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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전공의특별법' 반기는 이유는?
의료계가 '전공의특별법' 반기는 이유는?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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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00시간 근무·폭행·성추행 등 전공의 피해 사례 즐비
"전공의특별법, 전공의 문제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있기를"

수련시간 단축·비밀보장 등 전공의 수련 환경·처우 개선의 내용을 담은 전공의특별법 제정이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공의 혹사 논란, 폭행·성추행 등 인권 침해 사례들이 또 다시 상기되고 있다. 

▲ 주당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28%에 달하는 등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 한 전공의가 쪽잠을 청하고 있다.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전체의 28% 달해

2013년 9월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전공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사망한 박모 전공의의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밝은 성격에 자살 조짐이나 징후가 없었지만 최근 출산 휴가 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에 문제가 있었고 상위 연차 슈퍼바이저가 없이 근무함에 따라 업무를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고인이 된 박 씨는 부인과 18개월 된 아이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H대병원의 2년차 여자 이비인후과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병원 이비인후과 수련이 유난히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수련과정에서 타대 의전원 출신이라는 신분이 병원에 적응하기까지 장애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 대전협이 2275여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당 100시간 이상을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8%에 달했다. 또한 당직근무 종료 후 휴식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전공의가 59%, 1년간 실제 사용한 휴가 일수가 10일도 안 되는 전공의가 63%를 넘었다.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가 대통령령으로 공포해 6월부터 ▲주당 수련시간 80시간 초과 금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초과 금지 ▲응급실 수련 시 최대 12시간 근무 후 12시간 휴식 ▲휴일 주당 최소 1일 ▲연간 휴일 14일 보장 등을 각 수련병원에 개선 조치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현장에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S 병원의 한 인턴은 "응급의학과에서 올린 스케줄을 보니 쉬지도 않은 토요일에 쉬었다고 적어놔서 원래 받아야 될 토요 당직수당도 받지 못했다"며 "토요일마다 쉬고 1주일에 6일 정규시간에만 일한 걸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동기들과 격분했다"고 밝혔다.

당직 스케줄을 거짓으로 짜는 등 꼼수가 난무하며 체감 수련환경은 더 악화됐다는 호소다.

인력수급에 대한 문제는 파업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수련병원인 W 병원에서는 내과 전공의이 근무에 치여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병원에 반기를 들었다. 필수적인 진료과로 분류되는 내과가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인력수급을 해달라며 근본적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이어 전국 수련병원 곳곳에서는 인력수급을 요구하며 전공의들이 의국을 떠났지만 병원 측은 조치는커녕 해당 전공의들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상습적 가혹행위·인격모독..."목소리 내기 무서워"

전공의들은 열악한 수련환경과 함께 인권 침해에도 노출돼 있다.

최근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전공의 무차별 폭행사건은 의사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 한복판에서 전공의가 폭별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지난해에는 상습적으로 가혹 행위와 인격모독을 일삼은 교수에 대해 전공의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병원은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해당 교수는 업무를 지속하게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노출된 것. 일부 의국 관계자는 탄원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의사생활 눈총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2년에는 밀린 수당을 지급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낸 전공의들에게 해당 병원 이사장이 "취하하지 않으면 4년 차들은 전문의 시험 전날 저녁까지 근무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2013년 말에는 A 병원으로 파견 나간 여전공의 2명을 지도전문의가 차에 태워 신체 일부를 만지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사건이 벌어져 대전협과 복건복지부가 '전공의 성폭력 피해 원천차단' 프로토콜을 배포키도 하는 등 여전공의의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황당한 처우에도 말을 못하는 것이 동료이자 수련생이라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냈을 때 개인적으로 돌아오는 불이익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인력수급을 위한 파업사례·교수의 전공의 폭행사례 등 민원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한달에 많게는 20∼30건. 그만큼 실제 피해사례는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줬지만 해결하기에 대전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제재권한은 보건복지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하는 실정"이라며 "전공의특별법이 전공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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