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정이 있는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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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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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광주 남구·양승진내과의원장)
▲ 양승진(광주 남구·양승진내과의원장)

의사는 환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아픈 곳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진찰을 시작한다. 병력청취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이를 통해 병의 발생과 진행에 관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환자의 대답을 주의 깊게 해석해 기록하는 진단의 한 과정이다.

배가 아프면 언제부터 어떻게 어디서부터 아팠는지 증상을 듣고, 가슴이 아프면 호흡기 질환이나 심장병을 의심해 직접 호흡 상태를 눈으로 보고 맥박을 만져 보기도하며, 청진기로 심장소리를 들으며 병을 진단해 간다.

이 때 의사는 환자와 접촉을 통해 진찰뿐만 아니라 따뜻한 손길을 전해주고, 청진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환자와 서로 소통하는 마음의 통로로서 매개 역할을 해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는 병을 진단을 하거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병력청취만으로 진단의 66%를 이뤄냈으며, 이학적 검사는 25%만을 기여했다고 보고한다.

이와 같이 환자 진료에 있어 대면진료의 중요성을 모른 채 화상으로 진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따뜻함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요즘 원격의료로 정치적 사회적 관심이 한참 뜨겁다. 의료를 산업화하려는 일부 정책담당자들의 그릇 된 판단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상업적관계로 몰아가려 한다.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
과거 첨단 의료기기가 발달되지 않는 시절에는 주로 의사의 시진 촉진 청진으로 병을 진단하고, 그 후 확진이나 배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X선 및 다른 영상 촬영을 추가했다.

러나 요즘은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초음파·CT·MRI 등의 컴퓨터화된 첨단의료장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결과적으로 의료는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인 인간적인 면보다 기계적인 면으로 흘러가게 됐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대화시간도 줄어들게 되고 의사는 단순히 병을 진단하기 위해 영상의학 전문의에 검사를 안내하는 가이더로서의 역할만을 하기도 한다.

보험이라는 제도적 모순 때문에 진찰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환자와 대화하는 동안에도 의사는 환자를 쳐다보는 대신 컴퓨터의 자판만 두드리며 인술이 아닌 의술을 시행하는 기술자로 전락하고 있다. 또 환자에 대한 대화나 질병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찰에 대한 오해가 다분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시진·촉진·타진·청진 등의 기본적인 진찰행위를 통한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날이 갈수록 의료가 상업화되고 산업화되는 경향이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유머와 따뜻한 말로 진료하는 것도,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진료하는 것도 오해를 받거나 편견을 가질 수 있는 현 시대에서, 우리는 예전의 의사 환자관계로 정감이 있고 따뜻한 인술을 펼쳐 나가기를 희망한다.

여성에 있어 청진이나 촉진이 자칫 성추행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제대로 진찰할 수 없는 삭막한 의료 환경속에서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덕망을 갖춰야 한다.

또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의사로서 항상 가족 같은 마음으로 최선의 진료를 하며, 오로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환자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의술이 인술로 다시 재조명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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