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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이 힘들 때 의학회 독립 절대로 없을 것"
"의협이 힘들 때 의학회 독립 절대로 없을 것"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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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신임 대한의학회장, 의협과 '관계개선' 강조
"의협이 맏형 역할 해줘야...갈등 키우는 사람 문제"

지난 3월 24일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법의학)가 차기 회장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이윤성 신임 회장은 2015년 4월부터 3년 간 대한의학회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윤성 신임 회장을 만나 앞으로 의학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3년 동안 대한의학회를 이끌어가게 됐다.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한의학회는 주로 학술, 교육, 연구가 주요 관심사다. 사업이 크게 바뀔 것은 없다. 그래서 전임 회장들이 했던 일을 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에 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사회가 변하기 때문에 사업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학술부분은 각 학회들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의학회 차원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리베이트 쌍벌제 등과 같이 학술활동에 제약을 주는 규제들이 있으면 의료계 차원에서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동참할 것이다.

특히 최근 전공의 교육 부분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조만간 큰 변화가 있을것 같다. 최근에는 전공의 근무시간만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실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미국의 것을 도입했는데, 미국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것이 많다. 병원에서 값싼 의료인력을 사용하는 빌미가 되다보니 본래의 목적인 교육과 수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단과 전문의 수가 80% 이상이나 된다. 대표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는 큰 병원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개원을 해서 교육받은 내용을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해당 병원에서는 전공의를 지도전문의가 하는 일을 더는 것 쯤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는 전공의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밖에 A라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전공의가 B라는 병원으로 옮길 경우 전공의 수련을 1년차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A병원에서의 수련교육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의학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일부 사람들이 의학회를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원학회들의 얘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각 학회가 의학회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가 평의원회밖에 없다. 앞으로 소규모 모임이나 회의를 자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전문의 자격시험이 의학회로 넘어왔기 때문에 전문의를 배출하는 학회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겠다.

Q. 전문의 자격시험이 의협에서 대한의학회로 이관된지 2년차를 맞게 된다. 지난 1년의 평가와 앞으로 개선할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해에는 인수인계가 너무 늦다보니 제도나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기존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중장기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전문의 자격을 받으려면 4년동안의 전공의 과정과 1번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전문의 시험 때문에 몇개월동안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시험이라는 것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때나 제대로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4년 수련기간동안 여러 번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 상시평가체계 등 여러 가지 안이 나오긴 했다. 그것이 과연 적절한지 논의를 해보고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수련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이 시험만 잘보면 전문의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면적으로 평가를 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상시평가를 할려고 해도 각 학회별로 준비가 다르다. 수련교육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학회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평가방식에 대해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찾아볼 계획이다. 그래야 전문의 자격시험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국시원에서 시험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의학회와 상호 협조하기로 했다. 앞으로 전문의 시험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Q. 지난 1월 25일 대한의사협회 임시총회에서 대한의학회 배정 대의원 수를 줄이는 안이 상정됐다. 앞으로 이같은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의학회보고 나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얘기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일부의 목소리가 그렇다고 해서 의학회가 나가는 그런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의협이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애초 의협 임원은 교수들도 많이 참여했다. 그런데 최근 20년전부터 개원의들이 회장도 하고, 임원으로 많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학술적인 부분에서 의학회의 역할이 컸다. 의협은 의학협회부터 출발했음을 알아야 한다. 의협이 단순히 면허를 가진 단체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의학이라는 부분까지 아우르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 때마다 의학회 대의원의 출석률이 낮은 것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학술단체가 총회에 와서 관여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한다. 거의 빠짐없이 의협 대의원총회를 참석했는데, 자신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총회에서 의학회 대의원수를 줄이겠다고 주장하려면 뭔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대의원수가 왜 250명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의원회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물론 논의를 충분히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의협 회장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의원수를 100명까지 줄여도 좋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대의원총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부 갈등만 보이는 대의원회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총회에서는 매번 비슷한 얘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뭔가 생산적인 결과물이 없다. 그래서 대의원수가 많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2000년 이후부터 의사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억울하고 화가 난 부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문제를 전문가적 입장에서 성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부족했다. 모여서 성토대회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20년동안 이러한 내부 갈등으로 인해 피해만 본 것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잃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국민들이 의사를 믿고 저절로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너졌다.

Q. 의학회와 교수협의회를 동일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의학회와 교수협의회는 다르다. 교수협의회 정체성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의약분업 때 교수협의회가 부각됐다. 각 대학마다 교수협의회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연합을 해 지금의 교수협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교수들이 당연직으로 그 단체에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의협의 공식적인 산하단체도 아니다. 앞으로 교수협의회의 성격이 더 분명해져야 한다고 본다.

 
Q. 의협과 늘 불안해 보인다. 관계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나?
관계개선을 잘해야 한다. 훗날 일이 아주 많아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의학회는 의협에서 독립할 생각은 없다. 의협이 힘들 때 의학회가 독립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나중에 편안해질 때 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의협은 의학회에, 의학회는 의협에 서로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다. 의학회는 의협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최근 의학회가 법인이 된 것은 독립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법인이 되지 않으면 정부의 예산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협을 통해서 받을 수 없었던 것은 의협이 이익단체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협과 얘기가 다 되고 법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회장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무슨 이유로 결정이 된 것인지 전달이 잘 안됐다.

또 의사회관 내부에 공간이 부족해 의학회가 별도로 사무실을 마련했는데 공간이 충분하다면 임대료를 더 내면서까지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전문의 자격시험도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관계 때문에 의학회로 넘어온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의협에서 국시원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의협이 맏형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나가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일이다. 내부의 갈등을 트집을 잡아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일부 사람들이 갈등을 키운 것도 있다.

Q. 의학회는 임장진료지침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 .
임상진료지침은 종류가 굉장히 많다. 임상진료지침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연구비를 준 것이고, 많은 학회에서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얘기를 해서 근거에 더 충실해 만든 것이다.

의사용을 비롯해 일반인용으로 구분해서 만들었다. 지금까지 고혈압·당뇨 임상진료지침을 만들었다. 앞으로 고지혈증 임상진료지침이 나올 예정이다. 어렵게 만든 만큼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개원의도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활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 의학회에서는 임상진료지침을 잘 만든 학회에게 인증서를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의학회에서 더 적극적인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Q. 학회 분류 체계와 학회 평가기준이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게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의학회에서 학회 분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나?
지난 3월 17일 평의원회에서 의결을 거쳤다. 이날 결정된 것은 학회 분류를 하는데 있어 정회원학회를 가, 나, 다군으로 나눴던 것을 기간학회(36개학회), 세부·융합학회 두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세부·융합학회가 조정이 많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척추수술과 관련된 학회는 정형외과학회와 신경외과학회 두 곳이 있다. 사실은 두 개 학회가 합쳐져야 한다. 의학회에서는 두개의 학회가 합쳐서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날 평의원회에서는 학회 분류와 관련 원칙만 의결된 것이고, 앞으로 차근차근 개선해 나갈 과제가 남아 있다.

Q.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후 국제학술대회가(국내개최) 많아졌다. 하지만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도 많다. 의학회 차원에서 국제학술대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다. 실제로 국제규모인지도 심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학회면 너그럽고, 국내학회면 너그럽지 못한 것이 불합리하다.

지금은 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해 의학회의 권한이 별로 없다. 학술대회를 심사할 권한도 없고, 예산도 없다. 학회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의학학술대회를 하면 제약사가 왜 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답을 명확히 할 때가 됐다.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제약사의 영업활동은 의사에게 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는 전 세계적으로 무분별했다. 단지, 외국에서 자성이 먼저 일어났고, 법규나 규제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재단만 하게 된다면 음성적인 부분이 더 많아진다.

우리는 법이 먼저 만들어지다보니 충격적이었다. 처벌은 강력해졌지만 그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먼저 평가를 하지 못했다. 열이 나는데 왜 열이 나는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처방만 내린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더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 먹고사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면 좀 더 윤리적인 부분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역대 회장들이 했던 만큼 의학회장으로서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부담이 크다. 앞으로 3년동안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다행히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도 많다. 의학분야의 중추적인 의학회로서 역할을 잘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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