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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수가제 폐지 환영하지만…
차등수가제 폐지 환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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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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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환자가 75명을 초과하면 의료비를 깎는다. 100명까지는 진찰료의 90%를, 150명을 넘어가면 75%을 지급하고, 151명을 넘어서면 절반만 준다. 의료계 사정을 모르는 일반국민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선 14년 전부터 현재까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이 파탄상태에 이르자 2001년 건강보험 재정안정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는데 이 기상천외한 제도인 차등수가제를 재정안정화 대책에 포함시켰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책목표가 달성된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이 제도는 가장 불합리한 규제라는 오명 속에서도 지난 14년을 꿋꿋이 버텼다.

변한 것이라면 요양기관을 옥죄어 건보재정을 절감하겠다는 직설적 정책목표가 '적정 시간을 확보해 의료를 질을 담보하고 특정 요양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방지하는 것'으로 명분이 화려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작 환자가 집중돼 적정진료가 힘든 병원급은 제외되고,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일시적으로 진료비가 늘어난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적용되면서 의료계에선 징벌적 조치로 인식돼 왔다.

다행스럽게도 보건복지부가 최근 차등수가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올해 안에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년간 차등수가제를 폐지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의료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개원가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제도 시행 목적이 이미 달성됐으며, 이 제도가 국민의 의료서비스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며 줄기차게 제도 폐지를 요구해왔으며, 국회에서도 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0년 1일 8시간 진료 초과와 야간진료를 할때만 차등수가제 적용을 해제하는 미세한 조치만 이뤄졌을 뿐이다. 그러던 정부가 차등수가제를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전향적 자세를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이 '적폐'라는 용어까지 써서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잘못된 규제를 철폐해야 하다고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압박했으며, 문형표 장관이 해결책 마련을 약속한 것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등수가제 폐지 소식에 의료계는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폐지의 전제조건으로 병의원의 환자진료 시간이나 환자수 공개를 대안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0년이후 각종 의료정책에서 의료계의 신뢰를 잃으면서 이번에 제시한 대안이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지 않을까 불편한 감정이 감지되고 있다.

모쪼록 정부는 이와 같은 우려가 기우로 끝날수 있도록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차등수가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내놓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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