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타당성 검증이 우선이다
한의학, 타당성 검증이 우선이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2.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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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전북 전주·서울영상의학과의원)

정 진 영

서울영상의학과

지식은 사실 혹은 사실에 관한 앎이다. 개념은 명확해야만 하고 반드시 논리적 진술의 정확성을 갖춰야 한다. 전래되거나 새로이 창안되는 여러 의학 이론과 기법들이 의학의 기치아래 통합돼 인정되려면 각각의 이론들이 먼저 과학의 기본 전제인 통섭성을 확보해야 한다. 통섭성은 근거이다. 근거는 가치 있는 속성에 대한 반응이며 인정을 받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다. 의료계가 한의학에 제기하는 문제는 결국 정당한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지식은 분석할 수 없고 진보할 수 없다.

한의학의 기초 지식은 개념이 불명확해 수많은 개인적 해석으로 이어지고 구체적 경험적 사실로서 환원될 수 없다. 한의학은 측정할 수 없는 동양의 음양오행적 자연철학에 기본 이론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과학 혁명의 과정을 거쳐서 수많은 의문에 합리적 답변을 제공해야만 한다.

서양의 의학도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우튼교수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1865년까지의 의학을 이로움보다는 해악이 많았던 '나쁜의학'의 시대로 규정했다. 생명의 연장 측면에서만의 좋은 의료의 시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우튼, 2007년).

1865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 1827-1912)는 1861년 영국의 왕립진료소에서 5년 동안 환자의 50%가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1865년 석탄산(페놀)을 이용 최초로 환부를 소독해 감염을 낮추는 청결치료법을 시행했다. 의학이 환자에게 해악을 끼쳤던 시기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시기의 경계선을 리스터의 첫 방부수술 시행으로 치명적인 수술 후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던 1865년으로 본다.

1865년 프랑스 생리학자 베르나르(Claude Bernard, 1813-1878)의 <실험의학 방법 서설>에서 생리학과 의학이 이성적 추론에 근거하는 실증과학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실험의학은 생리학·병리학·치료학의 기본 부문을 포괄해야 하고, 과학적 의학은 생리학의 기초위에 세워져야 한다. 실험적 방법은 생각(가설)을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으로 정확한 개념과 정밀한 사실을 통해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65년 이전에도 1594년 파브리키우스의 요청으로 이탈리아의 파도바 대학에는 세계 최초로 상설적인 해부학 전용 실습강의실이 만들어졌고, 1628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는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Exercitatio Anatomica de Motu Cordis et Sanguinis in Animalibus)>를 발표하며 혈액의 순환을 증명했다.

1400여년 동안 전통 생리학을 지배했던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의 '피의 소모이론'은 하비의 혈액순환연구에 의해 허물어지며, 관찰과 실험, 그리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에 바탕을 둔 현대적 생리학이 탄생했다. 현재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현대의학은 물리학과 화학을 기저로 해 생물학·생화학·생리학·병리학·유전학·발생학 등으로 그 기초 연구 단위와 방법론의 정연한 일관성을 확립하고 있다.

한의학을 보라. 허준은 1610년에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미 서양에서는 해부학과 생리학을 기반으로 전통 서양의학의 변혁이 시작됐다. 동의보감이후 400여년 동안 질병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한의학의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의학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현재 한의학 의료평가방법의 문제점은 첫째, 주관으로 객관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진술에 의해 객관적인 결과를 판단하는 방법은 관찰에 있어 편견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개별사례가 일반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편적인 의미를 갖추고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질병은 자가 치유도 가능해 많은 질병이 의학적 관여 없이도 치유될 수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유효하게 보이는 치유의 개별 사례를 보편적인 유효함으로 판단하는 것은 맹목적이다.

보편적인 의미를 갖췄는지를 증명하고자 한다면 실험생리학 방법과 무작위 대조군 실험방법(randomised controlled trial) 두 가지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작위 대조군 실험평가를 통과한 치료 효과만이 비로소 진실한 치료인데 유감스럽게도 한의학의 치료효과 주장은 개별사례 중심이고 한국과 중국에서 발표된 침술의 효과와 반대로 서구의 침술연구의 효과는 부정적 견해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말 정부가 발표한 규제기요틴에 의하면 그동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하는 것이 규제라고 한다. x-ray는 공항검색대에도 있고, 초음파는 어부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가혹한 규제라는 논리이다. x-ray와 초음파를 산업에 이용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와는 경우가 다르다.

의료행위의 범위는 법으로 규정돼 있고 국민 불편을 이유로 규제를 풀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진단에 적합하게 개발된 x-ray와 초음파장비는 해부학과 병리학에 기초한 방대한 임상데이터로 검증해 진단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국제 질병분류에 준해서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과연 한의학에서 해부학·병리학을 기초한 영상진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얻어진 영상을 제멋대로 편의대로 판독할 우려는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현대의학을 추종하는 것으로 한의학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현대의료기기를 손에 쥐고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한의대부속한방병원이나 대형 한방병원에서는 이미 양한방협진으로 혈액검사나 x-ray·초음파·CT·MRI 등을 사용하고 있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이슈화 될 여지도 없다. 이미 그들은 환자의 진단에 관한한 한의학은 뒷전이고 영상의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의학의 진단체계와 질병분류체계가 이미 현대의학화 됐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한방치료를 채택하고 있지 않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또 요양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는 한의사와 의사의 역할을 보면 한의사·한의학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의대교육의 일부가 한의대 교육과정에 포함됐다면 의과대학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알맹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의학이 현대의학을 빌려 질병을 진단하고 한방치료를 한다면 한의학은 한낱 치료학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는 의료의 이원화체계에서 어느 쪽으로 일원화 할 것인지는 자명해지고 치료 선택의 문제로만 남을 것이다.

아울러 한방치료법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세계적인 임상학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현재 상당수의 한방영역 치료술이 객관적 근거 없이 국민에게 노출되고 과장 광고되면서 국민건강상 위해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정부는 잘못된 목표를 바로잡고 효과성·안전성·질관리의 3대 의료 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어설프게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여 혼란을 일으키고 규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익단체나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위한 의료일원화를 확립할 때가 되었다. 

*참고자료

1. 한의학치료의 객관적 타당성 검증의 필요성과 미래예측; 의료정책포럼 2014 Vol 12 No 3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p 73-79)
 

2. 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우튼, 2007년
 

3. 의학 오디세이, 여인석 강신익 2007년; 실험의학 연구방법 서설_베르나르 1865
 

4. 장궁야오(張功耀); 번역 '나는 왜 한의한약(中醫中藥)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2009 의료일원화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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