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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기관 2만 곳 눈앞...5년 전 비해 3배 증가 '포화'

검진기관 2만 곳 눈앞...5년 전 비해 3배 증가 '포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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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유인 등 제 살 깎기 경쟁 과열...건보공단 "검진 질 관리" 밝혀
4월부터 병원급 2주기 평가·의원급 2016년부터...결과 인터넷 공개

건강검진기관이 5년 전보다 3배가량 늘어나면서 포화 상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검진기관 현황을 보면 검진기관은 2009년 6430곳에서 2014년 1만 9088곳(일반 5288곳, 구강 1만 433곳, 영유아 3823곳)으로 5년 만에 약 3배가량 증가했다.

5대 암 검진 기관은 2014년 12월 현재 5872곳으로 집계됐다.

검진기관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질 경쟁 대신 할인과 덤핑은 물론 환자 유인 등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정형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진평가부장은 25일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제1기 건강검진 아카데미 기본과정에서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 주제강연을 통해 "검진기관이 늘어나면서 지정기준에 미달하거나 검진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채 대상자를 유인해 검진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심지어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검진한 후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검진기관 시설·인력·장비 등을 비롯해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질병 예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10년 시행한 1주기 검진기관 평가는 건보공단·질병관리본부·국립암센터 등 3곳에서 제각각 진행해 왔으나 건강검진기본법 개정으로 현재 건보공단으로 일원화된 상태.

정 부장은 "오는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병원급 1374곳을 대상으로 벌이는 2주기 평가부터 웹평가표를 이용한 서면평가와 방문조사를 거쳐 평가결과를 인터넷과 방송·일간신문 등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2016년에는 의원급 검진기관에 대한 평가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면평가는 검진기관이 건보공단 '건강검진기관포털'에 접속, 웹 평가표를 직접 작성하는 1단계와 평가문항 중 근거자료를 제출하는 2단계 평가를 진행한 후 건보공단이 웹 평가표 결과와 검진기관이 제출한 근거자료를 토대로 심사 결과를 산출하는 4단계로 이뤄진다.

서면평가는 건보공단 자체 전문인력과 진단의학(진단의학검사재단)·영상의학(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병리학(대한병리학회)·내시경학(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 전문기관이 참여한다.

현장평가 역시 건보공단 자체 전문인력과 전문기관이 참여, 서면평가 기관 중 일부를 선정, 현지 실태 점검과 평가결과 통보에 이의를 제기한 검진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정형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진평가부장이 25일 병협에서 열린 '건강검진 아카데미 기본과정'에서 국가건강검진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검진 수검자 10명 중 7명 예방 조치 필요
검진 수검자 10명 중 7명은 식생활 습관이나 환경 개선 등 자기관리와 예방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공단이 2012년 1차 일반 및 생애 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판정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상은 9.5%에 불과했지만, 경계 38.0%, 일반질환 의심 35.6%(고혈압·당뇨병 의심 8.5%), 유질환자 16.9%  등으로 조사돼 추가적인 의사 상담과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3년 2차 검진 수검률은 37.2%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부장은 "조비룡 서울의대 교수팀(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이 검진으로 인한 질병 예방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40세 이상 검진그룹 16만 607명과 비검진그룹 28만 273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검진그룹이 비검진그룹에 비해 18%가량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며 "사망률은 42%나 차이가 났고, 입원 비율도 검진그룹이 28%나 낮았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고, 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2차 수검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건강검진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있는 일반검진·5대 암 검진·영유아검진·생애전환기·노인건강진단을 비롯해 교육부(학생검진)·고용노동부(근로자 일반 및 특수 건강진단)·여성가족부(9세 이상 18세 미만 비취학 청소년 건강진단) 등이 있다.

국가 검진사업 예산은 2014년 현재 총 1조 1763억원(건강보험 1조 1271억원) 규모다.

▲ 2008~2013년 건강검진 수검 현황. 1차 수검률은 70%대까지 올라섰으나 질환 의심이 있는 경우 받도록 하고 있는 2차 수검률은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건진기관 포화 경쟁 갈수록 치열...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검진기관은 2000년 1995곳에서 2014년 1만 9088곳으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포화 상황을 넘어서면서 검진비 할인과 유인 등 제 살 깎기 경쟁은 '너 죽여 나 살자'는 식의 불공정·불법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가 건강검진의 평가와 질 관리를 도맡게 된 건보공단은 "검진 및 검진기관의 질 관리에 대한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질 향상과 유지 전략을 펴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검진의 질이 낮을 경우 질병의 조기발견·치료·관리를 통한 유병률과 사망률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오히려 의료비용만 증가시키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건보공단은 평가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제공하고, 부실하거나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검진기관에 대해서는 환수는 물론 지정취소나 업무정지 등 제재 수단을 모두 동원할 방침이다.

검진기관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건보공단의 평가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정형태 건진평가부장은 ▲의사없이 검진하지 말 것 ▲서면평가표를 잘 작성할 것 등 2가지 팁을 귀뜸했다.

의사없는 검진은 출장 단체검진 기관들이 해당하며, 평가표 작성은 소규모 병원들과 2016년 평가를 앞둔 의원급 검진기관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40%를 밑도는 2차 검진 수검률을 높임으로써 영역을 더 넓히는 방안도 제안했다.

▲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상무가 건진센터 경영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상무는 '건진센터 경영 전략'을 통해 "공급 증가와 경쟁 역량의 무차별화에 직면한 검진기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차별적인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진센터의 경쟁력은 판독 오류를 최소화하고, 유소견자들이 신속히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성 상무는 "특히 대기·지연 시간에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아이패드를 제공하고, 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고객 눈높이 맞춘 차별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1기 건강검진 아카데미 기본과정에 참여한 A 지방병원 B 수강생은 "120명을 단체검진하는 과정에서 오전에 100명, 오후에 20명을 검진했는데 의사 2명이 오후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고 건보공단 지사에서 환수를 통보했다"며 "검진의사 인력 기준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검진병원 C 수강생은 "규정을 어겨 환수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3개월 업무정지까지 가중해서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며 "의료법과 비교하면 건강검진기본법의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고 하소연했다.

병협이 건강검진 병원과 건진센터 등 회원 병원들을 위해 올해 처음 선보인 '건강검진 아카데미 기본과정'(운영위원장 강상권·강북삼성병원 행정부원장)은 국가건강검진과 건강검진 법령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건진센터간 무분별한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로세스·마케팅·건진 트렌드 등을 공유함으로써 차별화된 건진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과정은 25∼27일 3일 동안 병협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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