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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의료광고는 꼭 필요한가?

청진기 의료광고는 꼭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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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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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권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 교수·법무법인 LK파트너스 변호사)

기사를 보니 최근 보건복지부가 수술환자의 안전과 관련해 방대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니 과연 절반이나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그 의욕만은 대단한 것 같다. 관련 내용 중에 의료광고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심의기구에 환자나 여성단체의 대표자를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일반인의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연예인 광고는 금지되고 광고심의에 유효기간을 둔다는 내용이다.먼저 지나치게 성형외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이런 내용들이 환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지도 의문이며, 오히려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위원회의 주장이 반영돼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의료광고는 원래 포지티브방식으로 규정돼 있었다. 포지티브방식이란 법령에서 정한 내용 외에는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을 말하며, 그 내용도 의료인 성명, 면허 등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로 한정돼 있어 사실상 광고로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해당 의료법 규정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전격적으로 현행의 네가티브 방식 규정으로 바뀌게 됐다. 즉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 외에는 어떤 내용의 광고도 허용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가 각 협회별로 설치돼 현재 운영 중이다. 광고계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영역의 시장이 열린 것으로 현재 그 규모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일반 제품시장에서는 광고비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즉 높은 광고비가 소요되더라도 이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에 포함돼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엄청난 액수의 광고비를 받는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비급여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는 사실상 국가에 의해 그 가격이 정해지며, 의료기관들이 임의로 할인하거나 할증할 수가 없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수가가 결정된다고 한다면, 다자간의 자율적 계약으로 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정부가 통제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의료기관들 특히 건강보험 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들의 경우 광고비를 지출하더라도 환자들에게 이를 부담시킬 수 없다. 모든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출되는 광고비는 당연히 의료기관의 비용으로 오롯이 책정돼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극히 적은 수의 의료기관만이 홈페이지를 비롯한 의료광고를 활용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일정 비율이 넘어서면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이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높아진다고 하는 데, 광고비도 그 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급여 항목을 주로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서도 광고비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돼 무리한 서비스를 시도하게 한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현재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의료기관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키워드 검색에서도 많은 의료기관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런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은 의료기관 선택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을까? 일반 소비자들은 광고의 주목적인 정보제공의 기능에 부정적이다.

단적으로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텔레비전 시청자들이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각종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광고를 왜 외면할까? 이는 광고가 정보제공보다는 마케팅에 치우져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의 행동 양식이 아닐까? 유일하게 의료광고에 관한 책을 집필했지만 현재의 광고 관련 규정 및 그에 따른 심의시스템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차라리 이전의 포지티브 방식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료광고로 이득을 보는 분야는 광고업계와 포털사이트뿐이라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 발짝 양보해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려 한다면 강제적·사전적 심의방식보다 자율적·사후적 심의방식으로 바꾸되 규정을 위반할 경우 그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한편,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위법광고가 있을 경우 반드시 처벌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10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위법광고(주로 홈페이지)를 게재한 것으로 수사됐으나 그 처벌이 유야무야 된 적이 있었다. 또 현재의 행정처분도 그 수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심의를 강화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자율적으로 광고를 하도록 하되 위법광고임이 확인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물론 의료인에 대해서도 강한 처벌을 함으로써 위법광고를 하려는 의지를 꺽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부처의 시각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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