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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내리는 '3월의 눈'
또 다시 내리는 '3월의 눈'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2.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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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손숙이 그리는 노부부의 삶과 인생 그리고 사랑

 
저물어가는 집 한 채가 있다. 볕 좋은 한옥집 툇마루에 '장오'와 '이순', 노부부는 손자를 위해 마지막 남은 재산인 이 집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집 주인은 이 집을 팔고 그 자리에 삼층 짜리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장오와 이순은 겨우내 묵었던 문창호지를 새로 바를 준비를 하며 일상을 지속한다.

두 부부는 두런두런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문짝과 마루, 기둥으로 다시 쓰일만한 목재들을 다 떼어 가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집을 뒤로 하고 3월의 눈 내리는 어느 날, 장오는 집을 나서는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봄마당에서는 3월 13일부터 29일까지 올해 첫 작품으로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지난 2011년 초연한 작품으로 이후 매 공연마다 전회 매진한 진기록을 갖고 있는 연극이다.

배삼식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손진책 연출가의 절제된 연출에 좀처럼 보기 힘든 명배우들의 연기의 향연은 세대를 뛰어넘어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얻어냈다. 특히 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와 여백의 미가 빼어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이 연극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말하고자 한다. 재개발 열풍으로 곧 사라져버릴 한옥의 고즈넉한 풍채, 그 쓸쓸하지만 고고한 모습처럼 이 작품의 이야기도 느림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평생을 일궈 온 삶의 터전이 곧 없어져 버릴 위기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노부부 장오와 이순의 일상은 담담하고 평화롭게 그려진다. 자극적인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무대…. 그래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더 긴장을 늦출수 없다.

이번 장오역을 맡은 신구는 "우리가 볼 때는 다 같은 아버지, 어머니지만 실은 다 다른 아버지 어머니에요. 제각각 살아온 사연이 다르고, 인생이 다르거든요. 나이가 드니까 아버지 역할을 많이 맡게 되지만 한 번도 같은 아버지는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장오가 살아온 세월을 구구절절 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세월을 미뤄 알 수 있도록, 무대에서 내가 완전히 그 인생을 이해해야지. 연기는 매번 할 때 마다 어려워요. 그게 또 재미고 내 숙제고 그렇지요."라며 이번 연극을 대하는 마음을 전한다.

이처럼 담담하게 그려지는 연극 '3월의 눈'은 신구·손숙이 장오와 이숙으로 분해 나지막하고 긴 호흡으로 전하는 위로와 삶의 숨겨진 진실을 무대 위 오롯이 펼쳐놓는다.

무대와 현실, 연기와 인생의 경계를 넘어 보여주는 두 원로 명배우의 열연은 배우의 존재감만으로도 묵직한 감동이 느껴지는 무대로 다가올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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