다는 인식이 크다.

학생들조차도 1학년 때 배운 과목은 낙제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학생들이 나중에 임상의사가 되면 기초의학에 대한 이해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기초의학자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초의학 교육의 문제점, 그리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신의철 : 기초의학의 양대 기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많은 분들은 '연구'를 하기 위해 각자의 전공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기초의학의 위기를 타개하고, 많은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기초의학을 전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초의학 연구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즉 한국의 기초의학자들이 열정을 갖고 훌륭한 연구 업적을 많이 발표해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게 된다면 한국 기초의학의 위기는 저절로 해소될 것이다. 너무 뻔한 해결책 같지만, 위기의 극복은 가장 근본 지점에서 가장 원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연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위와 같은 간단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은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려면 일단 연구비가 많고 훌륭한 대학원생이 있어야 하는데, 기초의학 전공 대학원생이 적으니 연구성과가 잘 안 나오고 연구성과가 적으니 연구비를 수주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연구성과가 더 안 나오고 대학원생도 안 오고… 일종의 악순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만큼 의과학계에서 의과대학 기초의학의 영역이 위축돼 있고 비의과대학 생명관련학과가 주도권을 가진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을 어떻게 깨트리고 선순환으로 전환할까? 답은 하나다.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타개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노력으로 깰 수 있는 것은 악순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각고의 노력으로 악순환을 깨고 선순환으로 전환시키든지 아니면 서서히 멸종되든지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워낙 기초의학 전공자가 희소해 지다 보니 각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실에서는 의과대학 졸업생들에게 의과대학 교수가 쉽게 되는 길이라며 기초의학 전공을 유혹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기초의학 전공자를 늘리려는 것은 당장은 기초의학의 연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연구라는 본질에 매혹되지 않고 엉뚱한 이유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기초의학을 더욱 위기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의과대학 졸업생들을 연구에 매혹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답은 하나다.

현재의 기초의학 교수 및 전공자들이 자신이 하는 연구가 재미있어 연구를 사랑하고, 무한한 열정을 갖고 연구를 즐길 때 그 기운은 주위로 전염되고 기초의학의 인적·물적 기반이 확장될 것이다. 이것 밖에는 답이 없다.

▶사회 : 기초의학이 보호돼야 하는 학문이라면 정부의 기초의학 관련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하일 : 기존의 지원은 대부분 연구비 혹은 기관에 지원되고 있다. 이를 개개인에게 직접 지원하고 미국처럼 의대-박사학위-박사후연구의 전주기에 걸친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가 의학을 너무 도외시한 것도 문제다. 의사가 진료를 할 때 의학을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초의학이다. 즉, 의학이 제대로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초의학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의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호 :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긴급수혈이 필요하다. 흉부외과 의사가 모자라서 월급을 올려주듯 기초의학에도 이러한 마지막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 5년 안에 큰 지원이 없으면 맥이 거의 끊어질 것이다.

10년간은 연구결과를 내기 보다 사람을 구하는게 중요하다. 10년간 각 대학에 1∼2명의 기초의학자는 있어야(40개 의대, 총 100여명) 서로 경쟁과 교류를 통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현재와 같이 30∼40명의 기초의학자들로는 미래가 없다.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엄광현 : 앞선 질문의 답변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상당 수의 기초의과학자를 육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속된 말로 기초의과학자 1년 연봉이 개원의 1년 연봉보다 월등히 많다면 기초의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은 훨씬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비현실적으로 낮은 처우를 개선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수입에 관심을 표명하는 학부 학생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연구를 시작하게 된 기초의과학자를 위해 기초의과학자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출연 연구비를 책정해 특정 단체가 아닌 기초의학을 전공하려는 개인에게 연구비를 주는 것이다.

특정 연구단체나 기관에 투자하는 것은 그 시스템을 공고하게 하는데 소요될 공산이 크며, 실제 지원이 필요한 개인에게 돌아갈 몫이 현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인에게 개인연구비를 주고, 이 기초의학자를 지도하는 지도교수에게 소정의 매칭펀드를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PhD를 대상으로 운용 중인 '대통령 PostDoc'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사회 : 의과대학에서는 기초의학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하면 좋겠나.

김하일 : 의학교육에 있어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존의 의학교육에 대한 평가를 학생들이 아닌 의사들을 상대로 할 필요가 있다.

이재호 : 대학마다 다르다. 대학원비, 월급, 해야하는 일까지 학교마다 다르다. 따라서 전체적인 과정을 제도화 및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

엄광현 : 의과대학의 입장에서도 기초의학자를 특별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크게 교육과 연구 두가지 분야에서 한 교수를 평가하는데 기초의학자에게 교육에 대한 항목은 강화하고, 연구 평가에 대한 부분을 한동안 유예하는 안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재호 : 기초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다보니 학생들은 기초의학에 대한 불만,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 기초의학을 선택한 사람들이 공통된 질이 보장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표준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 : 기초의학은 의사가 과학적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문이다. 그런데 의과대학 교육이 통합교육이 되고, 기술자로 만들기 위한(임상의사를 가르치는데 초점) 교육에 중점을 두다보니 기초의학이 홀대를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의과대학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보니 기초의학이 제대로 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의과대학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기초의학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김하일 : 현재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력은 상대적으로 자연과학·생명과학 분야에 비해 미흡하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받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인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우수인력을 외부의 우수기관에 보내 뛰어난 연구자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재호 : 카이스트에 계신 교수님들은 일반적인 의과대학과 다른 상황이라 현실이 더욱 나쁘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방 의과대학은 기초 교원이 부족하므로 대학의 보직 및 다양한 역할(학생과장, 연구위원회 간사 등)을 많이 맡게 된다. 교육 부분에서도 많은 수업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뼈를 깍는 심정으로 일을 하려고 해도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다. 연구비 마저 없는 대학이나 교실은 더욱 어렵다. 국가 연구비나 대외 연구비 수혜율을 보면 20%가 되지 않는다.

▶사회 : 기초의학에 대한 교육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는지 방법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김하일 : 별로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국가고시에 기초과목의 시험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재호 : 이는 많은 교수들이 모여서 교실별로 의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해부학회에서는 이에 대해 몇번의 논의가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 의과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다보니 병원의 부속품처럼 느껴진다. 병원의 장식품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기초의학이 왜 필요한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독일·영국 등은 기초의학에 대한 교육을 잘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기초의학 수련시스템을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의철 : 기초의학 교육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 질을 담보하기 위해 기초의학 전공의의 교육 과정을 표준화하고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는 해부학과 같이 교육의 비중이 큰 기초의학 교실에서는 필요할 지도 모르겠으나 모든 기초의학 교실에 일률적으로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 오랜시간 동안 좋은 의견을 제시해줘서 고맙다. 오늘 기초의학계가 인력양성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공감을 했다. 또 연구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을 기르는데 주력해야 하고, 의과대학이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무엇보다 기초의학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기초의학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고, 정부는 소수학문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도 강조됐다. 기초의학이 의학을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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