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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옛 관행과의 결별 속도 과히 LTE급

한미약품 옛 관행과의 결별 속도 과히 LTE급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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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이관순 한미약품 대포이사 사장
몸집이 크면 둔하다. 한 번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비용)도 크다. 잘못 움직이면 되돌아오는 데 드는 힘도 만만치 않다보니 변화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한미약품의 최근 행보는 그런 면에서 이런 일반적인 선입견을 뒤집는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몸집을 가졌지만 변화의 속도와 폭이 빠르고 넓다.

한미약품이 작지 않은 몸집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힘의 중심에는 강한 리더십이 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을 최근 만나 한미약품의 변화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특유의 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생각하는 변화의 방향은 글로벌화다. 글로벌 한미약품으로 가기 위해 이 사장은 신약 개발의 토대를 닦고 정도 경영을 통해 옛날 마케팅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글로벌화와 신약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한미약품은 단연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20%를 기록했다. 국제적인 기업들의 R&D 투자액을 집계하는 'EU 인더스트리얼 스코어보드'는 지난해 한미약품을 글로벌 제약분야 R&D 1000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다. 한미약품은 2012년 13.5%였던 R&D 비중을 2013년 15.8%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에는 20%를 달성했다.

매출액이 2013년보다 2% 성장하는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추진력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4%와 39% 감소한 속에서도 R&D 규모를 늘려 제약계의 화제가 됐다.

R&D 비중을 늘리면 재무재표상 곧바로 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영실적에 대한 부담이 있는 리더로서는 계획대로 R&D 투자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관순 사장은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R&D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뒷걸음질하면 안된다. 단기적으로 R&D는 손해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도 했다.

퀀텀프로젝트 성공여부가 승부처 될 것

한미약품이 DNA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지난해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3상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18건의 임상 3상을 신청했다. 특허도전도 활발하다.

특허소송 27건으로 역시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제네릭이든, 개량 신약이든, 신약이든 좋은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이 사장은 "올해 3개 신제품을 출시하고 3년 안으로 10개 정도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 호조를 보인 '낙소졸'과 '로벨리토'는 올해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에제티미브와 스타틴 복합제 등을 포함해 다양한 복합제도 선보일 예정이다.

매출액 대비 15~20% 수준인 해외 수출 비중도 30%까지 끌어 올릴 계획도 밝혔다. 유럽과 미국 시장과 동시에 이머징마켓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과 이머징마켓을 캐쉬카우삼아 개발능력과 매출을 늘리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을 동시공략하겠다는 것이 밑그림이다. 단 사업다각화에 대해서는 '약을 잘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퀀텀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퀀텀프로젝트는 'LAPS-Exendin4'를 포함한 당뇨치료제 임상 프로젝트로 올해 프로젝트 관련 치료제가 줄줄이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에 들어간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나온 임상결과가 예상보다 좋아 고무적이다. 잠재력이 적은 치료제도 있고 큰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가 될 것인지 국내 제약사로 안주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퀀텀프로젝트가 한미약품 글로벌화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퀀텀프로젝트의 적절한 개발 파트너를 찾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 치료제들을 단독으로 끌고 갈 것인지 좋은 글로벌 파트너에게 넘겨 라이센스 아웃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 어떤 옵션이 되던 "글로벌 한미약품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독으로 프로젝트 치료제를 개발하고 안착하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신약만 개발해 내놓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안착을 시켜야 하는데 매출액이 5000억원에서 1조원하는 국내 제약사의 여건에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올해를 글로벌 한미 원년으로 만들어야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리베이트를 포함한 의약품 판매관행과도 빠르게 결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평가에서 한 단계 상향된 'A등급'을 획득했다.

이 사장은 "잘못된 영업관행은 회사가 성장을 더하고 덜하고의 문제를 떠나 이제는 회사의 존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가 됐다"며 "CP운영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D 투자와 함께 추진한 CP 운영체계 강화는 한미약품에게 큰 도전이었다. "영업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미약품도 정도 영업을 강화하면서 영업실적이 바로 멈춰버린 어려움이 있었다.

만일 단기 매출이 아쉬웠다면 흔들렸을 것이다. 그래도 밀고 갔다. 이 방향이 옳다고 봤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뒤도 돌아보지 말라고 했고 나 역시 안보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 모두 정도 경영과 관련해 방향성이 같다. 결국 이 길로 가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CP 경영이 구호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갖고 세밀한 내부 규정과 투자까지 하면서 탄탄한 규정을 만들고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겪은 부진을 강화된 CP 경영체계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사장은 "글로벌화란 것은 연구능력 뿐아니라 모든 체계가 글로벌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CP운영 강화 역시 글로벌화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는 잊고 새로운 CP 환경에서 좋은 마케팅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CP 체계 강화로 다국적 제약사가 판매대행을 의뢰하는 건수가 많아진 효과도 경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올해가 한미약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영업이익 감소를 무릅쓰면서도 투자와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던 만큼 올해는 결실을 내는 수확의 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진정한 신약개발의 길을 가보자는 각오다. 올해가 글로벌 한미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성과를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올 3월 한미FTA 발효에 따라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에 대해서도 "특허에 도전하는 제약사에 혜택을 줘야 한다"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우선판매품목허가제는 특허도전에 성공해 제네릭을 출시한 제약사들에게 한시적으로 독점판매권을 주는 제도다.

"임직원과 소통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현장 직원들과 시간을 갖기가 녹록지 않다"면서도 "임직원들의 자주만나 얘기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한미약품은 올해가 가장 기대되는 제약사 가운데 한 곳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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