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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현대의학 교육 "수박 겉핥기 수준"

한의대 현대의학 교육 "수박 겉핥기 수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2.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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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재 한특위 위원 "교육시간 17% 불과 간호대·약대 보다도 못해"
5일 의료정책포럼 주제발표...이평수 위원 "장기적으로 일원화 전략 모색을"

▲ 의료정책연구소는 5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의대 교육 중 현대의학이 차지하는 교육시간은 1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광재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5일 오후 7시 의협 3층 강당에서 열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주제 제42차 의료정책포럼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한의대의 현대의학 교육시간은 17%에 불과하고, 교육수준은 간호대학이나 약학대학 보다도 못한 수준"이라며 '한의대에서도 의대만큼 현대의학을 배우고 있으므로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써야 한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위원은 "의대의 영상의학 교육은 방사선학뿐 아니라 각 임상과목과 질환마다 이학적 소견·검사실 소견·영상의학 소견 등을 통합해 배우고 있고, 실습 과정 역시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방사선학 몇 학점만 배운 것을 갖고 의대만큼 충분히 배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인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사의 현대의학 수강 수준은 간호대에서 배우는 것보다 깊이와 전문성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소독이나 무균 개념은 물론 예방 접종·항암 치료에 대한 세계적 기준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박 위원은 "기본적인 인체와 의술에 대한 개념부터 다른 한의사들에게 초음파 진단기나 X-선 사용을 허용한다면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위원은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로 어떻게 잘못된 진단을 하고 있고,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앞세워 어떤 식으로 상술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정상으로 진단받은 산모에게 초음파검사를 한 후 '다낭성 난소'라고 오진한 사례 ▲골밀도검사를 한 뒤 고가의 한약을 권유하는 사례 ▲MRI 영상을 CT영상으로 기재한 사례 ▲말기 암 환자에게 2000만 원의 약침치료를 받게한 뒤 변화가 없는 CT 영상을 제시하며 치료효과가 있다고 속인 사례 등을 제시하며 "한의원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것인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려고 포장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박광재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기자
박 위원은 특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2011년 7월 '양방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는 한의원에서는 할 수 없다'라는 유권해석을 했다가 2014년 3월에는 '자동혈액검사기로 측정한 혈액검사는 한방에서도 가능하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의 단독 물리치료는 위법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며 "한의약정책과는 기존 판례와 유권해석을 무시한 채 한의사들의 견해를 대변하는 편향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도 의사들은 국민의 불편을 가종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우려했지만, 정부와 언론은 의사와 약사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한 박 위원은 "의사가 한의사의 영역침범을 방어하려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국민건강권의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이라고 항변했다.

▲ 이평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에 대한 단기 및 장기 대처 방안을 제안했다.ⓒ의협신문 송성철기자
이평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대처방안'을 통해 "정부가 규제 기요틴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양·한방 협진을 통한 한의산업 과학화와 현대화는 협진 당사자의 참여는커녕 반대 상황에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제성을 우선하는 산업화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의계의 의도는 산업화와 과학화를 통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동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한의학의 영역 확대와 한의사의 지위 향상과 수익 제고를 위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인 양성과정과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성이 없는 행정당국(한의약정책과)에 전문성을 판단해 달라는 유권해석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의료를 산업화와 경제적 대상에 포함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모순과 함께 이원적 의료제도를 만들어 국민·의사·한의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놓은 정부와 정치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구와 관련해서는 "한의학 원리에 의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비용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논리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진료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문지기 역할을 하는 1차 의료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1차 의료를 강화하고, 근거중심의 의료행위 분류와 정의를 통해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일본식 일원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기존 인력은 현재의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도록 하되, 의대와 한의대 재학생들은 졸업 후 편입을 통해 복수면허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과 기간중에 교과과정을 개편함으로써 일원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단계적 일원화 전략을 제시했다.

지정토론자들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다양한 대안과 의견을 내놨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와 접근도를 향상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환자들의 치료기회 상실이나 오진이 우려된다"며 "의학·한의학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경현 대한영상의학회 방사선안전관리이사는 "실시간으로 환자를 살펴보는 초음파는 인체에 해가 없지만,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추가로 부담을 하거나, 질환을 놓쳐 치료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며 "X-선 역시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가장 소량의 방사선으로 정확히 진단해 병을 고칠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병을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 이사는 "다른 과 의사들이 영상의학과에 X-선·CT·MRI 등을 판독해 달라고 의뢰하는 이유는 영상의학에 대해 가장 많은 공부를 하고 임상경험을 쌓은 전문가이고, 가장 잘 진단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의 문제를 편리하다는 이유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임민식 대한개원의협의회 의무이사는 "2001년 한의대 교수들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현대 생물학·생리학·병리학·실험의학·임상의학 등을 모두 포함하면서 한의학의 정의를 새롭게 했다"며 "이미 이때부터 의학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의학을 공부한 한의사들은 뿌리는 의학에 두면서 가지는 한의학을 표방하고 있다"고 언급한 임 의무이사는 "한의사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지를 알고 있다"면서 "열성도는 물론 높은 회비 수납률과 참여율을 보이며 의료에 도전하고 있는 한의사들과 달리 의료계는 어떤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임 의무이사는 "단순히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의사를 의사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의료일원화의 거시적인 틀에 대해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지정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기자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의료일원화에 방점을 찍었다.
조 교수는 "한의학이 과학화로 길을 잡았지만, 한의사에게 과연 득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의료장비가 비싼 만큼 국민은 수술이나 큰 치료를 받을 것을 기대하는데 한의사들이 고가의 CT를 사용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별로 없다. 한의사들의 역할과 정체성에 회의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 한의학은 100년 전 한의학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메디신으로 가고 있고, 의학에 가깝게 가고 있다"고 진단한 조 교수는 "의사들은 한의사들의 의사 노릇에 대해 경계하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잘 활용하면 오히려 어설픈 의사 노릇은 사라지게 되고, 현대의료기기 사용 과정에서 한의학의 장점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면 현대의료기기는 한의학의 구세주가 아니라 오히려 한의학의 몰락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정부의 규제 기요틴 정책의 속내는 산업을 활성화하고, 의료 영리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며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가게 되면 의료양극화로 인해 큰 병원만 남고 작은 규모의 병·의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 팀장은 "의협은 안전성을, 한의협은 편의성을 내세워 극단적 사례를 들면서 직역 간 갈등을 벌이고 있다"며 "국민의 시각에서 누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럼 사회를 맡은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를 이원화한 것은 전형적인 정부의 정책 실패 사례"라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해당사자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이원화 정책 실패에 대해 정부에 강력히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국가적 과제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의료행위 분류를 해 나가면서 합치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있어서는 안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며 "국민의 건강이 침해받지 않도록 앞으로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제42차 의료정책포럼에 참석한 의협 임원들. 앞줄 왼쪽부터 추무진 의협회장·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강청희 상근부회장.ⓒ의협신문 송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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