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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맞고 칼에 찔리고..."대체 언제까지"

따귀 맞고 칼에 찔리고..."대체 언제까지"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3.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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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전공의 폭행사건에 의사 사회 '충격, 경악'
의료인폭행방지법 국회서 수면 "입법 서둘러야"

 ▲경남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의사 구타 사건. 병원 복도 한복판에서 이 모씨(오른쪽)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얼굴을 내리치고 있다(사진=방송보도 화면 캡쳐)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전공의 무차별 폭행사건으로 의사 사회가 들끓고 있다.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 한복판에서 의사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지난 3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상남도 창원시 S대학교 부속 병원에 근무하는 지 모 전문의(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2년·34세)가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보호자인 이 모씨(39세)로부터 폭행 당했다.

공개된 병원 CCTV 영상을 보면 주황색 옷을 입은 이 씨가 병원 복도를 서성이다 흰색 가운을 입은 지 전문의와 마주친뒤 갑자기 오른손으로 의사 얼굴을 강하게 내리친다. 이어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친다. 왼손으로는 멱살을 잡고 오른손을 올려 위협한 뒤 수 차례 얼굴을 가격한다. 무방비 상태로 폭행을 당한 의사는 멱살을 잡힌 채 힘없이 뒤로 밀려난다. 잠시 뒤 동료 의사와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해자를 떼어 놓으려 애쓴다.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인근에서 치과병원을 운영중인 치과의사이며, 지난달 자신의 딸이 구토 증상을 일으켜 S병원에서 치료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되자 약처방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지 전문의는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현재 정신과 치료 중이며, 병원 측은 이 씨를 폭행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직후 의협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의협은 "폭행 당한 의사는 신체적ㆍ정서적으로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로서 앞으로 진료현장에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더욱 큰 문제는 의사에 대한 폭력이 의사 개인의 피해로 그치지 않고 다른 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씨는 의사를 벽에 밀어붙이고 무차별 구타했다. 

추 무진 의협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가 치과의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 사이의 폭행사건으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환자보호자가 진료 중인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이라고 못 박고 "어려운 수련환경 속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전공의에 대한 폭력이어서 더욱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관련 법 제정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울것"이라고 밝혔다.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중인 임수흠 후보(기호 1번)도 성명을 내어 "의료인과 의료기관 내 종사자들이 이번 사건과 같은 '묻지마' 폭력에 노출돼 있다"면서 "의료 행위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생명을 위협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는 법이 즉각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성 후보(기호 3번)도 이날 성명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회원이 고막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해마다 수없이 반복되는 사건이 또 벌어진 것이라 안타깝다"며 ""국회에 제출된 두 건의 의료인폭행방지법 발의를 이끌어 왔다. 의료인 폭행 방지법을 꼭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윤)도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청과의사회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폭행사건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료 행위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생명을 위협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엄중 처벌하는 법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중상을 입으신 창원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며, 환자의 건강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이 안전하게 본연의 의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환자 보호자가 응급실 당직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고 있다. 

최근 8년간 의사 폭행·사망 사건 10건 달해

진료실에서 의사가 폭행 피해를 입은 사건은 2008년 이후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건에 이른다. 2008년 6월 모 의과대학 비뇨기과 교수가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외래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 의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병원 치료에 불만을 품은 40대 환자가 흉기로 자신을 진료하던 의사를 수차례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1년 12월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삼성서울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를 폭행했으며, 이듬해 8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던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칼에 수 차례 찔려 비장이 파열되고 폐와 대장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2012년 11월 전남화순 고창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2013년 2월에는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20년간 진료해온 환자가 휘두른 칼에 복부와 손을 찔렸다. 2013년 3월과 7월에도 잇따라 응급실과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를 때리고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의사 폭행사건 일지

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으나 방지 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응급의료를 행하는 의료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명시하고 있을 뿐, 통상적인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일선 의료인들은 폭력행위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누구든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해서는 안되며, 위반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박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폭행·협박에 대한 형량을 1년 이상 10년 이하로 높였다.

두 개정안은 지난 2012년 12월과 2013년 12월 각각 제출됐으나 아직까지 국회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오는 4월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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