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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패치로 뇌손상..."병원 책임있어"
마약성 진통패치로 뇌손상..."병원 책임있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2.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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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경험 없는 환자에 과량 투여...적절치 않다"
환자상태·기존 치료 기능 못한 점 고려해 40%로 책임 제한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은 방식의 마약성 진통패치 처방으로 환자가 뇌손상을 입었다면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서울 소재 J 대학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주성분으로 한 패치를 처방받은 뒤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환자 고모 씨와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 책임을 인정해 손해배상금 지급을 주문했다.

다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것 자체에는 책임이 없고 처방 당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음을 참작해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고 씨는 어깨통증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2011년 9월부터 J 대학병원을 찾아 진통제 처방을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2012년 4월 해당 병원은 고 씨에게 기존 진통제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고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 50ug/h와 구토 증상 감소제·변비조절약을 처방했다. 당시 고 씨는 체중이 1년에 걸쳐 53kg에서 35kg까지 줄어있는 상태였고 이전에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은 적은 없었다.

처방 당일 고 씨는 패치를 우측 옆구리에 부착했고 30분 뒤부터 구토증상을 보이다 다음 날 아침 피부와 점막이 푸른색을 띄며 의식 없는 상태로 발견돼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에서는 고 씨의 상태를 펜타닐 중독 의증으로 진단해 마약길항제인 날록손과 생리식염수·도파민을 투여했다. 이후 고 씨는 조금 호전된 상태를 보이며 J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J 대학병원은 고 씨의 뇌 MRI 결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판단했다. 현재 고 씨의 의식은 명료하나 겨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정도로 사지가 마비된 상태다. 이에 고 씨과 가족들은 J 대학병원의 펜타닐 패치 처방이 잘못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

재판부는 "펜타닐 패치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약품은 초기용량으로 25ug/h를 이상 처방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점차 강도를 높이는 계단식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며 "또한 패치는 흡수가 피부에 닿는 면적에 비례하고 용량변경에 시간이 소요돼 최소 요구량을 모르는 환자에게 초기 투여약제로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고려할 때 병원 측이 고 씨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함은 과실"이라며 "따라서 병원 측의 진료상 과실로 인해 고 씨와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른 약제로 조절이 어려운 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불가피한 점 ▲고 씨의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정상인보다 신체적 기능이 현저히 약화돼 있던 점 ▲처방 당시 의료진이 고 씨에게 펜타닐 패치의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한 점 ▲펜타닐 패치 사용 자체로 저산소뇌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매우 드문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이 같은 판단을 종합해 재판부는 "병원 측은 고 씨의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합쳐 3억 3000여만원, 고 씨의 가족들에 위자료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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