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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실려 오는 한방 부작용 환자 왜 많나 봤더니

응급실 실려 오는 한방 부작용 환자 왜 많나 봤더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4.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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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 결과 판독 엉터리...수치 해석 제멋대로
허위광고로 현혹..."현대 의료기기로 근거없는 치료"

▲ 잘못된 검체검사와 부정확한 판독은 없는 병을 만들거나, 있는 병을 놓친다는 점에서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을 준다.
올해 14살인 A 군은 3년 전 신장에 이상이 발생, 정기적으로 B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건강을 관리했다.  단백뇨가 있긴 했지만,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정상적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부모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는 와중에 2년 동안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 아이를 돌봐주던 외할머니는 A 군을 손을 이끌고 병원 대신 한의원을 찾았다. 신장에 좋다는 한약을 먹으며 한방진료를 받았지만 A 군의 건강은 서서히 무너졌다.

부작용으로 근육통이 심해지자 다시 B 병원을 찾아 신장 상태를 검사했다. 검사결과, 혈액 속에 있는 요소질소(UN) 농도를 알 수 있는 Blood Urea Nitrogen(BUN)이 100mg/dl, 신장 기능의 이상을 감지하는 지표로 쓰이는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Cr)은 18mg/dl이 나왔다. 14살 나이에 A 군은 투석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45세 남성 환자는 C 한의원에서 보약으로 처방받은 한약을 복용한 이후 황달·오심·구토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원인은 한약 복용으로 인한 급성 독성 간염. 현재 이 환자는 병원에 입원, 간염 치료를 받고 있다.

한약먹고 신장기능 상실...급성 독성 간염 유발

한의원에서 한방치료를 받다가 독성간염이나 신장기능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월 25∼31일 7일 동안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97%(64명)가  "응급실 근무 중 한방진료 관련 부작용 사례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결과, 한방치료의 부작용 사례 156건 가운데 중등도가 34.6%(54명), 중증 27.6%(43명), 경증 24.4%(38명), 사망 13.5%(21명) 로 한약과 한방치료 부작용으로 응급실을 찾는 10명 중 4명이 중증이나 사망을 할 정도로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작용을 일으킨 한방치료의 종류로는 침이 31.1%(60명)로 가장 많았고, 한약 29.5%(57명), 약침·봉침이 18.2%(37명), 뜸 19.2%(37명),  현대 의료기기 5.2%(10명) 등 침이나 약침을 비롯해 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대부분이었다.

한의원에서는 쓸 수 없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5.2%로 조사돼 한의원에서의 무분별한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보건당국의 느슨한 감시망도 부작용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급실 의사들, 침·한약 부작용 파악해 보니 7일 동안 21명 사망

응급실에 실려 와 사망하거나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부작용이 한의원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배경에는 의학을 배우지 않은 한의사가 의학적인 진단검사장비를 활용해 엉터리 판독을 하고, 잘못된 검사결과를 토대로 엉뚱한 한방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불법으로 혈액검사를 하는 한의원들의 경우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진단검사의학을  앞세워 엉터리 판독결과를 토대로 한방진료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D 한의원의 경우 혈액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여러가지 내과적 질환을 한방으로 치료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D 한의원은 "신부전 환자에게 한방치료를 해서 크레아틴(cr)이 1.8에서 1.6으로 줄어들었다"며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내과의사는 "D 한의원은 한방치료를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Cr 1.8 /BUN 15인 환자에게 한약을 먹여 Cr 1.6/BUN 16이 됐다는 것을 치료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면서 "크레아틴의 50% 이상이 육류 섭취를 기반으로 하므로 채식을 하면 더 낮을 수 있고, 중증도 신기능 부전이거나 간부전일 때 크레아틴 합성에 문제가 생겨 크레아틴이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사는 "Cr 수치가 1.8에서 1.6으로 호전됐다는 식의 광고는 혈액검사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라면서 "환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혈액검사 수치를 제시하고, 마치 한방치료로 호전된 것인 양 혈액검사 수치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레아틴'과 '혈청 크레아티닌'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이 내과의사는 "Blood Urea Nitrogen(BUN)의 증가 원인이 다양하고, 이것만으로 신장기능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크레아틴·비유엔 의미도 잘 모르면서 치료효과 광고?

▲ 혈액이나 소변 검사 등 진단검사의학과 의료행위(검체검사)는 한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진단검사의학회의 확고한 입장이다.

E 한의원은 침과 뜸을 이용한 한방 면역치료를 통해 난소암·자궁경부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점을 표방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난소암 수술을 받은 F 환자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E 한의원에서 3개월 동안 한방 면역치료를 받은 후 혈액검사와 암표지자검사 결과가 좋아졌다"며 "양방에서는 방법이 없다는 혈액수치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한방 치료를 더 할 계획"이라고 치료후기를 공개했다.

이 환자는 "한방 면역치료를 받은 후 CA-125(난소암세포수치)가 4.83이 나왔고, 양방에서 손 놓고 구경(관찰)만 하던 혈액을 한방치료로 끌어올렸다"며 "주변의 암 환자들에게 자신의 샘플을 데리고 다니면서 길을 알려줘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인암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부인종양학 전문가들은 CA-125만으로 난소암 환자를 추적 관찰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전문의는 "난소암 수술을 할 때 조직학적 소견과 stage가 어땠는지 중요하다"면서 "stage가 낮을 경우 수술만으로도 CA-125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게 돼 있다. 혈액검사 몇 개를 제시하며 한방의 치료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수술만으로도 암세포 수치 떨어져...한방치료 효과 선전하는 건 어불성설

G 한의원은 해외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내세우며 자신의 한방치료행위가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인정된 치료인 양 허위·과장 광고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G 한의원은 학술지에 증례보고 논문을 통해 한방으로 신부전·신장질환·만성췌장염·당뇨·갑상선 등을 치료했다고 발표한 뒤 홈페이지·블로그·신문 간접광고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G한의원의 경우 홈페이지에 '만성 췌장염'의 치료원리에 대해 홍보하면서 "이미 많은 논문과 조사를 통해 검증이 끝나있는 상태"라고 광고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에 인용된 논문은 쥐를 이용한 실험 논문으로 검증이 끝나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허위광고와 소비자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G 한의원은 "갑상선 항진증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효과를 확인했다"며 다른 논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잘 설계된 논문을 확인할 수 없어 해당 한방치료의 근거는 제공할 수 없으며, 특정 약물의 임상적 적용을 권유할 수 없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누락한 채 환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내용만 인용, 소비자들을 기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G 한의원은 '국내외 의학저널에서 인정한 신부전·신장질환 치료 효과'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으나 치료 효과와 관련이 있는 논문에서 제시한 '사구체 여과율'의 경우 초기 측정이 잘못되거나, 환자의 근육량이 줄어서 혈중 크레아티닌이 줄어 청소율이 높아진 것처럼 나올 수 있는 등 갖가지 예외사항이 있음에도 이를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증례보고 수준의 논문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망하는 허위과장 광고"라고 비판했다.

증례보고 논문 이용한 허위과장 광고 의료법 위반

▲ 의학을 배우지 않은 채 시도되고 있는 한의원의 엉터리 검체검사 행위는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한의원들이 혈액검사 판독은 물론 수치를 멋대로 해석하며 환자를 유인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환자를 현혹하고 있는 데 대해 의학계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환자의 검체를 이용해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질병 진단·치료·예방에 이바지하고 있는 진단검사의학계는 한의사들의 진단검사기기 사용 주장에 대해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김정호 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학적 교육과 수련을 받지 않은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면서 "진단검사의학과 의료행위(검체검사)는 한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 이사장은 "혈액검사와 요검사 기기 등은 '검사 전 과정'에서 부터 '검사 과정'·'검사 후 과정'을 거쳐 최종 판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가 필요하다"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가 부족할 때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검사결과는 환자 치료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수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마치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혈액검사 수치를 악용하고 있는데 대해 신현영 의협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한의사가 혈액검사기기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근거 없는 치료법을 악용한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면서 환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의협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에 대해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비행기를 몰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면서 "환자를 위하는 의사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선의는 위험하다"고 언급한 이 전 회장은 "의사의 도덕적 죄악 중에서 가장 중한 것이 의술에 완전한 능력을 지니지 못 한 채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환자를 위해 의사들은 독서 수준을 넘어서는 치료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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