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경제 수준이 열악한 저소득층일수록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부과제도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는 이슈페이퍼 최근호에서 '지역보험료 부과체계와 사회 정의'를 통해 "소득이 낮은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보다 월등히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보험료 부과제도는 저소득층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어서 사회보험의 연대성 원리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로 지역가입자 A씨를 들었다.

3억 5000만원 아파트를 갖고 있는 A씨는 아파트 소유로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현재 점수표를 적용하면 재산 30등급에 속해 12만 624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A 씨가 아파트를 팔아 현금을 은행에 정기예금할 경우 연간 700만원의 이자 수입(2% 기준)이 발생하고, 이 금액은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이므로 종합소득에 계상되지 않아 보험료가 없다는 것.

이 연구원장은 "아파트를 소유하면 10만원이 넘는 재산보험료를 부과하고, 아파트를 팔아 현금을 갖고 있으면 보험료가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같은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이 연구원장은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아무런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단지 직장가입자와 재정부담의 균형을 맞춘다는 논리에만 집착해 무리하게 재산보험료 점수표를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장은 "재산 1등급은 28.08%, 10등급은 20.08%의 수익을 올려야만 5.89% 보험료율을 적용할 수 있다. 각 등급의 점수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높게 책정했는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다"면서 "재산보험료는 거의 모든 등급에서 무리한 점수를 책정해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가입자에게 속해 무임승차를 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연구원장은 "직장가입자에 속해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수가 2013년 2000만 명 이상"이라며 "연간 4000만 원 가까운 소득을 올리면서도 무임승차를 하도록 한 것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장은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가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정률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소득보험료는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에 정률(2013년의 경우 5.89%)을 곱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재산보험료는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현금화한다고 가정하에 이자 수입을 계상해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률의 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해 이 연구원장은 3억 원 아파트를 가진 B씨의 경우 현재의 점수제 방식에서는 28등급으로 681점이 되고, 월 재산보험료는 11만 7600원을 내야 하지만 새로운 부과체계로 바꾸면 예상수익은 연간 600만 원(예상 수익률 2%, 월 50만 원)이 되고 여기에 5.89%를 곱하면 월 2만 9450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장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에서 우선적으로 설정해야할 기본가치는 합리성을 토대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데 둬야 한다"며 "보험재정 결손을 맞추거나 보험료가 올라가는 세대의 반발이 두려워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정상적 정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의 부과점수표를 갖고 지난 15년간 지역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를 징수한데 대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겠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한 이 연구원장은 "이제라도 부과 점수표를 없애고, 지역가입자들에게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