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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도 진화…실질적 나침반 역할 필요"

"윤리도 진화…실질적 나침반 역할 필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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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윤리강령과 의사윤리지침의 방향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 TFT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의사윤리지침이 2006년 개정된 이후 한번도 현실에 맞게 검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인문의학)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e-newsletter>에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글을 통해 의사윤리지침이 국제적 보편성과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윤리지침이 화석화됐다"고 지적한 김 교수를 만나 모든 의사들에게 나침반 역할이 될 의사윤리지침이 어떻게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들어봤다. <편집자>


2006년 의사윤리지침이 개정된 후 지침과 관련 이렇다할 활동이 눈에띄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의사윤리지침은 각 나라의 의사들이 스스로 규제할 가치의 원천을 다룹니다. 의사들이 어떻게 전문직윤리의 핵심가치를 매일의 진료에 적용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죠.

윤리원칙과 실제 세계의 딜레마를 연결시켜서 의사들의 결정과 실천을 안내하는 살아 움직이는 문서인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윤리지침은 의학과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서 의사들이 계속 진화·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의사윤리지침은 2006년에 개정된 이래 8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데, 지난 8년간 우리 사회의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했으며 의료와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이 수 차례 개정됐음에도 현재의 의사윤리지침은 2006년 시점에 고착돼 화석화돼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의사들에게 살아있는 지침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윤리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의협의 의사윤리강령과 지침은 개정돼야 하며, 의사윤리지침이 실질적인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의사윤리지침을 화석화됐다고 표현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화석이 됐다는 것은 살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황우석 박사 이후 굉장히 많은 논의들이 있었는데 의사윤리지침은 개정되지 않았죠.

의사윤리지침은 이제는 살아있는 문서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10여년 동안 아무도 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도 개선을 위해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의료전문주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2006년 개정판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의협(의사)에 유리한 것만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하고 약속을 하는 윤리규약이기 때문에 의협(의사)에만 유리한 내용이 포함돼서는 안됩니다. 의사에게 이로운 것만 담은 것이 의사윤리지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협에 중앙윤리위원회가 있습니다. 중앙윤리위원회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현재 의협에서 개별 회원의 비윤리적 행위를 평가하고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기전으로 중앙윤리위원회가 있습니다. 윤리적인 행위는 회원 개인의 결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단체로서 의협은 이 기준을 실제로 회원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의도나 심각성·위법성 등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는 회원에게 개선을 요구하거나 적절한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중앙윤리위원회는 회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도전을 파악 및 분석하고 의협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징계와는 다른 기능, 즉 윤리적인 분석과 대안의 마련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중앙윤리위원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협 차원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꼭 중앙윤리위원회가 할 것은 아니라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중앙윤리위원회는 영국·미국·호주 등 선진국에 비하면 특히 구성면에서 미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의료인이 아닌 시민 위원이 참석하는 제도가 훨씬 넓어져야 사회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징계든, 정책이든 이 과정에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세미나 개최, 유인물 작성 및 배포 등 '의사윤리지침'을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의료계 외부(법조계·종교계·언론계)에 대해서도 '의사윤리지침'의 내용과 성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그들과 의사소통 하려는 의협 차원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지침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거치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던 탓에, 지침이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현 집행부가 의사윤리지침 개정을 위해 TFT를 구성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TFT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사윤리지침은 의사편에서 사회에 선언하는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사회적 기대를 반영해야 하는데, 사회적 기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은 TFT에서 마련하면 되겠지만 사회적 기대와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사회가 내려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 의사의 행위에 대한 자체 규율을 마련하거나 개선할 때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나 공청회를 여러 차례 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FT를 적절하게 구성하는 일은 효율이나 내용의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의사 전반의 뜻을 수용하고 이에 맞춰 내용을 조율하는 일입니다.

좋은 의료행위 지침은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따라야 하는 표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표준이라는 것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합니다. 또 실천가능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지침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안하면 외부에서 규제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외부의 엉뚱하고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 의사와 환자 관계 불신만 더 커지고 부작용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의사윤리지침은 의사의 것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합니다. 의사가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이자 지식인으로서 존중을 받을 것인지를 고려해 의사윤리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윤리학회가 의사윤리지침을 비롯해 다양한 지침제정에 앞장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윤리학회는 수 차례 의사윤리지침의 제정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의사윤리지침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게 된 것은 2008년 학회가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 교육 목표와 교육자료집을 제작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참고 자료로 의사윤리지침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학회 임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침이 개정됐고, 그 개정된 내용을 교육자료집에 포함시키고 참고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회는 의사윤리지침 외에 다양한 현실적인 지침을 제공하려 애썼는데요, 2011년 의사-제약산업 관계윤리지침, 2012년 신의료기술개발에 대한 윤리지침 등 의사윤리지침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을 구체화 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의사윤리지침 관련해서는 '한국 좋은 의료행위(Good Medical Practice) 지침 개발에 필요한 개발 과정(안)', 그리고 이일학 교수가 참여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를 참조하면 좋을겁니다.

연수교육에 의료윤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는 이미 의료윤리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건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의사들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적 태도를 지식·태도·기술의 차원에서 익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교과서를 두 차례(1999년, 2005년) 간행했고, 오는 5월에 개정판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의료윤리 교육목표에 대한 학회내의 컨센서스를 학장협의회 등을 통해 인정받는 작업이 필요하겠고, 그 외에 의료윤리 교육자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의사국가시험에도 의료윤리 관련 문항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많은 학회에세 의료윤리는 연수교육에 포함돼 있습니다다. 우리 학회도 이미 수 차례 연수교육을 지원했습니다. 그 외에도 대한병원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지도전문의 교육에도 윤리 강의를 학회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참고할만한 외국의 의사윤리지침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의사윤리지침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의사협회의 미국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code of medical ethics)입니다. 1847년 간행된 이후 거의 매년 개정되고 있습니다.

이 강령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협회의 윤리법사위원회(Council on Ethical and Judicial Affair)가 중요한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신속하게 밝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의사윤리강령은 의사가 경험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국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medical ethics today)은 더욱 상세하게 원칙과 지침, 흔한 사례 등을 포함한 자료집(별도의 해설서)으로 제공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별 의사의 일탈행위에 대한 일관성 있는 대처가 가능해지고, 회원들을 교육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윤리지침 개정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나라의 의료는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주는 의사윤리지침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윤리규범이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도덕적 이상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것 이외에 모든 의사들이 지킬 수 있는 내용이 의사윤리지침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지킬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것이 의사윤리지침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윤리지침 개정은 TFT에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큰 틀에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2006년 개정 때는 지킬 수 있는 부분만 포함시켰는데, 지키지 못할 부분은 빼는 방향으로 논의하다보니 지침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의료현실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사회적 책무를 의사가 하지 않는 것은 잘못입니다. 의사들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데 의사윤리지침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의사윤리지침을 제대로 개정해 떨어진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의과대학학장협의회에서는 의사윤리지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의 교육에 의사윤리지침을 중요하게 다룰 것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의사윤리지침을 찾아보니 누가 어떻게 의사윤리지침을 만들었는지 기록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교육자로서 위기상황이라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화석화돼 있는 의사윤리지침을 개정해 회원들에게 효력이 있고, 그리고 효율성이 있는 내용이 담겨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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