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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주민의 친구로서 세월호 상처 치유해야"

"의료계, 주민의 친구로서 세월호 상처 치유해야"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4.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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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간 안산지역 의사 이끈 이천환 원장

최근 한국역학회에서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안산 주민의 우울감 지수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정신적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의 회복을 위해 의사들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안산희망재단 이사장과 서전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고 안산시민대책위원회장과 안산시의사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천환 원장(한사랑병원)으로부터 사고 직후부터의 활동과 현재 안산 주민들의 상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안산 한사랑병원 이천환 원장
-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간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주민을 위해 애쓴 것으로 알고있다.

세월호 사고는 의사, 또는 개인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의약단체들이 연합해 진료소를 꾸몄다. 우리가 낳고 건강을 돌보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은 의료인에게도 아픔이었지만 임시합동분향소가 차려지자 마자 많은 분들이 모여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고자 했다.

수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너나없이 마음을 썼다. 진료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분들은 야간진료를 도맡기도 했다.

유가족을 돕고자 시작한 모금에서 안산지역 의사 회원들이 모은 금액이 1주일만에 5000만원을 넘어섰다. 또한 안산시의사회는 5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세월호 사고 대책위원회에 참여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에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산 지역 병·의원 모두 한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와 연관성 있는 질환에 대해 유가족과 지역주민들이 언제든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안산지역에서 활동 중인 정신과 개원의 20여명은 단원고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의료지원단을 파견했고 경기도의사회에서는 진료소와 경기도의료원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가장 어려운 점은 유가족들이 아직 치료받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회복이 돼야 치료도 할 수 있다. 아직은 유가족들을 치료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 이럴 때마다 일개 의사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든다.

유가족들은 아들·딸을 보내고 자신도 죽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보듬어야 하는데, 유가족이 폭력을 행사한다, 억지를 부린다는 등 언론 보도와 정부의 무대책은 상처만 커지게 만들고 있다. 유가족들의 상처를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회가 병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은 없다. 우리 사회가 아프고 다친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의료인으로서 감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다.

가장 위험한 상황에 학생들이 있다. 잘 지내던 학생들도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거나 멍해지는 경우가 많다. 의사 입장에서 치료가 시급하지만 아직 자신의 몸을 돌볼 준비가 안 돼 있다.

- 안산수습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해결 방향이 어떤 식으로 가야한다고 보나.

세월호 사고 1년 전인 2013년 4월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보스톤 시민들과 마라톤 참가자들은 정신적·육체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하지만 모두가 합심해 테러에 대한 전선을 만들어 극복 할 수 있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열린 보스톤 마라톤대회에는 그 전보다 더 많은 관중이 왔다. 당시 사고로 다리를 절단했던 여성이 의족을 하고 완주하는 모습도 있었다. 마라톤에서 위험을 겪었지만 그 자체로 극복한 것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이런 모습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세월호 사고는 테러가 아닌 안전불감증에 대한 전선을 만들어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신뢰도 중요하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동체가 목적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과 목적을 함께 하려면 서로간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의사들이 사회에서 주민들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잘 못한 것 같다. 어떤 모임에 가도 의사는 처음 본다는 말을 듣는다. 의사는 의사들끼리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분야에 걸쳐 사회와 접촉면을 넓혀가야 한다. 이웃집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올바른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의사들이 사회와 어우러졌으면 한다는 말이다. 주민들의 친구 혹은 동료가 돼야 의사들이 더욱 존중받을 수 있다. 전문가로서의 모습은 진료실에서 보이면 된다. 진료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존중 받으면서, 사회에 녹아들어가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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