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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한방 고집해 환자 사망...대법원 '철퇴'

한의사, 한방 고집해 환자 사망...대법원 '철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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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약 장기복용 사망 환자에 2억 6천만원 배상 확정
"간기능 손상 인식 불구 한약 복용 중지 않고 잘못된 진단내려"

 
한의사가 피부염 환자에게 한방 치료를 고집하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에 법원의 철퇴가 내려졌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피부염으로 청주 H 한의원의 한약을 두 달간 복용하고 간 기능 상실에 의한 패혈증·이식편대 숙주반응 등으로 사망한 박모 양의 부모에게 한의사가 2억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박 양은 평소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지방 C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서울 H 대학병원에 2009년 1월 14일 진료를 받기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진료 예약 5일 전 방문한 H 한의원 김모 원장은 박 양에게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복용 중인 약을 중단하고 1년 간 한약을 복용하면 체질이 개선돼 완치 될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박 양은 종합병원 진료를 포기한 채 2009년 1월 10일부터 3월 9일까지 2달가량 김 원장에 조제한 한약을 매일 복용하며 침과 뜸치료를 병행했다. 그러던 중 2009년 3월 2일 박 양은 고열·두통과 함께 눈동자와 소변이 노랗게 되는 황달 증세를 해당 한의원에 호소했다.

김 원장은 박 양에게 나타나는 황달 증세가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고만 진단한 채 3월 9일까지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한약을 계속 복용하게 했다.

3월 9일 박 양의 황달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부모들은 C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시켰다. 당시 혈액검사결과 박 양의 간효소(AST/ALT) 수치는 3172/885로 간의 80∼90%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해당 한의원을 방문하기 직전인 2009년 1월 2일 임상병리검사결과 박 양의 간효소 수치는 19/12로 정상 범주였다.

박 양은 서울 S 종합병원으로 전원됐고 의료진은 박 양을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단한 뒤 응급으로 간 이식 수술을 시행했으나 수술 후 4개월가량 지난 7월 전격 간 기능 상실에 의한 패혈증·이식편대 숙주반응 등으로 사망했다.

박 양의 부모는 해당 한의원이 ▲장기간 한약 복용 시 간수치 상승·황달·치명적 전격성 간염·간괴사·간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음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 ▲이상징후가 나타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김 원장은 진단 및 진료를 소홀히 해 간기능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2010년 청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청주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많지는 않더라도 한약을 복용한 후에 간기능의 손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며 "또한 바이러스 감염·특이약물반응·간 독소 등 다양한 원인이 전격성 간부전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한의원은 박 양에게 접촉성 피부염 등이 완치될 것이라는 설명만 했을 뿐 장기간의 한약 복용에 의한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과 기타 위험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박 양은 예약해둔 H 대학병원 진료를 포기하고 해당 한의원에서의 진료를 선택했다"고 설명의무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진료 소홀과 전원의무위반에 대해서는 "김 원장은 박 양의 황달 증세를 인식했고 해당 한의원에는 간기능 검사·치료의 아무런 장비가 없었음에도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았다"며 "또한 황달 증세를 인식한 이상 간기능 손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의심 원인제제인 한약 복용을 중지하지 않았고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고도의 위험한 행위이고 박 양이 해당 한의원 외에 다른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를 받는 등 스스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김 원장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2012년 2심 재판부인 대전고등법원 청주제1민사부도 1심 판결을 유지해 김 원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김 원장이 부당하다며 또다시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에 대한 판결이 최근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김 원장이 설명의무와 전원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며 "의료과실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과 상해·사망의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하더라도 이것이 민사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정 판시했다.

박 양의 부모가 대법원으로부터 과실이 있는 한의원의 배상 판결을 확정받은 것은 딸이 사망한 지 5년 8개월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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